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87) 끼를 주체할수 없는 여자 이선화 (2)

[클릭이사람] (87) 끼를 주체할수 없는 여자 이선화 (2)
 
얼굴이 아니라 연기로 인정받는 탤런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잠만 들면 청춘스타 임예진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꿈속에서 임예진씨를 만나 어떻게 하면 탤런트가 될수 있냐면서 한번만 나를 테스트 해달라고 울며불며 애원했습니다. 그러다 눈을 뜨면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프다가도 나홀로 연기를 하면 신바람이 났습니다. 오죽 하면 주위에서 당신이 아픈것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얼굴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이 스타가 되는 것을 보면 더더욱 미칠 지경입니다. 나도 저렇게 할수 있는데 하는 마음이 들거든요. 연극단원이나 탤런트가 되는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어요. 사이비를 만날수도 있고 오죽하면 우리친척중에 연예인 한사람만 있어도 좋겠다며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한밤중에 옥상에 올라가 큰 소리로 울어보기도 하고 기도원에 가서 물 한모금 안마시고 금식기도도 해보았어요.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다는 다급한 마음에서 나의 길은 어떤 길이냐고 애원도 해보았어요. 얼마나 울부짓으며 기도를 드렸던지 하루에 1kg씩 사흘간 3kg이나 살이 빠졌어요. 산에서 내려올때는 목이 쉬어 말소리가 전혀 나오질 않고 후두염까지 걸렸습니다.

왜 저에게 이런 재능을 주셔서 이리도 고통을 주시는 겁니까? 이런끼라도 주시지 않았으면 차라리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라도 하지요. 제가 세상쪽으로 주님 영광을 그르칠까봐서 그러시는 겁니까? 저 연예인이 되면 정말 진실되게 살고 종교생활도 열심히 할텐데… 저는 안되는 겁니까?

저 이렇게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한살한살 나이먹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다시 한번 태어난다면 꼭 연예인이 될겁니다. 그리고 제 대에서 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냥 말수는 없습니다. 제 자식에게 끼가 보인다면 그길을 끝까지 밀어주겠습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면 난 벌써 가수가 오솔길을 걸으며 사진찍는 모습을 생각하고 감정에 젖어 한발 한발 리듬에 발 맞추어 연기도 하며 노래도 합니다.

여행을 가도 파도를 보아도 저는 항상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여건과 상황에서 모델도 되고 연기자도 되어 원하는 포즈를 취하며 또 거기에 맞는 연기를 합니다. 그렇게 한바탕 나홀로 연기를 하고 나면 10년묵은 체증이 쑥 내려갈 정도로 속이 후련합니다. 만화주인공이나 성우들의 목소리 흉내도 특기랍니다. 우리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때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인물의 상황을 생동감 있게 읽어주니까 무척 재미있어 하며 진지하게 듣고 따라 합니다.

그리고 우리집 아이도 저의 끼를 닮아서 그런지 음악성이 있어 조금만 배우면 곡을 외워 박자를 맞추면서 노래를 합니다. 저는 예체능쪽의 끼를 접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어떤 경로를 통해 PD선생님한테 발탁만 된다면 후회없이 정말 없어서는 안될 역할과 가치를 톡톡히 해낼수 있을 텐데… 어떤 탤런트는 하도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편지를 방송국에 계속 띄워 결국 꿈을 이루고 스타가 되었다는 프로를 보았습니다. 저도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방송국 PD분께 편지를 보냈지만 하도 장난하는 사람이 많다며 답장을 안해 준다고 하더군요.

