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꾼 한 장면](3) 가장 아름다운 약속

▲  네 쌍둥이 자매가  길병원에 근무중  © 조영관 기자

"네 쌍둥이 자매가 자신들이 태어난 병원의 간호사가 된 사연"
  
네 쌍둥이와 길병원의 인연은 21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씨와 부인 이봉심씨는 결혼 5년째인 1988년 말, 둘째가 임신된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놀랍게도 70만분의 1 확률이라는 네쌍둥이다.
그런데 출산 예정일 전에 양수가 터졌다. 그래서 인큐베이터가 있는 길병원으로 몸을 옮겼다. 부부는 당장 입원비며 인큐베이터 비를 걱정했다. 이를 딱하게 여긴 길병원 이길여 이사장은 일체 병원비도 받지 않고 산모가 퇴원할 때까지 돌봐 주었다.
 
“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산모의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렵더라고요.” 산모와 아이들이 퇴원 할 때 이 이사장은 수술비와 인큐베이터 사용비를 받지 않았다. 
 

▲ 21년전 네쌍둥이 출생을 도운 이길여 길병원 이사장    © 조영관 기자

그리고 이 이사장은 부부에게 “네 아이들이 자라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대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그 뒤 이 이사장은 바쁜 생활 속에 이들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2006년 사진첩을 정리하던 중 18년 전의 약속을 떠올리며 가족들을 수소문하던 끝에 경기도 용인에 네쌍둥이 가족이 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린시절의 꿈은 다양했지만 4명 모두 ’백의의 천사’라는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다행히 합격은 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던 이들에게 행운이 날아들었다.
다시 한 번 극적인 재회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 이사장은 기특하게 자라준 네쌍둥이에게 입학등록금과 2300만 원의 장학금을 선물했다. 첫번째 약속을 지켰다.
 
이 이사장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 주겠다"고 두 번째 약속을 했다.
 
네쌍둥이는 이때 말한 이사장의 따뜻한 약속을 기억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네 자매는 지난해 1월 치러진(2016년 1월) 제 50회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네 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하자 이 이사장은 약속대로 이들을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했다.
 
21년 전 가천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쌍둥이가 같은 병원에 나란히 간호사로 취업했다.
네쌍둥이는 이사장의 따뜻한 약속을 기억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이길여 이사장은 약속을 모두 지켰다. 서로서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아름답다.
그것도 조건부가 아닌 베푸는 선한 약속이야말로 더욱 가치가 있다.
<인물뉴스닷컴/ 조영관 기자 choyk434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