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부끄러워하는 나라

군사독재시절에 이런 얘기가 회자 된 적이 있었다. '경부선을 달리다 노후된 열차는 호남선으로 보내졌다가 장한선에서 수명을 마친다.' 충청권 홀대에 대한 비야냥이다. 예전에 충청권출신 고위 정치인이 핫바지론을 들고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충청권이 정초부터 크게 한방 얻어맞았다. 세종시에 이어 두번째, 그 충격은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아무리 선거판 공약이라는 것이 空約이라고는 한다지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자기가 한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어버릴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표가 필요했다? 아주 고소하다는 듯이 가증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표를 얻기위해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말인데, 사기는 엄연한 범법행위이니 탄핵감이 아니던가. 걸핏하면 선진정치를 떠들어대는데 국민을 속이는 행위가 선진정치라는 말인가.
 
거짓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해 판단을 흐리게하여 올바른 투표권행사를 방해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탄핵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률적 판단을 떠나서 상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위이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표가 필요해서 거짓말을 했다니 동네 개가 웃을 일 아닌가.
 
이 정권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할 정도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청와대를 靑蛙隊라고 부르는 국민들도 있고 양치기목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추가협상은 없다고 큰소리를 쳤던 한미 FTA는 뒷거래합의가 들통났고, 중동 원전수주를 자랑하더니 100억불 이면거래로 나랏돈 날릴판국이고, 가벼운 부상이라며 떠들던 아덴만의 여명은 생사고비를 넘나드는 지경의 부상에다가 우리군 총탄까지 발견되고,... 이런 정권에 나라를 맡겨놓고 하루인들 안심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앞장서 거짓말과 뒤집기를 일삼는데 아랫것들이야 말하면 뭐하겠나. 당대표라는 사람은 가는 곳마다 실수 투성이라 움직이는 시한폭탄같고, 별일없을것이라고 큰소리치다가 구제역이 온나라를 휩쓸게 만들고, 물가안정은 커녕 하루가 다르게 서민허리를 졸라대고 있는 판국이다. 온나라가 난맥으로 뒤엉켜있지만 선진국이 코앞이라며 그저 태평성대만 읊조리고 있다. 왜곡, 은폐, 축소, 이런것들이 다반사로 행해진다.
 
개헌론이라고? 뒤끝이 두렵긴 한 모양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또 한바탕 정치보복이 어떻고 저떻고 세상 시끄럽게 만들기 십상이다. 그 전에 정신을 차려야할텐데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이영민/피플코리아 논설위원 yominlee@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