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시리즈] 나도 할말있다 제6탄

-얼마나 견디기 힘들면 달리는 차바퀴 속으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자해나 자살.천수를 다누리고 장수한다 해도 기껏해야 100년 남짓인데… 얼마나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려우면 자신에게 주어진 생목숨을 끊으려 할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차마 못할짓이다.

죽는 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나머지 유족들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부모가슴에 철천지 못밖는 불효짓임은 말할것도 없다. 죽을 각오로 산다면 극복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고 본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어린아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다마고찌게임기가 갖고 싶다고 죽는 아이도 있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면서 고령의 노부모가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동방예의지국의 백의민족임을 자랑하던 우리사회가 어쩌다 이지경까지 되었나 답답할 뿐이다.

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자살이나 자해사고가 일어나곤 한다. 논산훈련소. 입대하면 처음 입소하는 곳이다. 어쩌면 이곳이 군생활중 견뎌내기 가장 힘든 첫관문인지도 모른다. 아직 민간인티를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엄마생각 애인생각이 간절하다.

그런데 하늘같은 교관들은 자꾸 교육이라면서 기합만 준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고통.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는 것같아 자꾸만 자신이 비참해진다. 한번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또한 인간. 급기야는 이대로 개 돼지취급당하면서 살면 뭐하나 싶은 생각으로 비약한다.

이렇게 살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하다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발전한다. 그런 졸병의 속사정은 몰라주고 기합이 전부인 훈련은 계속된다.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구보행군이다. 한 둘 삼 넷하면서 구령을 한다. 목이 터져라 큰소리로 구령을 해도 계속 더큰소리를 요구한다.

훈련장으로 이동하기도 전에 몸은 파김치가 되고 목이 쉰다. 아무리 외쳐대도 소리가 밖으로 터져나오지 않는다. 군기가 빠졌다면서 오리걸음을 시킨다.철모위에 거꾸로 세운 총을 두손으로 움켜잡고 오리걸음을 하면은 정말 죽을 맛이다. 이런때 차가 지나간다.

한병사가 총알같이 대열에서 이탈한다. 모든 사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튀어나간 사병은 달리는 차바퀴밑으로 기어들어간 것이다. 내가 훈련소에서 훈련받을 때 들은 이야기다. 다행이 차가 급정거를 해서 참사는 모면했다.

힘든 훈련을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군기가 빠졌다면서 죽도록 얻어터지기만 할뿐이다. 왜 이런 돌출행동을 하게 될까? 이해가 안된다. 그러나 군대를 가본 사람들은 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나를.
 
명문대 박사출신이라도 군대오면 생각이 단순해지는 것을 내눈으로 목격했다. 같은 장소에서 한솥밥을 먹고 같은 교육을 받다보면 서로가 비슷하게 닮아가는 것이다. 학력과 이성보다는 본능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반복훈련이 인간의 지능지수를 저하시킨다고 보면 지나친 비약일까?

유격장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워낙 훈련이 힘들기 때문이다. 유격장은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다. 코스를 이동할 때 아예 발을 헛디디는 척 하면서 낭떠러지로 굴러버리는 사람도 있다. 잘못되면 하나뿐인 목숨 죽을 수도 있는데 훈련자체가 너무 힘들다 보니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죽도록 얻어터질 뿐이다.

선착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모든 것을 선착순으로 가린다. 불볕더위속 지옥훈련을 하는 100명의 병사에게 선착순을 시킨다. 선착순 1명만 쉴수 있는 특혜를 주기 위해서다.

100m 전방에 있는 소나무를 돌아서 오라는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뛴다. 그러나 1등은 한명일 뿐이다. 나머지 99명은 다시 지옥훈련이다. 한명 편하자고 99명이 들러리를 서는 꼴이다.

꿈같은 휴식시간. 10분이다. 고참이 졸병에게 야전삽을 주면서 시킨다. 자기 다리를 내려 찍으라고. 이유는? 부상당하면 남은훈련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을 아는 졸병이기에 눈을 질끔 감고 고참의 다리를 야전삽으로 내리 찍는다. 자지러지는 비명과 함께 고참의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린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표정속에서도 고참은 의미를 알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아파서 오는 고통보다는 훈련을 빠질수 있다는 기쁨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고다. 그렇게 고생고생하면서 군대생활을 하면서도 집에다 편지를 쓸때는 언제나 좋은 말만 쓴다.
 
나는 몸건강하게 잘먹고 잘자고 있으니 내걱정은 조금도 하지말라고 부모형제를 안심시킨다.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배골치 않을 정도로 군대 참 좋아졌다는 말까지 추신으로 덧붙인다. 편지 받아들고 씨익 웃는 부모님 얼굴을 그리면서 그렇게 좋은 말만 쓰는 것이다.

요즘 군대는 얼마나 좋아졌을까?. 다음에 이야기 계속 됩니다. 여러분의 의견이나 반론을 기다리겠습니다.
 
김명수
 
2000/01/13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