[클릭이사람] (102) 너무나 인간적인 의사 황성남

[클릭이사람] (102) 너무나 인간적인 의사 황성남
 
의사경력 25년의 중앙대 용산병원 신경외과 황성남과장(50). 아직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환자를 대할 때마다 가족같이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늘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며 가슴아파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의사. 풍부하고 노련한 노하우를 살려 개원을 할법도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오로지 자신의 인술을 펼치며 중앙대 의대 교수로 남아있다.

뇌, 혈관질환, 일부통증, 안면경력, 목이 돌아가는 사견증을 전문으로 다루는 신경외과. 뇌혈관 질환(뇌졸중)은 일명 중풍으로 불린다.

학교때 신경해부학에 관심이 많았다. 신경외과는 특히 치료효과가 극적인 매력이 있다. 혼수상태에 있던 환자가 그의 손을 거쳐 깨어날때 보람을 느낀다. 보지 못하는 사람이 수술을 통해 볼수 있을때 강한 매력을 느낀다.

뇌안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밖으로는 큰병으로 나타난다. 아주 작은 병이 뇌안에 있어도 밖으로 나타날때는 엄청난 장애로 보인다. 그런 원인을 뇌안에서 찾아내 해결해 주면 밖으로 나타나는 큰 병도 바로 좋아질수 있다. 그런 점에 매력을 느껴 신경외과를 택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그만큼 크지만 다른 어느과 보다도 도전과 극복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명을 걸고 도전한다. 반면에 신경외과 분야는 자신의 생명이 아닌 환자의 생명을 걸기 때문에 내가 아닌 환자를 살려낼수 있다는 짜릿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본인의 생명을 거는 것과 마친가지로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살려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항상 긴장한다.

고교때 스승이 위암으로 불치상태가 된 것을 보고 자신이 의사가 되어 저런 병을 치료해야 되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암에 대해서 극복해 보겠다는 각오로 의사가 되기로 했다. 돈이나 안정된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 의사가 되려고 한것은 결코 아니다.

학교 다닐때는 환자들이 좋아지는 모습만 항상 보아왔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의사가 되고 보니 그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멀쩡한 사람이 수술하고 나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69년 서울대 의대 입학. 75년 졸업. 인턴생활을 거쳐 76년부터 79년까지 레지던트를 했다. 2년동안 을지병원 재직중 박사학위를 마쳤다. 82년 육군 군의관으로 입대. 85년 전역후 중앙대 용산병원에 들어왔다. 레지던트시절부터 신경외과만 맡았다.

미국 듀크대학 의대 신경외과 연수유학을 다녀왔다. 귀국하자 마자 다시 이곳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왔다. 신경외과 과장이면서 중앙대 의대 신경외과 주임교수. 환자의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 항상 긴장되고 힘들지만 수술이 잘되면 보람도 크다.

미세한 수술이 많아 수술을 마치더라도 긴장은 계속된다. 100명이 좋아져서 받는 보람보다 1명이 잘못돼서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긴장속에서 살아야 한다.

집안이 어려운 환자가 오면 마음이 아프다. 의사로서 환자가 있으면 고쳐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상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아픈 환자가 있다. 소녀가장이었다. 치료를 받을 형편이 못돼 축 늘어진 어깨로 병원문을 나서던 어린 환자의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수술 받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뇌종양 환자였다.

결국 수소문끝에 집을 알아냈다. 찾아가서 다시 데려와 수술을 받게 했다. 치료비 전액을 황박사의 고교동창인 '르메이에르' 정경태 사장이 대줬다. 2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합병증으로 뇌에 염증이 생기는 바람에 몇개월동안 고생하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아이 생각만 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 견딜수가 없다.

수술비를 선뜻 대준 정사장과는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도와 달라고 요청하면 기꺼이 수술비를 대주는 좋은 관계로 남아있다. 정사장은 어려운 환자가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그런 사람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신경외과를 찾는 환자들은 거의 수술을 한다. 환자중 60∼70%가 수술환자다. 외과이기 때문에 수술환자가 많은 것은 어쩔수가 없다.

대부분의 병치료는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기초의학 분야에서는 몰라도 환자 치료에 있어서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전립선암등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는 병을 고치려고 일본이나 미국에 가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신경외과는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개원하기가 힘들다. 장비 하나만 해도 보통 억대에 이른다. 대학병원에서는 주로 질병을 많이 다루지만 개인병원에서는 사고환자를 많이 받는다. 개인병원은 의사로서가 아니라 병원을 운영하고 장비를 도입하고 흑자를 내야 하는 사업가이면서 운영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개원할 생각이 없다.

개원한 의사에 비해서는 풍족하지 못하지만 별 어려움 없이 생활해 나갈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때로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의사는 남들에게 해줄수 있는 것이 많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남들한테 신세지는 경우 보다는 의사로서 도와주고 베풀어 줄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도움 받으면서 사는 사람보다는 뭔가 남들에게 해주면서 사는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황박사는 환자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에는 뭐든지 의문이 풀릴때까지 알려준다. 불치병은 예외지만…

환자를 가족같이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위독한 환자를 두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때 이사람이 우리 부모라면, 우리 아이라면, 아내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수술을 한다. 그러나 환자에게 최선의 노력을 쏟았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늘 긴장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의사 황박사는 늘 환자입장에서 생각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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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1/21 19: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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