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62) 성공신화를 엮어나가는 글로벌 여성 이주현 (3)

[클릭이사람] (62) 성공신화를 엮어나가는 글로벌 여성 이주현 (3)

이벤트 플래너로써 또 기술진으로써 뉴욕의 여러 호텔이나 각종 행사장에서 치르는 행사에 관계한다. 예술 공연 기획가로서도 점점 자리를 굳힌다. 뉴욕 야외 공연의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Dancing in the Streets에서 프러덕션 메니저로 미국의 유명 안무가와 댄스 컴퍼니의 공연 기획을 맞는다. 센트럴 공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브루클린 선착장 등 그녀의 땀방울이 곳곳에 배어있다. 프랑스 마임가 Marcel Marceau 의 미국 순회 공연을 맡아 일을 했던 Micocci Productions, LLC 에 부킹 어소시에트로 일한 적도 있다.

그때 마이클 모션(Michael Moschen) 이라는 시각 예술가 겸 저글러를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일을 진행하다가 한국에서 IMF가 터지는 바람에 무산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 회사 사장 Tony Micocci와 함께 일하며 뉴욕 카네기 홀, 링컨 센터등 대규모 극장에서 해외 공연 유치를 하는 계획을 배워 나간다.

기획가로 가는 목표에 그렇게 조금씩 접근해 갔다. 스모키 죠스 카페, 스톰프, 포 에버 탱고와 같이 우리들의 귀에 익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기획하는 Richard Frankel Procutions 에서 일을 하게 된다. 예술 행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꼭 일해보고 싶어하는 선망의 회사에 당당히 입사 한다. 그곳에서 미국의 소규모 비영리 단체와 기업 예술 단체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되고 그 회사의 부속 기관이었던 Broadway Asia에서 동시에 일하는 기회를 갖는다.

한국의 난타 (미국명 Cookin)팀을 영국 에덴버러 페스티발에 참가 시켜 상품화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인 단체를 돕는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한국 대표로 외국에 나와 열심히 땀을 흘리는 팀원들에게 모든 정성을 쏟았다.
기회가 오지 않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오면서 기획가로서의 경력은 더 많은 기회로의 문을 열어 주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일 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평판을 들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프로듀서로부터 전화를 받고 일하게 된 뮤지컬 팔만대장경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대학 졸업후 줄곧 미국에서 사회생활을 해온 탓에 한국의 사회 문화와 동떨어진 미국식 사고에 배어있다는 것을 그때까지는 잘 몰랐다.

항상 모든 일을 체계적이고 계획성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주먹 구구식 처리 방식은 그녀를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 가게 만든다. 공연 장치가 설치되는 당일 약속시간이 지나도 온다는 기술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타이트 하게 짜여진 스케줄과 여러 다른 파트와 함께 공연 셋팅을 준비 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기자재와 기술진이 도착하지 않아 몸이 달았다. 급기야는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직접 조명까지 만지게 되었다. 너무 신경을 쓴 탓에 그만 장이 꼬여 버리고 말았다.

응급실에서 3시간 동안 링겔을 꼽고 (물론 부모님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약이 다 들어간 후 팔이 통통 부은채 다시 극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여러 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공연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사전 계획이 치밀하지 못한 탓에 공연은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피부색이 같은 한국인들과 함께 살을 맞대고 일을 했다는 뿌듯함에 한없이 기뻤다.

하루 일과중 사무일을 보는 외에 소중한 시간이 있다. 1998년 7월 Dancing in the Streets에서 일할 당시 우연히 딴지일보 기사를 본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까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이메일이 날라온다. 누군지 얼굴은 모르지만 편지를 보내 주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녀에겐 누나 언니 또는 주현씨라고 부르는 사이버 친구들이 전 세계 도처에 깔려 있다. 학교교사 회사원 대학생 유학생 등등…

편지를 보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웠던 시절이나 현재 고민거리를 거침없이 토해 낸다. 그녀 또한 그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 준다. 그녀의 기사가 인터넷이란 전산망을 타고 퍼진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메일을 받는다. 메일을 받는 그 하나만으로도 많은 힘이 되어준다.

