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55) 6백만원의 사나이 김욱성 (1)

[클릭이사람] (55) 6백만원의 사나이 김욱성 (1)
 
6백만원의 사나이 김욱성(37).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라는 도시에서 전문여행사 로얄고속관광(myhome.shinbiro.com/~royalexp/)을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전세버스를 제공하고 현지관광 안내를 하고 있다. 남섬여행을 하다보면 명소와 명물도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김욱성이 있다. 어쩌면 그는 지금도 한국인 관광객을 싣고 남섬을 종횡무진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1992년 뉴질랜드에 처음 들어갔다. 동행하는 이 하나없이 오직 혼자 몸으로… 부산출신. 대학을 10년만에 마치고 그해 4월에 출국했다. 관광버스회사를 차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간직했던 꿈이 하나 있었다. 세계를 두루 여행 해 보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만나면 그곳에서 관광회사를 차리겠다는 꿈이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도 해외관광규제가 풀리게 되었다. 마음으로만 꿈꾸던 계획을 실행에 옮겨 보고 싶었다. 수중에 600만원이 마련되자 과감히 한국을 떠난다. 해외에서 지내기 위한 자금으로 600만원은 결코 큰돈이 아니었다.

꿈과 젊음으로만 가득 찼던 600만원의 사나이. 그의 해외여행은 우선 동남아로부터 시작하였다. 호주 대륙 답사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곧장 날아가려다 마음을 바꿨다. 호주에 온이상 미국에 가기전에 이왕이면 이웃 뉴질랜드를 경유해야 여러 가지로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그를 꽁꽁 묶어놓고 말았다. 뉴질랜드 남섬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리는 바람에 결국 그는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는 그곳에 눌러 살게 된다.

그가 아무리 배짱 두둑한 사나이라지만 영주권 없이는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우선 영주권을 신청하고 정처 없이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듯하게 준비해온 자금은 바닥이 났다. 한 조각의 토스트와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처지가 되었다. 마침내 그는 뉴질랜드 영주권을 얻게 된다. 그에게 영주권은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합법적인 근로허가서였다.

믿거나 말거나 이민사회에 전해지는 교훈적인 일화가 하나 있다. 5억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은 몇년도 못가서 500만원밖에 안남지만 500만원을 가지고 온 사람은 5억을 벌게 된다는 말이다. 이민자들이라면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하는 이민헌장과 같은 이야기. 그만큼 새로운 세계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민자에게 돈보따리보다는 열심히 일을 하겠다는 마음자세가 더욱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당장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누가 힘든 일을 자처하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이민자금으로 목돈을 챙겨온 사람이라 해도 해외에서 규칙적인 수입없이 생활하다보면 싸가지고 왔던 목돈은 어느새 푼돈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게 된다. 잠자리 먹거리등 그 어느 하나도 공짜가 없을 뿐 아니라 서비스 요금 또한 한국보다 월등히 비싸기 때문이다.

영주권을 얻게 되자 그는 당당히 그리고 신명나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바닥이 드러난 주머니는 근로 의욕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영주권을 기다리는 동안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만큼 일을 한다는 자체가 그에게는 기쁨이었다.

사실 그에게 젊다는 자신감 외에도 더욱 소중한 자산이 또 하나 있다. 대학시절 학교인근에 위치한 회사의 출퇴근버스 운전을 하면서 학비를 마련한 경험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관광버스 회사에 취직을 한다. 그러한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해 준 질긴 인연의 끈이 되어주었다.

지금은 결국 몇년간의 고생 끝에 그가 꿈꾸어 오던 관광회사를 뉴질랜드의 남섬에 차리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경쟁심이 적고 순하다고만 알려진 키위들이라지만 사업상으로 부딪히면 그렇지도 않았다. 같은 분야의 관광버스를 운영하고 있던 경쟁업계 키위들의 거친 텃세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뜻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토록 그를 힘들게 하던 키위들이 지금은 돈독한 사업동료가 되어 주고 있다. 특히 한국의 IMF경제대란으로 뉴질랜드 교민경제에 상당한 시련의 시기를 거치면서 그가 좀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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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7/25 10: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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