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시리즈］나도 할말있다 제 21탄

-어느 병사의 죽음-

1979년 7월 더위 와 장마가 계속되는 한여름.

나는 ROTC 17기 소위로 최전방 중동부전선의 XX봉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2주일간의 GOP실습을 마치고 귀대한 그 날 저녁, 나는 인사계와 선임하사와 함께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부대상황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있었다.

그러던 중 상황실에서 긴급 연락이 왔다.
 
정보관 K대위의 부친상으로 같이 동석해 있던 K중사가 대신 대대 순찰을 명 받아 그날 저녁 철책 순찰을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K중사는 그날 P하사와 함께 순찰을 떠 났다.

다음날 새벽.

어디선가 M16연발 총성이 산허리를 메아리 쳤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밖에 나가니 중대장께서 벌써 일어나 우리를 안심시켰다.

“피곤 할테니 들어가. 인근 사단 쪽에서 난 것 같은데 확인중이니 걱정 말고 들어가 쉬게”

그러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30분 후, “비상, 비상”하는 인사계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다 죽었어....”라는 고함을 들었다.

나는 병력을 이끌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 갔다. 지뢰사고 였다.

장마로 지뢰가 떠내려와 시야가 어두운 새벽 순찰중 우리 P하사가 밟고, 그 파편으로 선임하사가 부상 당한 것이었다.

잠시후, 월남전에 참전 했던 선임하사 2명이 지뢰탐지기를 갖고 왔다. 그러나 철의 삼각지대인 그곳은 625때의 심한 격전지로 파편이 하도 많아 지뢰탐지로 탐지가 어려웠다. 대검으로 10센치 간격으로 지뢰를 확인 하면서 사상자를 구하러 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선임하사를 끌어냈다. K중사가 파편을 맞으며 M16을 연사해 자기위치를 알린 것이었다. 그는 서울 명문 K고를 졸업한 명석한 두뇌의 선임하사였다.

선임하사는 의식을 잃어가면서 “소대장님 춥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팔, 다리 외관상 아무런 부상이 보이지 않는데 춥다고 하는 것을 보니 피를 많이 흘린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이 들어 하의를 벗겼다. 삼각팬티에 피가 흥건하였다. 선임하사는 불운하게도 좌측 고환 쪽에 파편이 박힌 것이었다.

잠시후 헬기로 그는 서울 수통으로 이송되었으나, 심한 출혈로 결국 사망하였다.

이제는 죽은 P하사를 꺼내야 했다.

‘썬’담배를 꺼냈다. 30분만에 2곽을 줄담배로 피워 버렸다. 아무 생각이 안났다.

나도 죽었는지, 살아 있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P하사는 지뢰로 인해 두발이 없어지고, 없드린 자세로 누워 있었다. 그때 나는 그의 오른 팔 위 1M쪽에 떨어져 반짝이는 물체를 보았다.

시계였다.

그 전날 밤, 그는 순찰을 자원했다. 1주일후 그는 첫 휴가를 갈 예정이어서, 마침 순찰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PX에서 어머니에게 드릴 시계를 살 겸, 순찰을 자원했던 것이다.

그가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시계는 새벽 5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국군 묘지에 안장된 두 고인의 명복을 빌며,

〈CANADA에서 SONGSDAY 올림〉
 
2000/02/07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