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75) 마사회 김종필 다모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할 일도 많은 세상. 말로 먹고사는 마사회는 더욱 그렇다. 거기에 한술더떠 세명의 같은 이름이 있으니 화제거리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우리 셋이 모이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다. 안 되는 일도 없고 못하는 일도 없다. 우리는 제이피로 통한다. 김종필이란 이름대신 상하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냥 JP로 통한다"
마사회에는 세명의 김종필이 있다. 사내에 같은 이름이 두명만 있어도 화제거리가 되고 해프닝이 벌어지고 혼선을 빚기 일쑤인데 두명을 넘어 세명이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니 마사회에서 무턱대고 김종필을 찾으면 한강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스개소리로 이들은 말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JP 3인방이 부산에 떴다. 사내초유의 동명3인으로 입사이후부터 줄곧 화제를 몰고 다니는 그들이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모인 장소는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 152번지에 위치한 부산경남경마장 건설현장 사무소. 지난 8월27일 착공한 부산 경마장은 2005년 개장을 목표로 현재 38만평의 부지 지반처리공사와 문화재 발굴조사가 한창이다.
서울경마장 홍보팀 김종필과장(38), 부산경마장 건설사업처 김종필과장(37), 그리고 제주 경마본부 경주마 육성목장 사원 김종필(36).
11월 22일 오후 4시 07분부터 말문을 열기 시작한 3인의 JP회동은 처음부터 폭소 만발이었다. 농담삼아 기자가 "김종필씨!" 하고 큰소리로 부르니까 세 사람이 동시에 "예?"하고 대답하며 눈을 맞추더니 얼굴을 서로 돌리면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결국은 배꼽을 잡고 한참을 웃는다.
그러니 그냥 무턱대고 김종필이라 부를 수도 없고 그래서 고민 끝에 이들의 동의를 얻어 서울JP, 부산JP, 제주JP라 부르기고 했다. 서울과 제주에 있는 JP는 인터뷰를 위해 서울과 제주에서 각각 부산JP가 있는 부산으로 날아왔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나이도 입사도 1년 터울이다. 89년 4월1일 입사하여 13년째 근무하는 서울JP가 가장 고참이고 90년 5월1일 입사한 부산JP가 중간이다. 그리고 가장 막내인 제주JP는 91년 5월1일 입사하였다.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서울JP는 형님JP이고 부산JP는 중간JP이며 제주JP는 막내JP다. 형님JP, 중간JP, 막내JP라…
근무하는 곳이 서울경마장, 부산경마장, 제주경마본부로 각각 다르니 참으로 기가 막힌 지역안배다. 그것도 현재 건설중인 부산경마장을 포함하여 국내에 단 3곳뿐인 서울, 부산, 제주 경마장에 고참순으로 서울 부산 제주로 찍어 내려가면서 각각 한명씩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모두 입사한지 10년이 넘은 이들 JP 3인방은 업무상 전화통화와 전자결제를 통한 이메일 교류는 수없이 해왔으면서도 정작 한 지역 한 울타리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단다. 그러니 한자리에 모인 것도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번 3인방 인터뷰 회동을 계기로 앞으로는 적어도 1년에 한번씩 이런 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해 보자며 즉석에서 의기투합했다.
고향을 물으니 신기하게도 충남 서산(서울JP), 경북 예천(부산JP), 경기 성남(제주JP)으로 모두 다르다.
3김 회동하는 자리인 만큼 기왕이면 정치인 3김과 고향까지 같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은근슬쩍 마음을 떠보자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일랑 하덜덜덜 마시오"라며 양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서울JP는 경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마사회근무 대부분을 홍보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홍보맨이다.
부산JP는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호텔에서 근무하다 마사회에 들어와 서울경마장과 제주경마장 근무를 거쳐 현재 부산경마장 건설사업처에서 일하고 있다. 이를테면 마사회 서울찍고 제주찍고 현재 발이 땀나도록 열심히 부산찍고 있는 중이다.
