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 262호> 서울의 봄

며칠전 일이 있어 오랜만에 서울을 다녀왔다.

남편이야 서울에도 살았었고 서울을 자주 다녀  서울거리에도 밝지만 난 워낙
길눈이 어두운편이고 더구나 첫 방문지를 혼자서 찾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데
다행히 남편이 동행을 해주었다

고속버스에서 내려 전철을 타기 위해 지하도를 내려가니 코끝으로 향긋한 꽃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꽃향기가 날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꽃집이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꽃인 후리지아 와 장미꽃들이 그렇게 지하도를
온통 꽃향기로 채우고 있었다.

멀미 때문에 기분이 가라앉아 속도 좋지 않았는데 버스에서 내려 처음으로 느낀
꽃향기가 어찌나 그윽하고 향기롭게 느껴지던지 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도
내 몸에서  후리지아 향기가 가득 밴 느낌이었다.

점심...

전철에서 내려 명동거리를 걸었다.
지방에서는 느낄수 없는 다채로운 모습들과 사람들의 움직임...

서울의 거리는 뭐랄까? 분명 지방과는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고 공기가 더 좋은 것은 아닌데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런 색채였다.

아직 지방은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서울은 이미 봄옷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남편과 나도 맛있게 점심을 먹고 명동성당 뜨락을 거닐고
복잡한 명동거리를 걸었다.

백화점...

경기가 불황이라 그런지 백화점에도 예전처럼 그렇게 손님이 많지가 않았다.

층마다 화사하게 디스플레이를 해놓은 옷들은 이미 한 계절을 앞당긴 여름옷들
이었다.

그곳에서 남편의 셔츠와 타이 그리고 딸아이의 청조끼와 기획전을 하는 코너에서
내 블라우스도 한 장 샀다.
나는 비록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었지만 사방이 모두 화사한 곳에 서있으니
내 기분도 한 단계 엎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 활력이 느껴졌다.

쇼핑을 하고 남편과 함께 명동의 한 민속주막에 가서 동동주 한잔과 된장찌개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우린 다시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올랐다.

그날 하루...
불과 몇 시간 안 되는 동안의 서울 나들이였지만 긴 겨울동안 꼭꼭 여미고 살았던
가슴이 활짝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이였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서성일때마다 느껴지는 그 야릇한 기분을 나는 그날
확실하고 명쾌하게 떨쳐버리고 "봄"이라는 단어를 집에 도착 할 때까지 입안에서
되뇌이고 또 되뇌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렇게 이유 없는 외출도 해볼만 하다는거...

생활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요즘처럼 이렇게 새로운 계절의 문턱에서 서성일때엔
복잡 거리는 서울거리를 한번쯤 걸어보는 것도 꽤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난 서울의 봄을 느끼고 돌아와 아주 기분이 좋아져있고 그 기분은 더불어
우리 가족에게까지  전염이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한석규님이 출연했던 "서울의 달"이란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것 같다.

그 드라마에서도 서울은 참 생동감 느껴지는 곳이란 느낌을 받았으니까....


자운영
 
2003년 03월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