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85) 2년차 유학생 이원준이 본 일본, 일본인

[클릭이사람] (85) 2년차 유학생 이원준이 본 일본, 일본인
 
한국을 떠나 동경에 온지 2년째 되는 유학생 이원준(29). 그의 눈에 비친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 자신의 생각이 편견일수도 있다며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라면 한그릇을 먹기 위해 몇시간씩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 확실한 이득이 있는 공짜라면 몇시간이라도 기꺼이 달려오는 사람. 질서를 잘지키는 사람. 몇시간이라도 줄을 서서 자기차례를 기다리는 사람. 공무원들의 친절이 몸에 밴 나라.

까마귀가 길조인 나라.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까마귀가 문제라고 잡아 죽이는 나라. 외국인을 철저하게 경계하는 나라. 외국인이라도 국적을 바꾸면 차별을 하지 않는 국민들. 그러나 국적을 바꾸더라도 철저한 일본인이 되어주기를 무언중에 강요하는 나라. 그 강요는 차별이 아니지만 외국인들은 살아가면서 무수한 차별을 경험한다는 것을 암암리에 느끼는 나라.

'카모시레나이'라는 말을 잘쓰는 사람들. '카모시레나이'는 '그럴수도 있어'라는 뜻으로 그 속에는 반대도 찬성도 아닌 책임의 회피성이 함축되어 있다.

슬림 사이즈의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나라.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일본에서 엄청난 살집을 가진 스모선수를 신성하게 여기는 나라. 묘한 언밸런스의 조화라고나 할까?

흑인을 동경해서 흑인처럼 되고 싶어하는 여자. 흑인처럼 화장을 하는 여자. 일본의 몇%도 안되는 그들을 현재의 문화라고 자랑하는 나라. 하지만 그 사람들은 흑인의 탄력있고 건강한 검은 피부를 가지고 싶을 뿐이지 차별받는 흑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는 나라.

체면을 안따지는 사람. 현실의 나라. 지하철에서 햄버거를 먹어도 눈치를 안주는 나라. 동경의 한복판 길거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컵라면을 먹어도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 않는 나라. 복잡한 지하철안에서 핸드폰을 끄거나 진동으로 바꾸는 나라. 심장 장애인이 차고 있는 기계가 핸드폰 전파에 의해 멈출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그렇게 권장하고 장려하는 나라.

홈리스가 많은 나라. 경제대국의 심장부 동경시내에서도 거지를 만날 수 있는 나라. 도쿄의 '에도가와바시' 강둑에 나가보면 거지들이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대학 출신 거지가 길거리를 헤매는 나라. 한 여름에 팬티 한 장 달랑 걸치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망연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거지를 만날수 있는 나라. 라면상자로 집을 짓고… 검정우산으로 지붕 삼고…

주는 돈은 사양하지 않지만 거지라도 스스로 구걸은 하지 않는 나라… 그것이 최후 자존심일까?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철학이 있는 나라. 거지들이 생보자로 등록을 하면 최저 생활비가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신청을 하지 않는 나라. 이해하기 힘든 나라.

부자나라 부자국민이라고 자부하면서도 빠듯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자기자신도 처신하지 못할 정도로 가진 것 없는 거지와 부자들이 공존하는 나라. 돈없어서 거지가 되었다는 사람이 없는 나라. 자발적 거지? 평생 먹고 살만한 거금을 땅속에 묻어 놓고 그 자리에서 춥고 배고파 얼어죽은 거지가 있다는 나라.

한국과 제일 가까운 섬나라. 하지만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섬이 있는 나라.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일본에 건너온 한국인들중에 재팬드림을 일군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씨는 한국의 각계각층에서 일본진출을 하는 현실을 보고 일본에 대해 관찰을 하게 되었다.

미니스커트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자전거로 등교하는 나라. 자유분방한 나라. 여대생들도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자전거 폐달을 신나게 밟으며 캠퍼스로 향하는 나라. 도로의 주행방향도 운전석도 우리와 정반대인 나라.

복잡한 러시아워의 전철안에서 단 한명이라도 내릴 사람이 있으면 입구주위의 모든 승객들이 불평 한마디 안하고 출입문 밖으로 나와주는 나라.

인공도시 쯔쿠바. 옥스퍼드나 하버드를 모방한 학원도시이기도 하다. 쯔쿠바대학은 세계각국에서 유학생들이 몰려들 정도로 유명하다. 또한 일본에서 제일 넓은 캠퍼스를 가진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녹색이 많고 정원처럼 잘 꾸며진 도시. 사람들이 처음에는 인공의 녹색 물결에 심취되어 살기 좋아 하지만 몇개월이 지나면 그것이 오히려 정서에 방해가 되어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이 드는 도시가 된다고 주장하면 역설일까?

전설처럼 내려오는 말로는 약 7년전만 해도 쯔쿠바에서 대학생이 일년에 한명씩 자살을 했다고 한다. 일종의 쯔쿠바병으로 어찌보면 그것이야말로 인공화된 현대사회에서 인공화된 인간이 겪어야 하는 최고의 피해를 모델적으로 보여준 한 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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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0/16 10: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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