고교시절부터 주먹에 인생을 걸었던 제주JP는 학교 수업마저 빼먹고 복싱체육관에 다니며 권투에 푹 빠져 지내다 그만 군대영장이 나오는 바람에 프로복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마사인으로 운명이 바뀐 사람.
부산JP는 유일하게 서울 제주 부산을 다 찍은 주인공이다. 서울JP는 이미 서울찍고 제주찍고 다시 올라와 두 번째로 서울을 찍고 있고 제주JP는 서울찍고 제주 찍고 있는 중이다.
학창시절 겪은 숨은 일화를 끈질기게 캐묻는 기자의 성화에 못이겨 JP 3인방의 나홀로 비밀을 인터뷰를 빌어 처음으로 만천하에 털어놓는다.
서울JP. 경북대 국문과는 입학하고 졸업만 했지 거의 다니지 않았다. 타향이라 왠지 낯설고 친구가 없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 탓에 시험이 있을 때만 쪼르르 내려가 치르고는 공부는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공주나 대전 아니면 서울에 있는 엉뚱한 대학에서 했다.
부산JP. 전기대 낙방하고 마음에 없는 후기대 합격하여 다닌다고 부모님 속이고 등록금만 꼬박꼬박 챙겨서 그돈으로 재수를 했다. 그러나 1년 뒤 또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고 후기로 들어간 곳이 바로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당시는 전문대 과정이었는데 나중에 4년제로 바뀌었다.
제주JP.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고2때 부친이 돌아가신 후 형님들은 서울로 떠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시골에 살다보니 당신홀로 남겨두고 차마 서울로 대학진학을 할 수가 없었다.
카투사출신 부산JP의 사연이 배꼽을 잡는다. 친구가 그에게 "시험이 있는데 혼자가면 심심해서 그러니 같이 가자"고 하는 바람에 별 생각없이 따라갔다. 그런데 가서보니 카투사모집 시험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그렇게 친구 따라가서 시험을 보고 합격을 하여 얼떨결에 카투사로 끌려갔다.
그러나 정작 카투사에 가려고 지원한 그 친구는 시험에 떨어졌다. 친구는 떨어지고 친구따라 강남간 그가 붙었으니 이거야말로 운명의 장난이 아닐까.
군대얘기를 하다보니 서울JP와 제주JP가 같은 백골부대 출신이다. 서울JP가 제대할 무렵에 제주JP가 신병으로 들어왔으니 하늘같은 왕고참. 결국은 제주JP가 부동자세로 "백골"을 외치며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려 경례를 하고 형님JP가 빙그레 웃으며 어거주춤 답례를 한다.
사내에서 동명이인으로 만난것도 흔치않은 일인데 군대까지 같은부대 같은연대에 있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우연의 일치인가.
가족관계와 결혼에 얽힌 일화도 가지각색이다. 서울JP. 91년10월 결혼한 아내와 사이에 아들(10), 딸(8)을 두었다. 사내 선배가 농담 비슷하게 그것도 전화로 "당신하고 잘 어울릴 사람이 있으니까 대학로 파랑새극장에 가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고 JP도 심심풀이 장난삼아 대학로에 나가봤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다.
그런식으로 처음에는 결혼을 전제로 만난 것이 아니었는데 자주 만나다보니 나중에는 저런여자라면 결혼해서 인생끝까지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파랑새극장에서 피앙새를 처음 만난지 1년만에 결혼하여 파랑새의 꿈을 키워가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
결혼을 하고 바로 제주근무를 지원했다. 제주도로 발령 받으면 일단 집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2∼3년 근무하면서 알뜰하게 저축하면 경제난을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내려갔는데 막상 가서 생활해보니 그렇지 못했다. 늘어난 것은 저축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제주도로 내려갈 때는 아내와 단 두 식구였는데 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는 아들, 딸이 태어나 4식구가 되었다.
