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27) 사서회사 한국코막 이종엽사장

[클릭이사람] (27) 사서회사 한국코막 이종엽사장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서적. 그중에서 독자에게 읽히는 책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밀리언셀러의 영광을 누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일은 하늘에 별을 따는 만큼이나 어렵다. 독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시중에 나오자마자 서점진열대에서 영영 사라지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그냥 버려지기에는 내용이 아까운 책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책을 찾아내어 한권이라도 더 독자에게 읽힐 수 있도록 발로 뛰어 다니는 사람이 있다.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을 도서관에 납품한다.

한국코막 이종엽사장. 전문사서출신들이 세운 국내최초의 도서관 아웃소싱 전문업체다.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고 데이터베이스까지 구축해주는 일을 한다.
 
코막(KOMARC)은 거의 전 도서관 및 자료실에서 사용되는 한국문헌자동화목록법이다. 회사이름만 들어도 이사장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다.

IMF이후 도서관도 구조조정바람을 심하게 탔다. 사서인원은 크게 줄었고 업무는 대폭 늘어났다. 이씨가 노린 것이 이런 도서관의 업무공백을 채워주는 틈새산업이었다. 주제별로 최고의 전문지식을 갖춘 도서관사서. 다시 말해서 주제전문사서다.
 
의사로 치면 전문의라고나 할까? 그 정도로 실력을 갖춘 사서가 이 분야에 뛰어든다면 성공할 것 같았다. 그렇다. 할수 있다. 이씨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루빨리 회사를 차리고 싶었다.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국내에서 몇 안되는 주제전문사서로 대접받는다. 공대 화학과 출신으로 성대 사서교육원에서 주제전문사서교육을 받았다. 그후 기아재단의 학산기술도서관에 들어가 사서과장으로 근무했다.

이때 도서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종전에 사용하던 도서카드목록을 없앤 장본인이다. 1998년 때아닌 IMF가 터지는 바람에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퇴직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단순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명퇴를 하게 된 것이다.

책의 신상명세를 전문용어로 마크(MARC)라고 한다. 새책을 마크화하여 도서관에 공급함으로써 사서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지원하는 업체를 차리고 싶었다.

1년이 흘렀다. 1999년 7월1일. 마침내 꿈에 그리던 회사를 차렸다. 둔촌동에 위치한 국내최초의 도서관 아웃소싱 전문회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아울러 그는 또한 마크를 국내에 보급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 되었다. 전직원 3명이 모두 사서출신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코막의 탄생을 계기로 도서관에서도 이런 마크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코막은 종전의 도서카드목록형식을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목록으로 바꿔주는 한국자동화문헌 목록법으로 KS규격이다. 이것을 아웃소싱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도서관의 고유업무인 이용자를 위한 창고봉사에 빼앗기는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단순 반복적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사서인력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주제전문사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도서관의 경우 주제전문사서가 이용자의 전공분야 논문까지 친절하고 꼼꼼하게 자문해주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주제전문사서가 거의 없다. 앞으로는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사장이 세운 회사의 전망은 밝다. 이사장은 지금도 영업을 뛰고 있다. 도서관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마크의 필요성을 홍보한다. 마크를 잘 모르는 도서관을 상대로 무료교육도 해준다.

한국코막은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내부의 수동적인 도서관이 아니라 밖에서 움직이는 외부의 도서관인 셈이다. 데이터는 한번 입력해서 공동으로 쓸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들었다. 한달에 평균 1만5천권의 신간도서를 도서관에 납품하고 있다. 고작 7명의 직원으로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작 그의 사무실안에는 책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바로 바로 도서관에 배달하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앞으로 빠른 추세로 도서관업계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 발빠른 대학에서는 주제전문도서관쪽으로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법대나 또는 상대전용 도서관. 특정분야에 필요한 책은 해당 전문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서도 전문주제사서를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마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사장은 이런 추세에 발맞춰 앞으로 사업을 더욱 세분화해나갈 계획이다. DB구축. DB를 선정해서 도서관에 공급하는 사업. 책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업무 등등.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책을 마크화하여 외국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책을 납품하면서 깨달은 것도 많다. 내용이 좋은 책도 많은데 홍보가 제대로 안돼 사장되는 경우를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사서경력 15년의 이사장. 도서문화의 새바람을 일으킨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힘차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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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people365@korea.com>

2000/05/1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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