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120) 관심은 소통이고 무관심은 불통이다.

[세상엿보기] (120) 관심은 소통이고 무관심은 불통이다.

관심은 소통이고 무관심은 불통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 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말도 있다. 가까운 예로 아파트 주민이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고 생각해보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기까지 비록 짧은 몇 분이지만 한 평 남짓 비좁은 공간에서 ‘너는 너, 나는 나’ 하는 식으로 서로 소 닭 보듯 한다면 얼마나 숨이 막히고 마음이 불편하겠는가. 반대로 서로 관심을 가지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면서 덕담이라도 건넨다면 얼마나 분위기가 밝아지겠는가.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이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가 궁지에 몰린 여성 운전자를 말 한마디로 구해준 사례가 있다.

직장인 장 화문(張華文, 56) 씨가 숨은 선행의 주인공이다. 장 씨는 밤길을 걷다가 우연히 차량사고를 목격하고 곤경에 빠진 여성 운전자를 위기에서 구해줬다면서 필자에게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전해주었다.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건네는 말 한마디가 위기에 빠진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가 하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상대를 회생 불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얻었다.

장 씨가 전해준 차량 사고 발생의 원인 제공은 엉뚱하게도 도로에 떨어진 KT배선이었다. 그곳을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들이 도로에 떨어진 KT배선을 전기배선으로 잘못 알고 감전될까봐 서로 피하려다 일어난 상황이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2011년 06월22일 21시30분쯤이었다. 장 씨는 자신이 사는 집 근처인 서울 창동 중랑천 고수부지 체육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집으로 걸어가던 중 택시회사 (진영상운) 정문 앞에서 발생한 차량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사고 발생 당시 주변 도로는 KT 전선이 도로로 흘러내려서 차량 통행에 지장이 많았다. 장마철이라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지나가던 차량들이 도로에 늘어진 전선을 피하느라 뒤엉켜서 교통 혼잡이 극심했다.

그런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여성 운전자가 승용차를 몰고 오다가 도로에 늘어진 전선을 발견하고 당황해서 피해가려다가 전신주를 들이받고 말았다. 뜻하지 않은 접촉 사고였다. 여성 운전자는 택시회사 앞에 서있는 KT 전신주에 차량 앞부분 왼쪽 후렌다(휀다)를 들이받고 튕겨나가 다시 다른 부분에 부딪혔다. 그리고는 또 다시 택시회사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차량은 앞부분이 크게 파손되고 전신주 또한 보기 흉하게 찌그러졌다. 여성 운전자는 당황하고 겁이 나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멍한 상태였다.

이 때 사고현장 바로 앞에 있는 택시회사에서 택시회사 야간 경비원 아니면 사무직원인 듯한 사람이 나왔다. 택시회사에서 나온 사람은 운전 부주의로 전신주가 콱 찌그러졌으니 아줌마가 배상해야 한다면서 여성 운전자를 몰아세웠다. 운전부주의로 전신주를 아줌마가 받았으니 전신주 값도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이 사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 있게 지켜본 장 씨가 나서서 말 한마디로 깨끗하게 사건을 해결해 주었다.

“아줌마 걱정 마세요. 이 상황을 내가 정리를 해드리겠습니다. 한전이나 KT에 연락을 해가지고 책임보상을 논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장 씨는 그렇게 반 쯤 넋이 나간 여성 운전자를 진정시키고 나서 자신이 직접 한전과 KT에 연락하여 상황을 마무리 해줬다. 시간을 보니 밤 10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장 씨는 먼저 한전 (☏ 02-950-6268)에 전화를 걸어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장 씨의 전화를 받고 한전 측에서 1명이 현장에 왔다. 퇴근하려다가 전화를 받은 듯한 한전 직원은 현장 상황을 보고 일단 늘어진 전기 줄을 치웠다. 그리고는 한전 직원이 장 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신속하게 연락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전선은 한전선이 아니고 KT선입니다. KT에다 연락하면 이 문제를 마무리 해줄 것 같습니다.’

한전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장 씨는 다시 KT에 전화해서 용건을 말했다. KT 배선이 늘어져서 차량 한 대가 전파되고 여성운전자가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으니 빨리 와서 사건을 수습해달라고 했다.

사고를 낸 여성 운전자는 그제야 안심을 하고 장 씨에게 ‘아저씨 너무 고맙습니다. 아저씨 덕분에 제가 위기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하였다.

그 때 여성 운전자의 남편이 현장에 도착하였다. 장 씨는 여성 운전자의 남편에게 모든 상황을 인수인계시키고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 어느 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교통경찰도 아니고 지나가던 행인이 우연히 목격하고 관심 있는 말 몇 마디로 위기에 빠진 여성을 구한 장 씨의 아름다운 선행이야말로 막히면 문제가 생기고 소통하면 문제가 풀린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한 사건이었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입에 달고 사는 말(言)은 이토록 중요하다. 길을 지나가던 행인이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관심 없다면서 말을 건네지 않았다면 그 여성 운전자는 꼼짝없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

내 일 아니니까 관심 없다면서 못 본 척 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곁에 있는 누군가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사건 해결을 위해 건네주는 말 한마디는 이토록 궁지에 몰린 사람도 거뜬하게 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다시 강조하지만 관심은 소통이고 무관심은 불통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우연히 길을 가다 아름다운 선행을 실천한 장 화문 씨가 그랬듯이 우리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어주고 막힌 문제를 뻥 뚫어주는 소통은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인물뉴스닷컴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인물뉴스닷컴에 있습니다.

<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11년 06월25일 04시31분.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 클릭이사람 명단 346번~ ☜ 

인물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인물뉴스닷컴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0-4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