부산JP.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만 둘. 친구소개로 만났는데 만나보니 고향이 예천으로 같은 동향출신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민등록 번호가 성별구분하는 첫 자리만 빼고 끝자리까지 모두 똑같았다. 주민등록 번호가 똑같은 사람을 배우자로 만날 확률은 아마 전국을 통 털어도 이들 부부가 유일할 것 같다.
이들의 우연의 일치는 계속된다. 여름휴가때 직장동료와 지리산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아내될 사람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직장동료와 지리산 가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측모두 같이 가기로 한 직장동료들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두 사람만 가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결혼까지 이어졌으니 이들 부부야말로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제주JP. 아내와 아들(7), 딸(5)을 두었다. 조교사로부터 소개받아 처음 만난 순간 눈에 번쩍하고 필이 와서 만난지 40일만에 53번 만나 전격결혼.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사람 없다는 우리속담이 있는데 40일만에 53번이나 열심히 찍어댔으니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선보고 나서 점심먹고 함께 걸으면서 살짝 손을 내밀어 잡아봤는데 뿌리치지 않기에 여자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초고속 결혼작전으로 밀고 나가 성공을 한 케이스.
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는 그때 처음 만나 잡아본 당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따뜻해서 좋았다고 지금도 말한다니 이들 역시 찰떡궁합이다.
이름이 같아서 생기는 해프닝은 수없이 많다. 사내 결제 시스템이 전자결제로 이루어기 때문에 이들에겐 나홀로 비밀이 없다. 우편물이며 카드대금 명세서 등이 엉뚱한 JP에게 잘못 배달되는 것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동원 예비군 훈련 통지서가 엉뚱한 JP에게 전달되는 바람에 한JP는 받은 훈련을 또 받고 다른 JP는 졸지에 동원훈련 기피자가 되는 해프닝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은밀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끼리 한 비밀약속장소와 시간까지 뒤죽박죽 전달되어 산통이 깨진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한번은 부산JP의 봉급이 송두리째 제주JP의 통장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 부산JP는 월급이 안나온줄 알고 은행에 물어보니 제주JP통장으로 잘못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JP는 보너스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얼싸 좋다고 몽땅 빼내 써버렸다니 기가 막힐 수밖에….
부산JP는 이때의 심정을 '양피박에 쓰리고로 왕창 이긴 고스톱 싹쓸이판에서 막판에 오히려 자신이 피박을 뒤집어쓰고 판돈 다 날린 황당한 경우'와 다를바가 없었다고 말한다.
세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선후배 없는 호칭. 마사회에서 이름대신 모두 JP로 통한다는 이들 3인방. 본인들도 오히려 그것이 이름 부르는 것보다 마음부담이 없고 훨씬 더 편하단다.
마사회에는 이들 말고 성이 다른 JP가 또 두명이나 있다. 동명이인 최종필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 두명의 최종필까지 합치면 마사회에는 모두 5명의 JP가 있는 셈이다.
농구 축구 배구등 운동을 좋아한다는 서울JP. 낮에는 술 한방울 안 들어가다가도 날이 어두워지고 분위기가 돌면 다양한 끼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만능엔터테이너가 된다.
양보다는 질을 고집하며 단 한명의 친구를 사귀더라도 깊고 끈끈하게 끝까지 사귀는 성격의 부산JP. 제주근무시절 장시간 산행코스로 한라산을 매주 올라갔을 정도로 나홀로 등산을 좋아한다.
외성적이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서클활동, 보컬그룹을 거쳐 배구 권투 볼링 낚시 등 두루두루 섭렵해 보았다는 제주JP. 소주 5병까지 마시는 간 큰 JP다.
마사회 입사후 처음으로 부산에서 모인 이들은 한번쯤 같은 지역에서 한자리 근무를 해보고 싶다면서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이벤트PD쪽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인생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거창한 행사기획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부산JP).
"우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저축해서 경제적으로 자유로움을 얻고 싶어요. 그리고 나서 40대 이후에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쪽으로 나가보고 싶습니다"(부산JP).
