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대빡이'가 잠 못 이룬 사연

▶ '대빡이' 김대범은 겸손하면서도 노력하는 개그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뜨겁게 상승하는 인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결혼식 개그맨 사회 사업    외에도 홍대앞에 소극장을 차리는 등 새로운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가순찬 사진 ◀

 
 
 
 
 
 
 
 
 
 
 
 
 
 
 
 
 
 
 
 
 
 
 
 
 
 
 
 
 
 
 
 
 
 
 
 
 
 
 
 

 
 
 
 
 
 
 
"돈만 쫓지 말고 가치를 쫓자"

무명 시절에 일당 5만원짜리 알바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혜화동 극장을 며칠 빌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 공연으로 몇백 만원을 손에 쥐었으니 그로서는 뜻밖의 큰 수익을 낸 셈이다. 첫 사업 치고는 기대 이상이었는데,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됐다.
"이후 사업은 다 말아먹었죠. 첫술에 배가 불렀기 때문이죠. 돈맛을 미리 보고 제가 자꾸 돈을 쫓아간 것 같아요. 이후로 돈을 쫓아갔던 일들은 다 실패했어요."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것. 그래서 기회 있을때마다 '돈을 쫒아가지 말고 가치를 쫓아가자'고 스스로 다독거린다.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자로서 보람과 희망을 안겨주는 일도 매우 뿌듯하다고 했다. 하객과 가족이 즐겁게 어울린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난 신랑신부가 국제전화로 감사인사를 걸어올 때마다 짜릿한 감동에 빠진다고 했다.
결혼식에 개그맨 사회자를 대주는 사업을 벌이면서 그는 단단히 마음 먹고 욕심을 버렸다. 개그맨 사회 사업이 과연 얼마나 수요가 있을 지, 대기업 회장 자녀 등 재력가들의 결혼식에서나 문의가 들어오는 게 고작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 돈보다는 마음을 먼저 쏟은 덕분.
그는 이제 결혼식 사회 분야에서는 국내 최다 활동을 하고 있다. 돈보다는 가치를 쫓다 보니 일도 수월하게 풀리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익엔 아직도 큰 관심이 없지만 진짜로 하고싶었던 일을 벌이고 싶어 홍대앞에 소극장을 차린 것이다.
 
인터뷰 도중 '대빡이'가 눈물젖은 빵을 먹어야 했던 무명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에 그는 배고픈 것이나 주변의 무시보다도 자신을 더 힘겹게 만든 것이 '외로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스무살 때 처음 서울로 올라와서 개그맨 시험에 연속 낙방했어요. 아는 친구도 하나 없는 서울 생활을 접고 군대에 갔죠. 제대하고 서울로 돌아오니 더 외로운 인생길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비좁은 고시원 방에 덜렁 누워있는 제가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것이 저를 미치도록 서글프고 불안하게 했어요. 아무리 뒤척거리며 잠들려 해도 잠은 안 오고..., 당시의 외로움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의 팬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

그러나 대빡이는 이젠 외롭지 않다. 친구도 많이 생겼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할 일이 많아져서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사업도 키우고 있으니 이젠 외로워할 겨를도 없게 됐다. 하지만 새벽까지 잠못 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공연 사업을 통해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해요.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참여형 공연이 바로 그것이죠. 난타처럼 새롭고 신선한 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미디어적 속성에 따라 방송용인지 공연용인지, 인터넷용인지 결혼식 사회용인지를 제대로 구분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분위기로써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한 거죠. 이 생각 저 궁리로 잠을 못 이루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저를 아끼고 성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가 중1 때부터 '개그노트'란 아이디어 수첩을 만들어 지금까지 소재를 수집하고 대본을 짠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04년 KBS 공채 출신이지만 데뷔 전부터 여러 해 동안 무명 연기자로서의 경험을 탄탄하게 쌓았다.
그의 신조는 "남 웃기는 데 제작비를 아끼지 말자"다. "생각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번번이 다짐을 한다. 그는 서태지의 '미스터리 서클'에서 참신한 자극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팬들을 위한 이벤트라면 수익과는 무관하게 더 새롭고 흥미진진한 감동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팬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이고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