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53) 3대를 이어온 중국인 한의사 왕중권(2)

[클릭이사람] (53) 3대를 이어온 중국인 한의사 왕중권(2)

상하이 전문지 '중의학시보'에 칼럼이 실릴정도로 중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한의사. 그가 생각하는 한의사란 어떤 것인가 들어보자.

'한의사로서 침은 기본. 침한방은 화살과 같다. 화살이 활시위를 떠날때는 명중이 그 자리에서 보인다. 화살을 손에서 놓는 순간 과녁이 안보이면 백이면 백 안맞는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을 못맞추면 그걸로 끝난다. 엎질러진 물과 같다. 침도 마찬가지다. 단한방에 효과를 본다는 일념으로 환자에게 침을 놓는다.

의술은 인술이다. 사랑이 곁들여져야 환자의 병도 잘낫는다. 돈이 없이 오는 환자들까지도 고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음덕을 쌓아야 환자의 병도 잘낫는다. 어려운 환자도 의사의 덕에 의해서 고칠수 있다고 생각한다.

침도 약도 적게 놓고 적게 쓸수록 한약의 효과가 더 강하다.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데에도 전쟁과 마찬가지. 전쟁에서는 명장의 뛰어난 전술과 용병술이 따라야 승리할 수가 있다. 잘 조련된 정예 소수병력으로 많은 부대 큰 병력을 물리쳐야 진정한 승리라고 할수 있다. 병치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명사수가 딱 한방의 총알로 상대를 눕히듯이 명의도 딱한번 치료로 가부가 결정난다.'

그는 의술도 전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조금이라도 더 잘보기 위해 손자병법을 몇번씩이나 읽었다.

시대에 앞서가는 한의사. 출장시에도 업무를 놓지 않는다. 노트북이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출장시에는 화상 원격진료를 한다.

한때는 무역에도 손을 댔다. 1988년 대중국 무역투자 컨설팅회장까지 차렸다. 당시 중국과 수교가 안될때로 대중 무역투자로서는 그가 국내처음으로 진출한 셈이다.

그가 살아온 내력을 보면 한편의 영화보다도 더 파란 만장하다. 1982년에는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옥살이도 했다. 외국인중 이례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이라는 멍에를 썼다. 죄목은 지금도 알쏭달쏭한 김대중 고무 찬양죄라나 뭐라나… 18개월만에 풀려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서 정의와 민주라는 이름으로 싸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완전히 사면되지 않았다. 이번에 사면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중정한의원은 일찌감치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한방의원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1991년에 전산화를 도입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거액을 들여 전산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였다. 진료차트에서 운영까지 100% 전산화를 자랑한다. 환자의 진단자료가 입력되면 평생관리와 함께 재진시 원격전화진료도 가능하다.

그가 한의학계통에 이룩한 업적은 이토록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정작 한의사가 되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71년에 경희대 한의학과에 당당히 합격한다. 당시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한의대의 첫 입학생이라는 영광을 얻는다.
출발은 좋았지만 졸업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한의대를 졸업하기까지 무려 세군데의 학교를 옮겨다니는 수난을 겪는다. 결국 입학 26년만에 졸업을 한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강산이 두 번하고도 절반이나 더 변했다.

최근에 왕을 비롯한 경희대 한의대 입학동기 6명이 모였다. 한의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입학한지 30년만의 만남. 술잔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시절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당시 한의대 최고의 명물로 모두가 왕을 뽑는다.

수심 1M 수영장에서 같이간 친구가 익사할뻔 했던 에피소드… 술마시던 동기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위세척 당할 뻔한 이야기… 끊임없는 화제를 몰고 다닌 그가 있었기에 평생 잊지못할 추억거리를 갖게 되었다며 모두 박장대소를 한다.

모인 71학번 동기중에는 박사과정 4학기를 수강중인 왕과 왕의 지도교수가 된 친구가 함께 있다. 대학 입학동기가 30년후 박사과정 교수와 제자로 다시 만난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약냄새를 코에 달고 다니던 그였기에 한의사가 되기까지 그토록 긴세월을 보내야 했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자격증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에게는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3대를 이어온 한의가업 명문이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속초에 가면 가업 3대를 이어온 중국인 한의사 왕중권이 있다. 국경을 뛰어넘어 3대를 이어받아 베푸는 그의 따뜻한 인술이 환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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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7/18 11: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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