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아] (16) 교수용, 학생용

[글로벌코리아] (16) 교수용, 학생용


벌써 한 30년 전인가.

대학 2학년 때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다가

교수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교수용인줄 모르고 비어있어 테니스장을 이용했는데

그 이유는 당연지사. 학생이

감히 교수용 테니스 코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을 방문해

아직도 교수용 테니스 코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대학생일 때도 학생들끼리 ‘저 교수는 공부는 안하고

테니스만 치는 테니스 교수‘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좀 더 달라졌을까.


교수용 전용 테니스 코트가 꼭 있어야 할까.


거의 3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대학교 들은 외형만 키웠지

대학교가 갖춰야 할 실제 경쟁력은 별로

커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드웨어만 좋아졌지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윈도우 이전 도스(DOS)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공부한 미국의 학교에는 교수 전용이라는

시설이 없었다.


헬스클럽이 두 군데 운영되고 있었는데

한 군데는 무료이고 다른 곳은 유료이다.


교수들은 주로 유료 시설을 이용하는데

당연히 시설이 더 좋고 학생들도

돈을 내면 이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서로 운동하면서 대화를 나누니 사제의 정(情)도 더 깊어진다.


테니스 코트도 학생이나 교수나

비어있으면 누구나 칠 수 있다.


땅이 넓은 탓일까? 권위주의가 없기 때문일까?


교수의 권위는 교수라는 그 신분 때문이 아니다.

교수용이라는 시설이 있어서가 아니다.


학문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 하고

학자적 양심으로 학문의 불을 환하게 밝히는 데 있다.


지식의 영원한 계승에 이바지 하는 것.

지식의 새로운 발견에 다리를 놓는 일.

그 얼마나 위대한 일이고

그게 바로 교수의 참다운 모습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학교의 주인은 엄연히 ‘학생’이다.

요즘에는 후원금을 받기도 하지만

학교의 기둥이 되는 재원은

학부모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교수를 먹고 살게 해주는 월급,

학교의 시설물 건축 등 도 등록금이

없다면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수는 이 돈을 받고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일정한 공부를 시켜줘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대학은 교수들이 그렇게 하도록 관리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미국의 교수들은 무척이나 바쁘다.


늘 학생과 학교 사무처로부터 평가를 받기 때문에

밤 새워 공부해야 하고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오면 형식적인 평가가 아니라

여지없이 학교에서 쫓겨나야 한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어떻게 하면 학문적 성취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에 있음을 느꼈다.


교수는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인류에게 계승되어 내려온 학문과의 대화에 더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존경을 받는 직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론과 가설 등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텐데

잠자는 시간도 아끼면서 평생 동안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 교수라고 생각된다.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들을 보면

그 상을 목적으로 연구를 했다기보다는

가정과 생활을 희생하면서 학문 탐구에 묵묵히

정진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평생을 학자로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살다간다면

이 또한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


학자와 교수는 당연히 같은 느낌이 나는 단어야 하지만

이 둘이 별개의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인 일일까? ㅠ.ㅠ


미국의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고

학문을 연구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내가 공부하던 대학원의 교수는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고

다른 교수는 평생 전세 아파트를 전전했다.


그것이 교수로서 부끄러워야 할 현실인가.

그 교수들은 오직 학자적 가르침으로

학생으로부터 대단한 존경심을 받는다.


더 재미나는 사실 하나. 미국 문화의 일부겠지만

교수들의 이름을 부르는 학생도 있어 충격을 받았다.


교수 이름이 브라운 이면 “브라운”으로 부르는 학생도

있고 교수도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난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꼬박꼬박 Sir 을 붙였는데

교수가 도리어 불편해했다.


물론 어떤 대학들에서는 교수에게 Sir를 붙인다거나

교수가 넥타이를 꼭 매어야 하는 문화를 가진 학교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교수라는 직업관에 있어서 대한민국과

분명 선진국과는 많은 인식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교수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책의 향기에 취해 밤을 밝히면서

끝이 없는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진정한

교수님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파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