"큰애가 어려서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직장생활하고 건강하게 가정생활하는 것이 우선이고 다른욕심은 없습니다"(제주JP).
의외로 소박한 JP 3인방의 바람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어렵게 자리를 만들어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JP 3인방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기념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서로 손에 손잡고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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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12/03 08:48:41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할 일도 많은 세상. 말로 먹고사는 마사회는 더욱 그렇다. 거기에 한술더떠 세명의 같은 이름이 있으니 화제거리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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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에는 세명의 김종필이 있다. 사내에 같은 이름이 두명만 있어도 화제거리가 되고 해프닝이 벌어지고 혼선을 빚기 일쑤인데 두명을 넘어 세명이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니 마사회에서 무턱대고 김종필을 찾으면 한강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스개소리로 이들은 말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JP 3인방이 부산에 떴다. 사내초유의 동명3인으로 입사이후부터 줄곧 화제를 몰고 다니는 그들이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모인 장소는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 152번지에 위치한 부산경남경마장 건설현장 사무소. 지난 8월27일 착공한 부산 경마장은 2005년 개장을 목표로 현재 38만평의 부지 지반처리공사와 문화재 발굴조사가 한창이다.
서울경마장 홍보팀 김종필과장(38), 부산경마장 건설사업처 김종필과장(37), 그리고 제주 경마본부 경주마 육성목장 사원 김종필(36).
11월 22일 오후 4시 07분부터 말문을 열기 시작한 3인의 JP회동은 처음부터 폭소 만발이었다. 농담삼아 기자가 "김종필씨!" 하고 큰소리로 부르니까 세 사람이 동시에 "예?"하고 대답하며 눈을 맞추더니 얼굴을 서로 돌리면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결국은 배꼽을 잡고 한참을 웃는다.
그러니 그냥 무턱대고 김종필이라 부를 수도 없고 그래서 고민 끝에 이들의 동의를 얻어 서울JP, 부산JP, 제주JP라 부르기고 했다. 서울과 제주에 있는 JP는 인터뷰를 위해 서울과 제주에서 각각 부산JP가 있는 부산으로 날아왔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나이도 입사도 1년 터울이다. 89년 4월1일 입사하여 13년째 근무하는 서울JP가 가장 고참이고 90년 5월1일 입사한 부산JP가 중간이다. 그리고 가장 막내인 제주JP는 91년 5월1일 입사하였다.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서울JP는 형님JP이고 부산JP는 중간JP이며 제주JP는 막내JP다. 형님JP, 중간JP, 막내JP라…
근무하는 곳이 서울경마장, 부산경마장, 제주경마본부로 각각 다르니 참으로 기가 막힌 지역안배다. 그것도 현재 건설중인 부산경마장을 포함하여 국내에 단 3곳뿐인 서울, 부산, 제주 경마장에 고참순으로 서울 부산 제주로 찍어 내려가면서 각각 한명씩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모두 입사한지 10년이 넘은 이들 JP 3인방은 업무상 전화통화와 전자결제를 통한 이메일 교류는 수없이 해왔으면서도 정작 한 지역 한 울타리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단다. 그러니 한자리에 모인 것도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번 3인방 인터뷰 회동을 계기로 앞으로는 적어도 1년에 한번씩 이런 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해 보자며 즉석에서 의기투합했다.
고향을 물으니 신기하게도 충남 서산(서울JP), 경북 예천(부산JP), 경기 성남(제주JP)으로 모두 다르다.
3김 회동하는 자리인 만큼 기왕이면 정치인 3김과 고향까지 같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은근슬쩍 마음을 떠보자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일랑 하덜덜덜 마시오"라며 양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서울JP는 경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마사회근무 대부분을 홍보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홍보맨이다.
부산JP는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호텔에서 근무하다 마사회에 들어와 서울경마장과 제주경마장 근무를 거쳐 현재 부산경마장 건설사업처에서 일하고 있다. 이를테면 마사회 서울찍고 제주찍고 현재 발이 땀나도록 열심히 부산찍고 있는 중이다.
