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323) 보고 싶다

김명수기자 | 입력 : 2021/01/18 [11:47]

[세상엿보기] (323) 보고 싶다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외출하기가 두려운 세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코로나가 소통을 막아놓았다.

 

▲ 김명수의 1972년 1월 모습. 중학교 졸업식 끝나고 졸업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다.     ©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마음이 답답하다.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사라져버린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옛 친구들이 보고 싶다.

흑백 tv도 없어서 라디오로 드라마를 청취하고, 등잔불을 켜고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다.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농촌에 가면 지게와 우마차가 짐을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이었다.

초가지붕위에 박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고, 여름밤 앞마당에 멍석 깔아놓고 하늘에 총총 박힌 별들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곤 했다.

검정고무신을 신고 둘둘 말아 접은 책 보따리를 어깨에 대각선으로 걸쳐 꽁꽁 동여맨 모습으로 7km 떨어진 학교를 뛰어다녔다.

꼬불꼬불 산길을 냅다 달리다보면 필통의 연필이 달가닥 거리면서 묘한 하모니를 이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중학교는 집에서 10km나 떨어져 있었다. 비오는 날 비닐우산 쓰고 터벅터벅 걷던 등하교 길에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지나가면서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난감해 하던 추억도 지나고 보니 아름답게 느껴진다.

버스 안내양이 흔들리는 차안에서 중심을 잡고 서서 승객들을 태우고 오라이 하면 버스가 출발했다. 그 시절이 그립다.

메뚜기를 잡아서 구워먹었고, 산에 가서 머루, 다래, 어름 등을 따먹었다. 아버지는 허리에 자루를 매고 손에 집게를 들고 들로 산으로 다니다가 뱀을 만나면 집게로 잡아서 자루에 집어넣었다.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는 집집마다 뱀을 잡아 보관하는 통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담배 농사를 많이 지었다. 빨래는 우물에 가서 했다. 겨울에는 엄마 누나들이 꽁꽁 언 얼음을 방망이로 깨고 물속에 빨랫감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두들겨 패기를 반복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남자들은 양 끝에 갈고리가 달린 물지게를 지고 동네에서 300m쯤 떨어진 개울가 샘터에 가서 물을 퍼왔다. 여자들은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원형 짚 받침대(똬리)를 머리위에 얹어놓고 그 위에 물동이를 올려 물을 날랐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이 찰랑거리며 흔들리는 데도 기가 막히게 중심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서커스 묘기였다.

딱지치기, 자치기, 썰매를 타면서 놀았고, 자고 일어나면 정자나무 앞에 모여 맨손체조하고 마을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잎담배를 말아 넣은 곰방대를 화롯불에 붙여서 담배를 피웠다. 재래식 부엌에는 가마솥이 3개나 걸려 있었다. 매 끼니 삼시세끼 밥도 가마솥으로 지었다. 밥을 다 푸고 나서 맨 밑에 엉겨 붙은 누룽지는 최고의 별미였다.

사랑방엔 볏짚으로 커다란 둥가리를 만들어 고구마를 가득 채웠고, 집 뒤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저장한 장독대가 있었다.

겨울이 오면 마당 한쪽에 구덩이를 파서 김장 김치를 묻어놓았다. 어머니는 얼음이 얼어 사각거리는 홍시를 꺼내서 간식처럼 내놓곤 하셨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소중하고 귀한 선물인줄 몰랐다.

명절에는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여 수십명이 안방, 마루, 마당까지 늘어서서 차례를 지냈다. 지금도 생각난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때가 너무 그립다.

아무리 목 놓아 불러도 대답 없는 어머니, 아버지! 너무 보고 싶다. 친구도 보고 싶다. 지나가버린 옛날의 모든 것이 보고 싶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추억만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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