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61) 성공신화를 엮어나가는 글로벌 여성 이주현 (2)

[클릭이사람] (61) 성공신화를 엮어나가는 글로벌 여성 이주현 (2)
 
뉴욕 대학교의 수업료는 엄청났다. 죽어라 일을 해도 뉴욕 대학원의 등록금을 대기가 벅찼다. 학교를 다니며 여러 곳에 장학금 신청도 해보고 미국과 한국에 있는 장학금 단체에도 도움의 손길을 뻗어 보았다. 하지만 그 흔한 장학금 한번 받을 기회는 오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인생이란 게임에 도전해 보겠다고…

먹고 살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 다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뉴욕에서 생존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유학생 이라는 신분 때문에 당일 현찰로 받는 일을 찾아 남의 집 청소부 자리를 얻는다.

한국에 있을때 궂은일 한번 안해본 작고 하얀 손은 이제 남의 집 화장실 변기 청소부터 빨래 까지 해주는 일일 파출부의 거친 손으로 변한다. 생계 유지를 위해 몸으로 부딪치는 일에는 이력이 붙을 정도로 강한 자신을 만들어 나간다. 청소부 베이비시터 공사판막일 식당종업원 이삿짐 센터 짐꾼등 밑바닥 경험을 통해 많은 인생공부를 한다.

석사과정 4학기. 졸업을 앞두고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한 풀 타임 허드렛 일을 구한다. 처음으로 일했던 아프가니스탄 식당인 카이버페스. 불법 체류자나 유학생을 고용하다 걸리면 벌금과 더불어 식당의 문을 닫아야 한다며 주인장은 소일 거리를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하라고 했다. 유학생이란 꼬리표 대신 접시 닦이라는 새로운 명찰을 붙여 준다. 식당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순간만은 대학원을 나온 석사가 아니었다. 식당에서 일하면 식순이, 남의 집에서 일 하면 파출부 그뿐 이었다. 대학원 졸업 석사라는 자존심은 더 이상 아무런 쓸개짝에도 없는 다 떨어진 고무신과도 같았다.

그당시 접시 닦이를 하며 12시간씩 일하고 번 돈은 하루 총 30불. 불평 한마디 안하고 접시만 닦은지 6개월만에 웨이트레스로 승진한다. 똑같은 일을 해도 뭐든지 남들보다 빨리 배웠다. 남들 한테이블 오더 받을 때 두 서너 테이블 받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단골 손님도 많았다. 단골 손님이 좋아하는 메뉴와 음료수를 다 기억할 정도로 머리회전이 빨랐다. 식당 주인은 그렇게 매상이 올라가도록 일 하는 종업원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임금을 더 받지는 않았지만…

항상 배가 고팠다.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었다. 식당 종업원은 메뉴에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남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이상한 향(실란트로)을 사용하는 음식이 안맞아 구역질 까지 나던 아프카니스탄 음식은 이제 별미로 먹을 정도로 입에 배게 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주머니에 차곡 차곡 쌓이는 구겨진 1불짜리 지폐는 돈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교훈이 된다. 하루 하루 번 돈을 모아 저축하는 즐거움에 잠자는 서너 시간을 빼고 열심히 일하며 공부한다. 1불 짜리 핫도그 하나 사 먹기도 아까워 했다. 20불로 한달을 연명한적도 있다.

스페인·멕시코계열 흑인들과 함께 일하며 불법 체류자들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 한편으로는 그들도 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없다고 괄시를 받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아주 작은 것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없고 배고파도 서로를 위해주는 무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눈앞에 닥친 현실앞에 미국은 더 이상 영화에서만 보던 화려하고 멋진 나라가 아니었다. 미국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냄새 나는 마늘 파 김치도 먹는 사람이 섞여 살아가는 사회였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2년 가까이 일했던 식당의 악덕 주인으로부터 인간 경영의 절대 교훈을 배우고 그것은 후에 그녀의 인성을 채우는데 큰 몫을 하게 된다. 배가 고파 슈퍼에서 빵을 훔쳐 먹은 것도 배고픔의 진리를 깨우쳐준 인생 공부가 되었다.

그렇게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하며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를 발견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다름아닌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은 학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주었다.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론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무용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 한 후, 1년간 자신의 전공 분야에 관련된 일을 훈련할 수 있는 프렉티컬 트레이닝(Practical training) 기간이 허락되었다.

미국 생활 2년째. 무용학 석사를 하며 많은 미국 무용단체의 정보를 입수한다. 어떻게 하면 공연 단체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 어렵게 돈을 모아 뉴욕대학원 평생 교육원에 있는 예술 행정학 자격증 과정을 따는 여름 집중코스를 밟는다. 마케팅시간에 초청강사로 수업에 참가했던 한국계 미국인인 준 초이(Jun Choi) 라는 분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은 AAAA(Asian American Arts Alliance) 의 Executive Director 였고 그분을 통해 가을 인턴 채용에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그곳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며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과정을 밟게 되고 자신을 향상 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직원이 전화를 받는 매너와 서류 하나 작성하고 인쇄를 하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게 미국 사회에 뿌리 내리기 위한 자기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생활에 적응해 나가면서 자신이 한국인임을 부인할수 없었다. 많은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뉴욕에서 동양사회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양인이 소속된 여러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해나간다. 동양계 미국인의 이모저모를 배운다. 동양계 미국인 회사에서 진행하는 많은 워크샵이나 세미나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그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산 경험을 쌓아 나간다.

동양계 미국인들과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들로부터 이름이 알려진다. 한국어와 중국어가 가능했던 그녀에게 아시안 지역을 타겟으로 행사를 준비하던 마케팅 회사에서 일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미국 최대의 서커스 단체인 'Ringling Brothers and Barnum & Bailey Circus'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서 한국인과 중국인 교포를 대상으로 매표와 홍보를 책임지는 일이었다. 아시안 나이트라는 행사를 위해 한국인과 중국인 교포를 상대로 마케팅을 맡는다. 행사가 만족스럽게 끝나고 조금씩 사회인으로서의 입지를 키워나간다.

96년 7월. 한국에서 통역을 맡아 일을 하며 수업을 했던 바로 그 'American Dance Festival'에 '행정 인턴'으로 뽑혀 Durham, North Carolina에 있던 듀크 대학에서 90일간의 인턴 생활을 시작한다. 인턴 3개월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는 완전백수로 전락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7월 어느날. 뉴욕 43가 브로드웨이에 새로 오픈한 (지금은 없어졌지만) "Stardust, Dine-O-Mat"이란 레스토랑에 손님을 안내하는 식당 호스티스로 일하게 된다. 거기서 2년을 일하며 그 식당 주인이 운영하고 있던 50가 Ellen Stardust에서도 일을 한다. 열심히 일한 덕분으로 뉴욕에 5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주인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그 후로 뉴욕의 대형 식당이나 바(Bar)의 매니저로 일하게 된다. 뉴욕 식당 경영과 케이터링(Catering)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접한다.

그러나 목표한 기획가가 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하나 하나 경력을 쌓아 나간다. 실력과 경험을 중시하던 미국에서 원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한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을 하던 뉴욕이란 거대 도시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렇게 행사장 말단 종업원부터 시작하여 바라던 이벤트 플래너 자리까지 올라간다. 그녀의 경험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모든 일은 단지 돈이 아닌 사람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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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8/04 11: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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