고교시절부터 주먹에 인생을 걸었던 제주JP는 학교 수업마저 빼먹고 복싱체육관에 다니며 권투에 푹 빠져 지내다 그만 군대영장이 나오는 바람에 프로복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마사인으로 운명이 바뀐 사람.
부산JP는 유일하게 서울 제주 부산을 다 찍은 주인공이다. 서울JP는 이미 서울찍고 제주찍고 다시 올라와 두 번째로 서울을 찍고 있고 제주JP는 서울찍고 제주 찍고 있는 중이다.
학창시절 겪은 숨은 일화를 끈질기게 캐묻는 기자의 성화에 못이겨 JP 3인방의 나홀로 비밀을 인터뷰를 빌어 처음으로 만천하에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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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JP. 전기대 낙방하고 마음에 없는 후기대 합격하여 다닌다고 부모님 속이고 등록금만 꼬박꼬박 챙겨서 그돈으로 재수를 했다. 그러나 1년 뒤 또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고 후기로 들어간 곳이 바로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당시는 전문대 과정이었는데 나중에 4년제로 바뀌었다.
제주JP.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고2때 부친이 돌아가신 후 형님들은 서울로 떠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시골에 살다보니 당신홀로 남겨두고 차마 서울로 대학진학을 할 수가 없었다.
카투사출신 부산JP의 사연이 배꼽을 잡는다. 친구가 그에게 "시험이 있는데 혼자가면 심심해서 그러니 같이 가자"고 하는 바람에 별 생각없이 따라갔다. 그런데 가서보니 카투사모집 시험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그렇게 친구 따라가서 시험을 보고 합격을 하여 얼떨결에 카투사로 끌려갔다.
그러나 정작 카투사에 가려고 지원한 그 친구는 시험에 떨어졌다. 친구는 떨어지고 친구따라 강남간 그가 붙었으니 이거야말로 운명의 장난이 아닐까.
군대얘기를 하다보니 서울JP와 제주JP가 같은 백골부대 출신이다. 서울JP가 제대할 무렵에 제주JP가 신병으로 들어왔으니 하늘같은 왕고참. 결국은 제주JP가 부동자세로 "백골"을 외치며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려 경례를 하고 형님JP가 빙그레 웃으며 어거주춤 답례를 한다.
사내에서 동명이인으로 만난것도 흔치않은 일인데 군대까지 같은부대 같은연대에 있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우연의 일치인가.
가족관계와 결혼에 얽힌 일화도 가지각색이다. 서울JP. 91년10월 결혼한 아내와 사이에 아들(10), 딸(8)을 두었다. 사내 선배가 농담 비슷하게 그것도 전화로 "당신하고 잘 어울릴 사람이 있으니까 대학로 파랑새극장에 가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고 JP도 심심풀이 장난삼아 대학로에 나가봤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다.
그런식으로 처음에는 결혼을 전제로 만난 것이 아니었는데 자주 만나다보니 나중에는 저런여자라면 결혼해서 인생끝까지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파랑새극장에서 피앙새를 처음 만난지 1년만에 결혼하여 파랑새의 꿈을 키워가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
결혼을 하고 바로 제주근무를 지원했다. 제주도로 발령 받으면 일단 집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2∼3년 근무하면서 알뜰하게 저축하면 경제난을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내려갔는데 막상 가서 생활해보니 그렇지 못했다. 늘어난 것은 저축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제주도로 내려갈 때는 아내와 단 두 식구였는데 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는 아들, 딸이 태어나 4식구가 되었다.
부산JP.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만 둘. 친구소개로 만났는데 만나보니 고향이 예천으로 같은 동향출신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민등록 번호가 성별구분하는 첫 자리만 빼고 끝자리까지 모두 똑같았다. 주민등록 번호가 똑같은 사람을 배우자로 만날 확률은 아마 전국을 통 털어도 이들 부부가 유일할 것 같다.
