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684부대 시리즈] (30) 대방동에 멈춰선 흉물스런 버스한대

김명수기자 | 입력 : 2002/06/24 [19:02]

[실미도684부대 시리즈] (30) 대방동에 멈춰선 흉물스런 버스한대 
 
영문도 모르고 장병들이 받아든 흰 백지는 유서를 쓰라고 돌린 종이였다.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유서를 남기라는 말에 장병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한편으로는 카빈실탄이 15발들이 각 4개씩 60발이 지급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선임하사관이 돌아다니며 가위로 장병들의 머리털을 한 웅큼씩 잘라내는 것이었다. 

손톱을 잘라서 손바닥에 쥐고 머리털과 함께 유서를 쓴 종이에 계급, 군번, 성명을 적고 봉투에 넣어 제출한 장병들은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에 경비 배치구역 전투대별로 분승하여 탑승하기 시작하였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차량들이 출발하였다.

그런데 정문을 나서던 차량들이 다시 돌아오고 기지 외곽에 설치된 엄폐호로 배치되기 시작하였다. 당초 대방동 삼거리에서 무장공비들과 시가전으로 저지할 계획이었는데, 지상군(육군)이 배치된다는 통보에 따라 공군요원들은 기지방어 전투에만 투입되게 된 것이었다.

이 때쯤 대방동 공군본부 및 노량진, 국정교과서, 유한양행 상공에는 무장공비의 침투로를 따라 이를 취재하려는 신문과 방송사의 헬기들이 선회비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장병들은 처음에 긴장된 자세로 엎드려 사격자세를 취했다. 2시간여 경계근무 동안 적 출몰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유한양행 앞에서 교전중이라는 정보로 다시한번 긴장을 가다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전중이라는 상황전파 후로부터 상황이 종료된 것을 통보 받기까지는 약 1시간 가량 더 경계 근무를 한 뒤였다. 그날 저녁 긴 하루를 토치카에서 보낸 장병들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대식당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바로 그때 장병들은 공군본부 제 2 정문과 사병식당, 그리고 공군본부 청사 건물이 갈라지는 영내의 삼거리 길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흉물스러운 시내 버스 한대가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옆을 지나는 순간 장병들의 눈에 비친 버스는 처참했다. 총알과 수류탄 파편으로 벌집처럼 구멍이 뚫려서 만신창이가 된 버스의 바닥에는 피가 강물처럼 흘리고 있었으며 유리창을 비롯한 버스의 벽면에는 아직까지도 온기가 느껴지는 살점들이 여기저기 무수히 붙어 있었다.

때는 여름인지라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버스안을 들여다보니 구멍이 뻥뻥 뚫려서 그 당시버스 안에서 벌어졌던 처절했던 상황을 한 눈에 읽을 수가 있었다.

그 참혹한 구멍으로 보이는 하늘은 그냥 보는 하늘보다 더욱 파라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그런데 웬걸 그 버스의 뒤쪽 천정에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보니 누가 꼽아 놓은 것처럼 한 사람의 팔목이 구멍 뚫린 천정에 끼어있는 것이었다.

시계의 가죽끈이 덜렁대는 왼팔이 달려 있는 그 버스를 야간에 봤다고 하면 누구라도 전율했을 것이다. 684 공작원들은 그렇게 처절하게 죽어갔다.

조국 대한민국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몸부림치며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했던 증거를 이렇게 남겨놓고 그들은 처연하게 그들의 길, 죽음의 길을 간 것이었다.
 
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미디어칸 김명수 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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