왜 이렇게 나는 운이 없는 걸까? 연기, 노래등을 생각하면 전 정말 미치고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무조건 스타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키워달라는 것도 아닌데 왜 테스트 한번 받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겁니까? 떨어지면 미련없이 포기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원망도 해보았습니다. 그때 집에서 밀어 주기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 애타지는 않을텐데…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에 묻혀서 살고 싶습니다. 항상 연기자나 가수들을 보면 저 사람은 어떻게 해서 연예인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룹니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몸바쳐 노래와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또 한편 주부가 되다보니 솔직한 심정으로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도 걱정이 됩니다. 시간적으로 모든걸 빼앗긴다면 어떻게 병행하면서 할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남편이 그러더군요.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왜 안했냐구요. 집을 뛰쳐 나와서라도 노래, 연기를 하지 그랬냐구요. 그러나 저의 집은 우애와 사랑으로 철철 넘친 가정이라 부모님의 뜻을 어길 생각은 감히 못했답니다. 또한 죄가 되는 것이 두렵고 부모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만 언제나 내길이 열릴수 있을까 하고 그때가 오기를 기다려 왔습니다. 어떤이는 '그렇게도 하고 싶으면 열심히 해라. 그러면 분명 기회는 올것이다' 라며 격려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를 보아도 영감처럼 떠오르는 그 무엇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수 있겠습니까. 제 끼가 발동하면 주체할수가 없습니다. 밤에 나가서도 미친듯이 혼자 연기를 합니다. 누구하나 인정해 주지도 않고 관객도 없는 그 깜깜한 상황에서도 비를 맞으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서 빗속을 마구 뛰어다니다 엎어지고 쓰러지고… 온몸이 비에 젖어 덜덜 떨며 마구 소리치며 울며 신발을 들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왜 그리도 연기를 하고 싶은지 정말 죽기전에 한을 풀고 싶습니다. 연기에 파묻혀 살다가 연기를 하면서 죽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것은 제자신을 과장하거나 꾸민것도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일 뿐입니다. 전 자신 있습니다. 역할만 주어진다면 목이 터질 정도로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완벽한 연기를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정말 저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연기에 관해서라면 제가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고 싶어하는 연기를 펼칠수 있는 기회라도 한번 가져봤으면 더이상 소원이 없겠습니다. 단한번 테스트라도 받을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테스트를 받고 나서 능력이 안돼 떨어진다면 이렇게 까지 미련은 없을 것입니다. 모델들이 사진을 찍으면 '포즈는 저렇게 취해야 하는데' 등 순간 순간 떠오르는 감정을 나자신도 주체할수가 없습니다

TV를 보면 연기에 대한 아이디어와 멘트가 줄줄이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자신도 모르게 연기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이 됩니다. TV를 보면서 그렇게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금새 지나갑니다. 새벽에 감정이 떠오르면 그속에 몰입되어 눈물을 흘리며 혼자 연기에 빠져 든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할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온몸을 다바쳐 연기할 자신이 있습니다.

시트콤 연기를 보면 저거야 말로 완전히 내 연기라는 생각이 든 적이 수없이 많습니다. 나에게 타고난 재주가 있다는 것을 방송국에서 알아본다면 분명히 픽업되어 주인공으로 뜰텐데… 그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작년 롯데월드 행사때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모델이 하는 말이 고객중에서 끼가 있는 사람은 나와보라고 하더군요. 모델이 워킹시범을 보여주고 나서 따라 할수있는 사람은 해보라는 것입니다. 참가자는 대부분 아가씨였어요. 끼있는 주부의 자존심을 걸고 뛰어나갔지요. 다른 사람들과 뭔가 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워킹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몇발자국 걷다가 양손을 뒤로 제낀채 겉옷을 내려 왼팔에 걸쳤지요. 그대로 한보 살짝 돌고 다시 뒷걸음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무대장치로 설치 해놓은 전봇대에 몸을 기대어 춤과 온몸으로 표현 연기를 했더니 관객들이 자지러지고 난리가 났습니다. 어쩌면 아줌마가 표정연기를 저렇게 잘하냐고 하면서… 사회자가 하는 말이 "내가 여태까지 이런 사회를 숱하게 봐왔지만 무대 설치대를 잡고 빙그르르 돌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준 사람은 처음 보았다"면서 배꼽을 잡고 웃더군요. 만장일치로 인기상을 탔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운도 따라야 하며 여러가지 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하나 하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노래대회에 열심히 참가하여 대상을 받아왔습니다. 방송국에서 즉흥 연기로 상품을 타오기도 했습니다. 케이블 TV에서도 대상을 받았습니다. 대상한 사람끼리 열전에서 또 대상을 받는 영광을 안기도 하였습니다. 크고 작은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는 기쁨을 얻을 때마다 그 끼를 억누르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억눌러도 발동하는 끼는 억제할수가 없었습니다. 결국은 모 작곡가 사무실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오디션을 본 결과 곡을 쓰자고 하더군요. 그러나 너무나도 큰 액수를 요구하더군요. 엄두도 못내고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타고난 재능에 대해 몸과 마음을 다바쳐 완전히 몰입되어 살기를 원합니다. 물거품같은 잠시의 스타가 되는 것을 꿈꾸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을 미치도록 해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가수로… 아니면 연기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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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0/17 10: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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