자신의 글이 낙심하거나 절망에 빠진 학생 또는 직장인에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이메일 한 장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즐거운 하루를 열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 하나 받는 메일에 답장을 하게 된다.

그녀는 우스개 소리로 이제는 돗자리 펴도 되겠다고 한다. 인생 카운셀러가 될 정도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2년 동안 유학 상담을 해온 그녀는 한국에서 뮤지컬 제작을 하고 있을 당시 아는 분의 소개로 한 한국인 학생을 도와 주게 된다. 그 학생이 뉴욕에 도착하기 전에 학교 입학 전까지 머무를 하숙집을 구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등록에 걸친 여러 실무를 옆에서 직접 도와주게 된다.

한국인 학생을 도와 학교 수속을 밟고 있는 그 자리에는 다른 해외 유학생들이 많이 있다. 한 일본인 학생이 택시를 타고 학교 기숙사 정문 앞에 내리고는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두바퀴를 돌고 나서야 정문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는 한국인 학생을 도와 주며 그녀의 옛 기억을 떠 올린다.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정착하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미국에 온 한국인 학생과 여러 날을 함께 하며 이런 유학생들을 위해 도움을 줄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형식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뉴욕에 온 학생들에게 현지 적응은 삭막하다.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면 유학 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인터넷 정보도 직접 옆에서 도와 주는 사람과는 다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와도 그것만으로는 감정도 대화도 할 수 없는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할 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녀는 자신의 어려웠던 유학 생활을 토대로 뉴욕에서 첫 시작하는 여러 학생들에게 생존 방식을 가르쳐 주는 서비스업을 구상한다.

그러나 사업을 해 보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도 돈 한푼 얻을 곳이 없었다. 주위에는 아는 사람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던 크레디트 카드 3장으로 일을 시작한다. 남에게 빚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망해도 혼자 망하겠다는 마음에서 계획을 짜나간다.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 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한다.

많은 회사들과 사이트 제작을 타진해보고 직접 만나보기도 하지만 가진 돈으로는 견적가에 훨씬 못 미친다. 그렇게 인터넷 디자인 사이트를 찾아 헤매다 한 곳을 발견한다. 그리스 아테네에 자리한 IQN.NET 이란 회사였다. 그녀가 보냈던 계획안으로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낮은 가격의 사이트 제작비를 요구하였다.

곧바로 그 쪽과 손을 잡고 한달간 이메일을 교환하며 일을 진행시킨다. 마지막 한 달은 아예 그리스에서 먹고 자며 함께 작업을 해나간다. 열악한 환경이다. 조금이라도 돈을 절약하기 위해 그리스까지 건너가서 영어를 못하던 그곳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드디어 사이트를 완성한다.

완성된 사이트가 운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메일을 보낸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직접 안내가 생소할 뿐이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많은 학생들은 그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비싸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직접안내를 받아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첫 고객이었던 이대생 1명과 홍대생 2명이 그녀의 안내를 받은 후 다시 전화를 해온다.

"언니, 도와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다른 한국 학생들은 그날 등록도 못했어요. 언니, 우리는 8월 11일 한국에 들어갑니다. 그때도 도와 주세요."

한번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다시 찾아온다. 비록 안내만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친언니 누나와 같이 따뜻한 정이 있고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JHR Student Services International, Inc. 그녀는 동양 지역의 학생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와 직접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의 창업 이사이며 대표이다. 그녀는 덧붙인다.

"말만 사장이지 솔직히 저는 고객의 심부름꾼일 뿐입니다."라고…

시험 단계로 운영하고 있는 현재의 사이트를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많은 방문자들과 고객을 상대하며 그들이 절실히 필요한 정보를 담을 셈이다. 몸으로 뛰는 일에는 자신이 있다. 자신은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줄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새내기 사장. 앞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까지 손을 뻗칠 계획이다.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고 인간이라면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화로 진출하기 위해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 일본어 불어까지 대화할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 그녀는 말한다. 현실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무릎을 꿇을지언정 절대로 포기는 없다고… 넘지 못할 산이라면 돌아서라도 간다고…

지난 7년 동안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와 있다. 이제 그녀 앞에는 또 다른 인생의 도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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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8/04 11: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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