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245호> 겨울비

이른 새벽 운동을 나가는 남편의 기척에 눈을 뜨니 매일 눈떠지는 같은 시간인데도
창밖의 하늘은 아직 새벽을 다 털어 내지 못한 청회색 하늘이다..

오늘 내가 너무 일찍 일어났나 싶어 시계를 보니 어제와 같은 시간인데...

생수 한 컵을 따라 들고 베란다 커튼을 여니 밤새 비가 왔었나 보다.

촉촉하게 젖은 도로위에 길떠나는 나뭇잎들....

도무지 아침을 열어줄 것 같지 않은 하늘에선 당장이라도 또 한차례 비를 쏟아
부을 기세로 천둥소리까지 들린다.

입동이 지났는데,,,,
좀 이른감은 있지만 이젠 눈이 와야 할 것 같은데 비가 내린다.
요즘은 심심찮게 비가 자주 내리는 것 같다.

갑자기 앞당겨진 추위로 다 피우지 못한 해바라기정원의 꽃들이  반쯤은 피어있고
반쯤은 피우지 못한 채로 그냥 시들어져 버렸다.

이사를 하며 오랜만에 맘에 드는 해바라기 정원 하나 생겼다고 일어나면 제일먼저 베란다
창을 열고 그들의 안부를 묻곤 했었는데...

습관처럼 현관문 앞에 배달된 조간신문과 우유를 밀어 넣어주고 남편은 아침운동을
나간다.

남편은 요즘 새벽운동을 하며 영웅이와 영롱이(그레이하운드) 운동시키는 재미에
푹빠져버렸다.

개들을 운동시키다 보니 일찍 일어나 새벽공기를 마시며 달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젠 남편의 건강이 많이 좋아 진것같다.

일부러 돈들여서 헬스도 다니는데 남편은 영롱이, 영웅이 덕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생기고 또 아침밥을 먹기전에 조깅을 하게 되니 아침밥도 맛있다며
한 그릇씩 비워낸다.

오늘같이 비가내린날은 운동하기도 안좋을텐데...

남편이 돌아오기전엔 비가 내리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니
여전히 성난얼굴이다.

정말로 마지막 가을비일까?...
아니면 겨울비일까?...

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솔직히 예전같지 않다는것을 깨닫는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세상을 조용히 침묵하게 하는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했었던것 같은데...

겨울비는 웬지 더 쓸쓸하고 춥게느껴진다.


자운영
 
2002년11월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