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213호> 자격증 시험

지난주 일요일날 6학년인 딸애가 실용영어자격증 시험을 보았다.
어릴때부터 어학쪽으로 관심이 많고 조금 뛰어나다 싶긴 했지만 다른아이들 보다
늦게 4학년 때 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바로
국가공인전국 외국어 자격시험인 초등영어 3급 자격증을 땄고 5학년 때에
2급과 1급을 한번에 봐서 합격을 했다.

그렇게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바로 1급까지 무사히 합격한 딸애가 이번에
조금 무리이긴 하지만 실용영어 (중학교 2학년정도 수준)시험을 보러 갔는데
딸애가 시험치는 교실에서 같이 보는 중3학년생도 있고 또 어린아이인
초등 3학년생도 있었다.

평소에 노력을 않는 딸애이고 남편이나 나나 절대 공부하라는 말을 않는
성격이라 그냥 딸애가 알아서 하도록 6학년이 될 때까지 학원도 안보내고
아이의 공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도
영어와 국어는 반에서 제일 잘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이니
아마도 어학능력은 타고 나는 것도 있는가보다.

그래도 이번에는 시험이 어렵다는 영어선생님의 말씀에 시험 보기 전
일주일전부터 초등영어 볼 때와는 달리 어려울거 같아 준비좀 하라고 해도
딸애는 건성으로 알았다고 만 할뿐 시험보기전날에 잠깐 듣는 것을 제외하곤
그저 태평하게 시간을 보냈다.

꼭 앞에 닥쳐져야만 들여다보는 딸애를 가르치는 영어선생님도 딸애가 너무 공부를
안 해서 속상한데 물어보면 척척다 알아버려 도무지 혼내키질 못하겠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신다.

그런 딸애를 보고 난 그런머리로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나 잘하겠니?
"너 이번에 한번 시험에서 떨어지는 것이 어떤것인지
느껴보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모르겠다.
시험을 보고 나서도 그냥 별말이 없으니....

무슨 시험이든 마음 먹은대로 한번에 합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시험에서의 불합격을 겪어보지 못한 딸애에게 남편은 한번쯤 떨어져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에 보는거 한번에 합격을 해야 기분 좋지 왜 두 번, 세번에 되느냐구?
하긴 떨어지는 사람이 있어야 합격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말이다.

요즘은 우리때완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이 변해서 우리가 중학교때 배웠던 문법을
초등학생들이 배우고 있으니 말이다.
공부를 하다 딸애가 문법에 대해서 자주 물어오는데 어떨땐 정말 대답을
못하고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머리속에선 뱅뱅도는데 도무지 입밖으로 나오질 않고 발음역시 딸애가 때굴때굴
구르며 웃을정도로 한국식 영어 발음이니 말이다.

그러면 딸애는 어김없이 "아유 엄마는 그것도 몰라?.."하면서
사전을 뒤적인다.

이제 한달 후면 발표가 나겠지만 아무리 난이도가 어렵고 시험장을 나오며
모두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나오긴 했지만 난 이번에도 엄마로서 딸애가
기특하게 시험에 합격했으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내가 딸애한테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는건가?...

자운영
 
2002년 4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