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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궁지기의 눈에 비친 비오는 날의 창경궁 풍경
 
김명수기자 기사입력  2018/05/30 [10:40]

야간 궁지기의 눈에 비친 비오는 날의 창경궁 풍경

 

 

서울의 고궁 창경궁에서는 요즘 매일 야간 고궁음악회가 열린다. 낮에 창경궁에 들어와 머물다가 저녁 6시 문을 닫기 전에 퇴장한 후 오후 640분경 야간 개장하자마자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고궁음악회는 이제 창경궁의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529일 저녁 7. 공연시작 10분 전이다. 낮에만 해도 멀쩡하던 하늘에 서서히 먹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행여 공연이 취소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통명전 월대에서 고궁음악회가 예정대로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공연장을 찾는 발길이 삼삼오오 이어졌다. 임금님과 대왕대비마마, 궁녀와 신하들이 머물던 자리에서 퓨전음악과 재즈(JAZZ)와 국악이 만나는 비오는 날의 창경궁 야간 고궁음악회는 궁지기의 마음까지 심쿵하게 만들었다.
 

 
창경궁 야간 조명 사이로 긴 꼬리를 드러내며 조용히 내리는 비가 재즈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창경궁의 수요일 밤을 연출했다. 공연 중간에 하늘도 필(feel)을 받았는지 우르릉 쾅쾅 요란한 천둥소리를 내며 한바탕 장단을 맞춘다.
공연장면을 놓칠 새라 어린 두 자녀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의 무게가 느껴진다.
오늘은 특별히 미국 인디애나주립대(ISU)학생 14(인솔자 3명 포함)이 하계연수차 한국에 왔다가 야간개장한 창경궁 고궁음악회를 단체로 감상하여 눈길을 끌었다.
야간 궁지기인 나의 근무장소는 고궁음악회가 열리는 통명전(남쪽)앞 경춘전이다. 때문에 공연장면을 고스란히 지켜 볼 수 있다.
궁지기 앞으로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관람객이 다가왔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다.
때마침 궁내 야간 순찰을 돌던 경비지도사(이명준)도 함께 있었다. 여성관람객은 궁지기와 경비지도사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비오는 날 밤 야간 개장이 끝나갈 무렵의 창경궁 모습.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궁지기의 모습은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지만 궁지기의 손에 들고 있는 야광봉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보인다.     ©

 
야간에 고궁을 제 발로 찾아올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래도 문화적 소양과 의식이 있는 문화인이 아니겠느냐면서 그런 관람객을 위해 창경궁에서 우산을 빌려주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아니면 1회용 비옷이라도 제공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오늘같이 이렇게 갑자기 비가 오는 날 창경궁에 야간 입장을 했다가 우산이 없으면 구입할 수도 없으니 난처하기 짝이 없다면서 우산을 제공하고 나중에 가져오면 환불해주는 우산보증금제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굿(good)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지기는 여성 관람객에게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요즘 마치 창경궁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니 꼭 설문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성관람객이 자리를 뜨고 10여분쯤 지났을 무렵에 또 다른 관람객(남성)이 궁지기 앞으로 다가왔다.
공교롭게도 그 순간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있는 궁지기에게 아저씨 이거 입고 근무하세요. 감기들어요라고 말하면서 일회용 비옷을 건네준다.
포장을 뜯지도 않은 우의를 받는 순간 따뜻한 온정이 담긴 관람객의 마음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맙습니다  
관람객으로부터 뜻밖의 깜짝 선물 우의를 받고 나니 기분이 뿌듯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한다. 야간 궁지기의 눈앞으로 쉴 새 없이 관람객들이 스쳐지나간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이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 창경궁은 갑자기 비가 올 경우에 대비해서 야간 관람객을 위한 일회용 우의가 비치돼 있는지 궁금하다.
경비지도사가 2번째 순찰을 돌던 중에 다시 마주친 궁지기에게 우산보증금제 도입을 제언한 여성관람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창경궁에서 서비스개선을 위해 실시하는 관람객대상 설문조사에 퇴장할 때 참여했다는 것이다.
야간 궁지기의 눈에 비친 비오는 날의 창경궁 풍경이었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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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30 [10:40]  최종편집: ⓒ 인물뉴스
 
부초 18/05/30 [11:54] 수정 삭제  
  사람에 따라서는 진정서 내지 민원글 올릴만도 한데... 이처럼 사람에 따라 표현방법도 다르다는거... 역시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사회 주변의 불편함과 부정스런 일들을 세련되고 능숙한 표현으로 기사화 하신 김명수 기자님께 홧~팅을 외치고 싶습니다~ 더우기 은퇴세대로서 하시는 궁지기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이 대단하고 또한 성실히 임하시는 모습에서 존경심과 경애를 표하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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