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도 싹이 튼다 - 김명수 자작시

고목에도 싹이 튼다 - 김명수 자작시

고목 나무의 밑둥은 찬밥

껍질은 두껍고 쭈글쭈글

쩍쩍 갈라져 볼품이 없다

어떤 고목나무의 밑둥은

흡사 거북이 등짝같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고목나무 위만 바라본다

올려다 볼수록 화려하다

나뭇 가지마다 주렁주렁

푸른잎새로 치장을 하고

꽃을 피워 멋을 낸다

화려한 시절이 지나가면

꽃은 땅에 떨어지고

더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

고목나무 위를 향하던 시선을

고목나무 아래로 돌렸다

그제서야 밑둥이 눈에 들어온다

고목나무 밑둥에

새싹이 올라왔다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고목의 밑둥에

생명의 싹을 틔웠다

기적같은 반전이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한둘이 아니다

계절을 잊은 벚꽃이

고목나무 밑둥에 피었다

새순이 돋는 계절에

빨갛게 물든 단풍도 있다

다름인가?

차이인가?

제철에 피는 꽃도 좋지만

고목나무 밑둥에

뒤늦게 돋아난 새순

뒤늦게 피어난 벚꽃

더없이 소중하고

더없이 아름답다

더없이 신기하다

날때부터 고목은 없다

새싹이 어린나무로 자라고

어린 나무가 고목이 된다

사람도 다를 바없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세월이 흘러 꼬부랑 나이가 된다

고목의 밑둥에 싹이 트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꼬부랑 나이가 되어도

꿈이 살아있다

마음에는 희망의 싹이 자란다

<김명수/인물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