이들의 우연의 일치는 계속된다. 여름휴가때 직장동료와 지리산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아내될 사람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직장동료와 지리산 가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측모두 같이 가기로 한 직장동료들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두 사람만 가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결혼까지 이어졌으니 이들 부부야말로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제주JP. 아내와 아들(7), 딸(5)을 두었다. 조교사로부터 소개받아 처음 만난 순간 눈에 번쩍하고 필이 와서 만난지 40일만에 53번 만나 전격결혼.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사람 없다는 우리속담이 있는데 40일만에 53번이나 열심히 찍어댔으니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선보고 나서 점심먹고 함께 걸으면서 살짝 손을 내밀어 잡아봤는데 뿌리치지 않기에 여자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초고속 결혼작전으로 밀고 나가 성공을 한 케이스.
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는 그때 처음 만나 잡아본 당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따뜻해서 좋았다고 지금도 말한다니 이들 역시 찰떡궁합이다.
이름이 같아서 생기는 해프닝은 수없이 많다. 사내 결제 시스템이 전자결제로 이루어기 때문에 이들에겐 나홀로 비밀이 없다. 우편물이며 카드대금 명세서 등이 엉뚱한 JP에게 잘못 배달되는 것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동원 예비군 훈련 통지서가 엉뚱한 JP에게 전달되는 바람에 한JP는 받은 훈련을 또 받고 다른 JP는 졸지에 동원훈련 기피자가 되는 해프닝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은밀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끼리 한 비밀약속장소와 시간까지 뒤죽박죽 전달되어 산통이 깨진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한번은 부산JP의 봉급이 송두리째 제주JP의 통장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 부산JP는 월급이 안나온줄 알고 은행에 물어보니 제주JP통장으로 잘못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JP는 보너스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얼싸 좋다고 몽땅 빼내 써버렸다니 기가 막힐 수밖에….
부산JP는 이때의 심정을 '양피박에 쓰리고로 왕창 이긴 고스톱 싹쓸이판에서 막판에 오히려 자신이 피박을 뒤집어쓰고 판돈 다 날린 황당한 경우'와 다를바가 없었다고 말한다.
세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선후배 없는 호칭. 마사회에서 이름대신 모두 JP로 통한다는 이들 3인방. 본인들도 오히려 그것이 이름 부르는 것보다 마음부담이 없고 훨씬 더 편하단다.
마사회에는 이들 말고 성이 다른 JP가 또 두명이나 있다. 동명이인 최종필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 두명의 최종필까지 합치면 마사회에는 모두 5명의 JP가 있는 셈이다.
농구 축구 배구등 운동을 좋아한다는 서울JP. 낮에는 술 한방울 안 들어가다가도 날이 어두워지고 분위기가 돌면 다양한 끼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만능엔터테이너가 된다.
양보다는 질을 고집하며 단 한명의 친구를 사귀더라도 깊고 끈끈하게 끝까지 사귀는 성격의 부산JP. 제주근무시절 장시간 산행코스로 한라산을 매주 올라갔을 정도로 나홀로 등산을 좋아한다.
외성적이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서클활동, 보컬그룹을 거쳐 배구 권투 볼링 낚시 등 두루두루 섭렵해 보았다는 제주JP. 소주 5병까지 마시는 간 큰 JP다.
마사회 입사후 처음으로 부산에서 모인 이들은 한번쯤 같은 지역에서 한자리 근무를 해보고 싶다면서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이벤트PD쪽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인생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거창한 행사기획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부산JP).
"우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저축해서 경제적으로 자유로움을 얻고 싶어요. 그리고 나서 40대 이후에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쪽으로 나가보고 싶습니다"(부산JP).
"큰애가 어려서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직장생활하고 건강하게 가정생활하는 것이 우선이고 다른욕심은 없습니다"(제주JP).
의외로 소박한 JP 3인방의 바람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어렵게 자리를 만들어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JP 3인방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기념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서로 손에 손잡고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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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12/03 08: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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