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30) 재활원 자원봉사 강성희

［클릭이사람］(30) 재활원 자원봉사 강성희

삼선해운 자금담당으로 일하는 강성희(26). 매달 첫 토요일마다 서울 암사동에 있는 암사재활원에서 장애인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벌써 6년째.

▲ 어린이날 기념으로 롯데월드 어드벤처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재활원생들의 모습. 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빨간 상의에 청색 멜빵끈을 한 여자가 강성희.     © 피플코리아

남들의 눈에는 작고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꾸준히 남을 돌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활원에 행사라도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달려가 천사같은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준다. 그녀의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장미·민들레방. 남자아이들이 생활하는 방이다.

그녀가 매주 방문하는 암사재활원(원장 김세용)은 대한사회복지회 산하 단체기관으로 1992년 개원하였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심신장애 아동의 수용 보호시설이다. 원생들의 보호 또는 양육을 위한 수용시설로 재활치료도 함께 하고 있다.

원생 모두가 정신 지체 시청각 정서 뇌성마비 등 2가지 이상의 복합장애를 앓고 있다. 재활원은 아이들의 장애 치료와 교정 및 생활적응훈련 인지학습 교육등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잠재능력과 창의력을 되살리기 위해 고급인력을 동원하여 물리치료 놀이치료 미술치료 언어치료 음악치료를 도움받고 있다.

암사재활원은 전문적이고 창의적 프로그램으로 업무처리를 함으로써 아동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원생 50명중 17명이 인근 특수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재활원을 소개하는 홈페이지(www.amsa3rc.or.kr)도 운영하고 있다.

장미·민들레방은 남자 어린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방이다. 가끔은 장난도 심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도와가며 모든 일을 해 나가고 있다. 마음이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들이다. 장미방은 방미정 선생님이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엄마처럼 챙겨준다. 민들레방은 이경미 생활재활선생님이 애지중지 보살펴주고 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11살 철이는 척추가 안좋다. 말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똑똑한 아이다. 테크노 춤도 잘춘다. 선천성 외이근 폐쇄로 양쪽 귀가 없는 9살 준영이는 얼마 전 수술을 받아 왼쪽 귀가 새로 생겼다. 나머지 한쪽귀도 곧 생길 예정이다.

덩치가 큰 15살 정인이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현재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자전거를 잘타는 멋쟁이. 남을 돕기 좋아하는 성격으로 학교나 집에서 엄마의 든든한 도우미가 되어주고 있다.

얼굴이 네모난 지체장애소년 영민이. 다운증후군으로 고생하는 10살 주현이. 목을 좌우로 갸우뚱 갸우뚱 흔들고 다니는 11살 승효.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천사같이 착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다.

10살 광호는 뇌성마비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 하루종일 누워 지내는 광호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지만 엄마를 보고 방긋방긋 웃는 귀여운 아이다.

뇌성마비 정신지체 자폐 시각장애 등 4가지 복합장애를 앓고 있는 12살 윤경이는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소년이다. 하지만 말을 못한다. 방에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기분이 나빠져 우는 경우 안아주고 귀에 노래를 불러주면 얌전해진다.

12살 민석이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 예쁜 하늘을 느낀다. 손끝으로 꽃잎을 만지고 향기를 맡는다. 조금 열린 창틀사이로 손끝을 쫙 펴 바람을 느끼는 낭만적인 아이다.

광호 윤경이 민석이는 이제 이곳에 없다. 여주에 있는 시각장애인 시설로 교육을 받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다. 어느새 정이 흠뻑 들어버린 그 아이들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새로 들어온 10살 광석이. 말을 잘 못하고 정신장애를 앓고 있지만 처음 본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정도로 붙임성이 뛰어난 아이다.

안면수술을 한 경빈이.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누나도 잘따르는 귀여운 개구쟁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연우. 숫자나 글자만 보면 무엇이든 읽고 지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다. 얼굴이 예쁜 명환이는 다리가 불편하고 말도 잘 못한다.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로부터 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온 탓에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고 외로워 보이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주는 길은 오직 사랑과 관심뿐이다.

심신 장애라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을 보살피고 지켜주는 부모는 바로 원장님 그리고 선생님들이다. 대부분 가정에서 버림받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은 이곳에서 원장님과 선생님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훈훈한 세상을 배워나간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놀아주다 보면 금방 친해진다. 처음에는 서먹서먹 하다가도 어느새 이모 누나가 되고 삼촌 형이 된다. 정에 굶주려온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숙제도 해주고 학습자료도 챙겨준다. 때로는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의 몸도 씻겨주고 머리도 감겨준다. 방청소도 하고 반찬을 만들기도 한다. 누워 지내는 아이들에게 밥도 먹여준다.

IMF이후 후원자가 많이 줄었다니 걱정이다. 그녀는 자신의 회사에서도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주고 있다면서 은근히 자랑한다. 재활원을 찾아올때마다 자신이 참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녀가 아이들을 돌봐 주는 것이 아니라 티없이 맑고 순수한 어린 천사들로부터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 때로는 귀찮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날이 오면 저절로 발길이 천사같은 그들을 찾아간다.

앞으로는 더욱 자주 찾아볼 생각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인물뉴스닷컴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인물뉴스닷컴에 있습니다.

<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5/17 14:02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 클릭이사람 명단 1~345번 ☜ 
 

☞ 인물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e메일 people365@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