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31) 초등학력 딛고 교수된 손태영

[클릭이사람] (31) 초등학력 딛고 교수된 손태영

정규학력이라고는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였던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학강단에 올라선 인물이 있다. 안산공대 인터넷정보과 겸임교수이면서 문헌정보주식회사 사장. 손태영(44)은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끊임없이 성공신화를 만들어나가는 그런 사람이다.

그가 살아온 길은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하면 된다는 필승의 각오로 극복해 나갔다. 그의 불행은 세 살때 나타났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게 된 것이다. 처음엔 다리가 나을줄 알았다. 육군장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육사 꿈을 접었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자신의 처지가 어린마음에 너무도 비참했다. 아침이면 학교에 가기 싫어 몸부림을 쳤다. 결국 5학년을 끝으로 더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다리를 고쳐달라고 하느님 께 매달렸다. 어머니의 간절한 새벽기도는 세상을 떠날때까지 계속되었다.

소년은 학교대신 부친을 따라다니며 페인트칠을 익혔다. 그의 어린손을 거쳐 단장된 집만도 수십채. 당시는 건물이 거의 단층이어서 낮은 사다리 하나면 웬만큼 높은 곳까지 칠할수 있었다.

세상물정을 모르던 어린 나이였기에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 학업을 중단했어도 마음의 상처는 없었다. 일 자체에서 보람을 찾으려고 애쓰다보니 그런대로 버틸 만 했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초등학교때 짝궁이었던 여자친구를 만나면서부터…

손씨가 일하고 있던 옷가게에 여자친구가 옷을 맞추러 들어왔다. 7년만에 만난 그녀는 어엿한 여학생으로 변해있었다. 그는 여학생의 옷을 지으며 인생의 비애감을 느꼈다. 처음으로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공부를 더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번 중단한 공부를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라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가 없었다. 세월은 흘러 23세가 되었다. 그때까지도 양재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본 신문에 중입자격 검정고시를 실시한다는 시교육청의 공고가 나와 있었다.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가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그에게 인생의 첫 전환점이 되어준 귀중한 정보였다. 즉시 검정고시 준비를 했다. 독학으로 중·고·대입 자격시험을 통과했다. 그리고 충북대 법대에 들어갔다. 1982년 25세의 나이로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벅찼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가정형편이 더욱 어려워졌다. 대학교재를 살돈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대학생활을 계속할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고마운분들을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학과조교 도서관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대학생활을 했다. 커피한잔 마실 돈이 없어 미팅은 생각도 못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돈과 물질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배고프고 헐벗어도 배울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시험을 보았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난관이 닥쳐도 스스로 극복해 나가기로 독하게 마음먹었다.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기 위해 친구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까지 몽땅 태워버렸다.

시계회사에 생산직 근로자로 취직을 했다. 좌절은 없다는 각오로 뛰어든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그때 손씨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교인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해외원서를 수입해서 대학교재로 납품하는 회사였다. 손씨는 한국과학기술문헌센터에서 일하며 정보에 눈을 뜨게 되었다. 거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는 행운도 얻었다.

한업체로부터 해외자료를 찾아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일을 해주면서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남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찾아주는 일에 직접 뛰어들고 싶었다. 첫아들 주현이가 태어났다. 아빠가 되었다는 기쁨에 날아갈 것 같았다.

창업을 하면 성공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다. 도전장을 내기로 했다. 91년 11월말. 성공신화를 꿈꾸며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족이 되었다. 방한칸 살림집에 286컴퓨터와 프린터기 그리고 팩시밀리를 갖추고 작업장을 만들었다. 벤처사업가로서의 첫발이었다.

각종 해외자료 목록을 작성했다.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회사에 해외정보를 팩스로 보냈다. 반응이 좋았다. 전화가 오고 주문이 밀려들었다. 자료를 요청하면 최신정보만을 골라 단시간 내에 찾아올렸다. 거래처가 계속 늘어났다. 3년 만에 법인으로 등록했다. 사무실을 얻어 나갔다. 직원도 두었다. 그런 와중에 외국어대 정보관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일이 잘풀리는가 싶더니 둘째아들 주영이가 미숙아로 태어났다. 다행히 지금은 큰 이상 없이 잘자라고 있다. 손씨는 21세기 불확실성시대의 정보화 이야기를 다룬 '성공은 정보를 타고 흐른다' 라는 책을 펴내기도 하였다.

힘들고 어려웠던 IMF시대에 가장 경쟁력을 확보한 사람중의 하나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도 많이 탔다. 그동안 정통부 산하 학술법인 새문명아카데미 포럼 연사로 또는 여러대학과 세미나 등에 출강해 오면서 특강연사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소호(SOHO) 성공사례 창업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그는 지금 겸임교수로서 또는 잘나가는 벤처사업가로서 누구보다도 희망찬 삶을 살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인간승리를 일궈낸 그야말로 진짜 성공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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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naver.com>

2000/05/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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