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69) 떴다 국민기수 박태종 (1)

[클릭이사람] (69) 떴다 국민기수 박태종 (1)
 
어눌한 말투의 진천촌놈 박태종(36)이 국민기수로 떴다. 한국경마기록의 역사를 그가 새로 써나가고 있다. 경마공원에 단 한번만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영웅인가를 알수가 있다. 경마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만 들어도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특급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몰고 다니는 국보급 기수. 그가 출발선에 서면 입장객들은 떠나갈듯한 함성을 지르며 미친듯이 열광을 한다.

단 5분도 아닌 2분안팎에 승부가 결정나는 경마. 팬들에겐 자신이 베팅한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승자를 하늘처럼 대할수 밖에 없다. 돈을 싸들고 구름같이 몰려든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한몸에 받는 그야 말로 진짜 스타가 아닐까 싶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할수 있기 때문이다.

8월 17일 현재 통산 709승. 김명국 조교사가 기수때 세운 역대 최다승 한국기록(722승)이 그에 의해 깨지기 직전이다. 앞으로 14승만 더올리면 역대 통산왕 자리는 그의 차지가 된다. 그만 출전하면 경마장은 박태종 박태종 연호하는 함성의 물결에 파묻힌다.

팬들은 그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말이 뛰는 것이 아니라 박태종이 뛰는 것이라고… 특히 예상말이 아니더라도 4코너를 돌고 난뒤 총알처럼 치고 나와 아슬아슬 우승을 이끌어 내는 그를 보면 분명 말이 아닌 박태종이 달리는 것이라고…

그렇다. 그렇기에 팬들은 자신의 천금같은 돈을 아낌없이 풀어 그에게 베팅을 한다. 팬들은 박태종을 찍는 것이 확률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순간의 베팅에 죽고 사는 경마세계에서 가장 수지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인기는 그만큼 크다. 베팅할때 물어볼것도 없이 박태종을 찍는 경마팬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돈이 걸린 일이기에 그를 찍은 팬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한다. 하늘을 찌르는 인기. 팬은 말한다. "가장 많이 우승을 하는 기수인데 그같은 보배가 어디 또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가 국보급 기수로 올라서기 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충북 진천출신. 한마디로 촌놈이 스타됐다. 진천에서 중고등학교 시절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키가 작은 소년 태종은 애로사항이 많았다. 땅콩처럼 작은 키에 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짧아 페달을 밟기가 힘들었다. 다리를 쭉 뻗고도 발이 닿지 않아 발가락까지 잡아 빼고 기우뚱 기우뚱 거리며 자전거를 타야 했다.

행여 비라도 내리면 더욱 고생이 심했다. 한손에 우산을 든채 질퍽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가려면 온갖 쇼를 다해야 했다. 그렇게 그는 또래에 비해 키작고 지극히 평범한 소년에 지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이모네 집에 올라왔다. 가게를 하는 이모네 집에서 심부름을 했다. 한편 포크레인 운전기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중장비 학원에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운명이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 1985년 봄이었다. 이모부가 경마기수를 뽑는다는 모집공고를 봤다면서 한번 응시해 보라고 권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태종은 경마가 뭔지 몰랐다. 말을 타는 운동으로 승마가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다. 키작은 사람을 뽑아서 먹여주고 운동시켜 주고 월급까지 준다는 이모부의 말에 솔깃했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작은 사람들이 하기에는 좋은 운동이라는 말에 제12기 기수후보생 입시에 응시를 했다. 2차 필기 시험까지는 합격했으나 3차 면접에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음해에 다시 도전하여 합격을 하였다. 그때부터 그의 경마인생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실력이 형편없었다. 말을 타면 굴러 떨어지기 일쑤였다. 서울 말들이 시골 촌놈이라고 그를 깔보는 것 같았다.

동기생들중에서 중간쯤의 성적을 올린 평범한 후보생이었다. 어렵게 어렵게 교육 훈련을 받고 1987년 10월 드디어 견습기수로 데뷔한다. 어떤 선배가 기록이 저조한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왜 1등 한번 못하느냐. 똑같이 들어와 똑같은 조건에 똑같이 훈련받은 동기들은 잘하는데 너는 도대체 뭐하는 거냐?"면서 뜨끔하게 질타했다.

자존심을 밑바닥까지 건드린 그말에 충격을 받았다. 얼마나 부끄럽고 챙피했던지…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참담했던 기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이를 악물었다. '그래 꼭 해내고 말겠다.' 살아남는 길은 오직 실력뿐이었다. 피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1년 6개월만에 40승을 기록하여 견습 딱지를 떼고 정식 기수가 된다. 조금씩 성적이 올랐다. 말을 타기만 하면 생기던 두려움과 불안감도 사라진다.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당연히 1위로 들어오는 횟수가 늘어났다.

1991년 48승, 92년 57승으로… 1992년 5월 무궁화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하여 처음으로 대상을 안았다. 그해 열린 대상 경주 7개 가운데 3개를 휩쓸고 연간 MVP까지 거머쥐면서 단숨에 스타기수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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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08/18 10: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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