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65) 그대이름은 괴짜 이수봉 (1)

[클릭이사람] (65) 그대이름은 괴짜 이수봉 (1)
 
엉뚱한 인생 이수봉 (51). 부친 때문이었다. 머슴살이부터 시작하여 자수성가한 부친은 돈밖에 몰랐다. 그래서 그의 인생이 꼬였다. 부친은 무섭고 엄했다. 자녀에게 툭하면 매질을 했다. 엄마에게도 무차별폭력을 휘둘러 댔다. 외삼촌도 삼촌도 야차하면 인정사정 없이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았다.

부친은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뒤떨어지는 것을 절대로 용서 못했다. 만약 나가서 다른 아이들과 싸워 코피라도 흘리고 집에 들어오면 죽는 날이었다. 왜 맞고 왔느냐며 몽둥이 지게 작대기로 사정없이 온몸을 구타하였다. 심지어는 삽자루로 휘둘러 전신에 피멍이 들기도 했다.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와도 집에와서 얻어맞기는 마찬가지. 맞은 아이가 집에 찾아와 부모에게 일러바치면 그즉시로 몽둥이 찜질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 성격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기에 밖에서 싸움을 하더라도 차라리 진탕 얻어맞고 들어온다. 그러면 맞은 아이가 자신이기 때문에 상대가 집에 찾아올 염려는 없다. 아버지한테 한번만 더 얻어맞으면 해결되니까… 이래 저래 억울한건 마찬가지 이지만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손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의 특이하고 모난 성격 때문에 되는 일이 없었다. 묵비권이 최고였다. 그래야 하루가 무사히 넘어간다. 행여라도 대답을 잘못했다가는 즉시로 얻어맞는다. 아버지 앞에서 아무말도 안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이 버릇이 되었다.

집에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뻥끗 안하고 있다가 밖에 나가 분이 풀릴때까지 마음대로 떠들어댄다. 마치 제세상이라도 만난 것 처럼… 산이나 들에 나가서 이상한 노래와 손가락 장단으로 사춘기를 보냈다. 집에서 뺨맞고 밖에 나가서 화풀이 하는 버릇이 생겼다.

산에서 연습하기 때문에 노래를 불러도 다른 사람들보다 특히 소리가 컸다. 집에서 생긴 모든 불만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박자에 관계 없이 악을 쓰고 불러대기 때문에 얼굴표정이나 목소리 자체가 이상한 형태로 변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옷이 젖듯 괴짜인생으로 변해간다. 밤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공동묘지에 가서 재주도 넘고 춤도 추고 손가락장단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혼자만의 신나는 쇼를 벌인다. 남한산성 숲속에서 일주일간 카세트를 틀어놓고 손가락장단 특훈을 하다가 간첩으로 오해받아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남들이 하는 것은 안하고 안하는 짓은 죽어라고 한다. 왜냐? 꼴찌 인생을 면하기 위해… 남이 하는 것을 하면 꼴찌가 되기 때문에 두사람 이상 모인 곳은 아예 가지를 않으려고 한다. 기를 쓰고 혼자 행동한다. 그래야 튀니까…

도박 화투 술은 하지 않는다. 두사람 이상 어울려야 하는 것은 무조건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이 하는 일은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는 아무런 흥미가 없다.

50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고 있다. 남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준다. 자신이 하는 사업은 모두 망하지만 남들이 하는 사업은 잘 도와준다. 장기둘때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안보이던 묘수가 옆에서 훈수할땐 잘보이는 이치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남들이 사업을 하다 망하더라도 그가 아이디어를 주면 불같이 일어난다.

그래서 남들은 그를 아이디어맨이라고 부른다. 심지어는 이박사로 통한다. 하지만 자신의 일은 도대체 되는 일이 없다. 남들에게 사업을 잘되게 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부도날 지경의 회사도 살려낸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결코 남에게 해로운 인물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재물을 가져다 주는 복덩어리 인생이다.

자기 인생은 꼬일대로 꼬여 되는 일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보석같은 아이디어를 남들에게 많이 제공할수 있을까? 그가 살아온 인생길을 더듬어 보면 충분히 그럴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다. 어려서부터 많은 자료를 모으면서 아이디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의 집에는 특이한 자료가 많다. 별명도 특기도 취미도 자료 수집. 신문보는 것이 직업이 되었다. 하루에 일간지를 다섯 개 이상 본다. 자본주 구하는 것이나 아이템 찾는 거나 현상수배 상품판매 등 특이한 내용만 추려서 자료로 모아 놓는다. 자료들을 모으다 보면 유별난 것을 좋아하는 그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도 아이템을 구하거나 자본주를 찾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남들에게는 빛과 소금같은 인생이다.

십을 번다면 일이나 삼까지는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한 자신의 생계수단이고 나머지 칠 팔은 남을 위한 몫이다. 자신은 손해를 보는 꼴이지만 남에게는 그만큼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는 바보같은 짓이지만 남들로부터는 슈바이처같은 사람이라는 덕담까지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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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8/08 1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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