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293) 60대 시니어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의 가을 여행

김명수기자 | 입력 : 2019/10/10 [19:15]

[세상엿보기] (293) 60대 시니어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의 가을 여행

 

60대 시니어 14명이 추억의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고등학교 동창들로 월 1회 정기 산행 모임(일명 산사랑)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친구들이다.

 

  

나이 60이 넘으면 대부분 현직에서 은퇴하고 뒷전으로 밀려나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위축되기 쉽다. 일을 더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보니 주머니도 얇아지고 불러주는 사람도 없다.

그런 현실에서 산사랑 모임은 아주 특별하다. 회칙도, 회비도 없지만 끈끈하고 지속적으로 모임이 유지되고 있다. 격식이나 체면을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 배려하고 헤아려주기 때문이다.

몇 년째 매달 청계산만 줄기차게 고수해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을 만날 기대감에 군소리 하나 없이 기분 좋게 참석한다. 모임에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임에 빠졌다고 해서 이유를 묻지도 않는다.

산사랑 모임의 10월 산행은 특별 이벤트로 충남 예산 수덕사 덕숭산을 산행한 다음에 덕산온천에서 온천욕을 하고 나서 출렁다리를 돌아보는 코스로 잡았다. 60대 중반을 치닫는 친구들에게도 이번 가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남달랐다.

이홍열 회장이 여행 일정 안내와 함께 1인당 경비 4만원이라는 내용을 단체 카톡방에 사전 공지하자 참석의사를 밝힌 친구들이 앞다퉈 지정 계좌로 입금했다.

최근에 신입 회원으로 들어온 김정환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45년 만에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났다.

아침 84513명의 60대 친구들을 태운 차량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을 출발했다.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투철한 김호관 친구가 기사를 자청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인생도 계절도 익어가는 10월의 어느 푸르른 날에 가을 소풍을 떠난다는 설렘으로 간밤에 잠을 설쳤다는 친구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긴 일정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갓 돌아와 시차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잠 한숨 못자고 나온 친구도 있다.

60대 나이도 잊은채 친구들은 어느새 45년 전 까까머리 고딩 시절로 돌아갔다. 출발 2시간 만에 예산 수덕사에 도착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친구(서병재)가 합류해서 일행은 14명으로 늘어났다.

여행의 첫 코스로 수덕사 뒤에 자리 잡은 덕숭산(해발 495M)을 산행했다. 1080개 돌계단으로 이어진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시간이 예상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렸다. 나이는 못 속인다. 산을 올라보니 젊은 날의 내가 아님을 실감한다. 다리는 아프고 몸은 지쳤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바람에 온천욕은 생략하고 바로 식당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스케줄 취소를 불평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픽업을 책임질 기사가 바뀌어 모임을 헌신적으로 이끌어가는 중심이자 회장인 이홍열 친구가 운전대를 잡았다.

윤긍식 친구의 즉석 맛집 추천으로 수덕사에서 20분을 차()로 달려 예산 50년 전통 할머니 장터국밥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행하는 내내 끝말잇기처럼 친구들의 말이 끊어지지 않았다.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도, 유머도, 실없는 농담도, 심지어 정치얘기도 모두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즐겁게 소통했다.

오후 1시가 훨씬 지나 배가 촐촐하던 참에 맛집으로 소문난 50년 전통 식당에서 수육과 장터국밥을 먹으니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옛날 시골 ‘5일장날 고향에서 먹던 장터 국밥 생각이 절로 났다.

식사를 마친 후 예당저수지 관광지로 이동하여 출렁다리를 건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다리가 출렁거려 겁이 나면서도 묘한 쾌감이 공존했다.

조정연 친구는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행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멋진 인증 사진을 찍었다. 하나같이 고마운 친구들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려 어디를 봐도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났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도, 알록달록 오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도,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녘도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 왔음을 알렸다.

친구들을 태운 차량이 오후 730분 오리역에 도착하면서 60대 시니어들의 추억 여행은 끝이 났다.

추억의 가을 여행을 함께 하면서 친구들과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정환 친구는 미국에서 20년간 살다가 한국에 돌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떨릴 때 하라는 말이 있다. 갈수록 고령화 사회로 치닫는 현실에서 60대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순발력이 떨어지고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기지만 아직도 여행을 하면 가슴이 떨린다.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한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값진 소확행이었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2019년 10월10일 19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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