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

이재오씨는 자신을 다윗에 비교하면서 개헌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다윗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유다라면 모를까. 뭐가 되었건 MB정권의 개헌론은 또 하나의 분열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집권 초기부터 갈갈이 찢겨진 국론이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분열을 일으키겠다는 발상이다.
 
더구나 온나라가 구제역과 조류인플렌자로 뒤덮혀 혼란스럽고 고공으로 치닫는 물가로 인해 서민경제가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개헌론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고통과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과 같다. 이재오씨는 '소가 있는 한 개헌은 안된다는 식의 논리'운운하면서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이면서까지 개헌론에 목을 매고 있다.
 
게다가 개헌론이라는 것이 지극히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의 변화에 있다. MB정권이 주장하는 것이 분권형권력구조라는 것인데 다분히 퇴임후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의중이 깔려있다. 그들이 말하는 분권형이란 프랑스처럼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유형의 권력구조가 되었건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다.
 
9차례의 헌법개정을 통해 누더기 헌법이 되어있다. 모두 권력구조와 관련된 것이다. 군사독재시절 정권연장을 위한 수단이 개헌이었고 민주화의 결실로 얻은 9차개정 역시 권력구조의 변경을 거쳐 오늘까지 이어진다. 현행 헌법에는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을 방지하려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삼권분립니다. 지금의 개헌론자들은 삼권분립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권력의 분산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억지하는 장치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고권력자와 그 추종자들이 헌법정신에 충실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통령이 사법부를 쥐락펴락하고 입법기능까지 좌지우지하며 국가의 모든 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거의 독점적 권한을 탐욕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것이 헌법의 문제란 말인가? 법과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인 것이다. 탐욕스러운 권력욕이 법과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헌법정신, 다시말해서 삼권분립의 원칙만 철저하게 존중된다면 분권형이 아니라 4년중임제가 훨씬 국내상황에 맞는 제도이다.
 
추해보이는 것은 이전 정부에서 거론했던 개헌론에는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자들이 현정권의 핵심세력들이다. 하물며 이제와서 개헌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시기적으로 개헌은 지난 정부에서 했어야 옳다. 잦은 선거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과 국력낭비를 위해 대선과 19대총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해를 새헌법 적용의 기점으로 개헌을 하자는 논의가 지난 정부에서 제기되었지만 꼼수라며 일축했다.
 
그때는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개헌론이 지금은 가능하다는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레임덕 방지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퇴임후 안전망을 위해서인가. 무엇이 되었건 후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면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욕심사납게 권력욕에 얽메이지 말고 혼란과 도탄에 빠진 민생을 챙기는 데 혼신을 다하는 것이 현정권이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영민/피플코리아 논설위원 yominlee@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