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이재기 박사

방사선 안전 분야 최고 전문가에게 들어본 생활속의 원자력 <1>

가순찬 기자 | 입력 : 2009/07/23 [17:59]
 

원자력은 차세대 대한민국 지탱할 ‘생명의 우물’ 
 
 
퇴근 시각에 임박해서야 허겁지겁 연구실로 들어선 필자는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재기 박사는 퇴근 준비는 커녕 아예 팔소매까지 걷어붙인 채 젊은 조교와 함께 컴퓨터와 씨름하는 중이었다.
더 이상 빈 자리가 없을 만큼 책장 가득 꽂혀져 있는 전문 서적들과 컴퓨터 자판 주위까지 수북하게 뒤덮은 연구 보고서들이 덩달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연구실이 비좁아서인지 옷깃 스치는 소리 마저도 송구스러울 지경이었다. 정중히 예를 갖추고 조용히 의자를 끌어당겼다.
 
 
▶     © ◀

“우리나라 성장 동력은 원자력 전력 덕분!”
 
이재기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제방사선방호위원(ICRP)에 임명되어 세게 방사선 분야에 한국인의 자긍심을 떨치고 있는 주인공이다. ICRP(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는 방사선 방호를 위한 철학, 원칙, 기준을 수립하는 국제 민간 학술기구로서 1928년에 창립되었다. ICRP 본위원회는 방사선과 관련하여 실제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으로 12인의 위원과 위원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이재기 박사다.

불현듯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떠올랐다. ‘다음 세대에서도 과연 이런 인물이 나올까’ 생각하는 찰나에 이재기 박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오늘날과 같은 산업사회에서는 에너지가 부족한 사회는 궁핍을 면할 수 없죠. 또, 부족하지는 않더라도 사용하는 에너지 단가가 경쟁국가에 비해 크게 높다면 수출 경쟁력이 유지되지 않아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부존자원이 없어서 에너지원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아주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빠른 성장을 이루고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것도 값싼 원자력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원자력이 쓰일 수 있는 곳은 아주 광범위하다. 원자력은 크게 에너지 부문과 방사선 부문으로 대별되는데, 에너지 부문은 원자력발전으로부터 중소형 동력장치(핵잠수함이나 핵항공모함은 기관의 동력을 소형 원자로로부터 얻음), 작게는 방사능을 이용한 장수명 전지가 이에 해당된다. 방사선 이용 부문은 X선 영상장치(X-ray)로 대표되며 영상, 분석, 가공, 계측, 멸균, 육종, 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재기 박사는 필자의 이해를 도우려는듯 차분하고 자상하게 ‘에너지 안보론’을 펴기 시작했다.
“에너지 안보는 산업 동력과 일상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 수급을 보장한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원을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에서는 군사 안보 못지 않게 에너지 문제가 중요합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한 번 장전된 핵연료를 4~5년 동안 태울 수 있어 국제 정세 등으로 연료 공급에 차질이 있을 때 지탱시켜 주는 비축능력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뛰어납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석유나 천연가스 자원이 고갈되면서 불안이 가중되면 결국 원자력으로 에너지를 대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원자력 덕분에 생명 구한 사람들 헤아릴 수 없이 많죠!”

 
▶     ©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은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원자력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이 ‘원폭’이라는 가공할 무기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중의 인식 기반에는 ‘원자력=핵무기=지극한 위험’이라는 등식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핵무기가 여전히 인류의 미래에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핵무기와 원자력 이용은 별개의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즉,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다고 핵무기가 없어지지는 않으며 원자력 발전을 하지 않는 나라도 여전히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바로 북한과 이스라엘같은 나라들이다.

 
“핵무기 피해를 제외하면 원자력으로 인해 실제로 희생된 사람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X선을 비롯하여 원자력 덕분에 생명을 구한 사람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원자력이 생각처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드렸으면 해요.”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이 실제로 우리 생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은 품질 좋은 전력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했다는 점이죠. 낮은 전력요금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전자, 자동차, 철강, 중화학공업의 경쟁력을 높여 국민 복지 수준을 끌어당겼습니다. 1982년도 이래 15년 동안 국내 물가가 220% 상승한 데 비해 전력 요금은 11.4% 상승에 머문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 덕분이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놀라운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이점(利點)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사고 등을 거론하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선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우리나라 원전에서 대량의 방사능 방출을 동반하는 중대사고 발생 위험은 원자로 당 10만년에 1회 미만입니다. 즉, 우리나라가 50기의 원전을 운영하더라도 2천년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낮은 확률이죠. 이 정도면 충분히 안전한 것 아닌가요? 또, 체르노빌 원전과는 기본 설계부터 다르므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체르노빌 원전보다는 방사능 방출이 매우 낮을 겁니다. 하지만 자만심과 방심이 안전의 최대 적임을 명심하여 원전 안전운영에 모든 관계자가 정성을 쏟아야겠죠.”
 
 
 
▶     © ◀

“생활 곳곳에 이로움 가져다주는 원자력”

이재기 박사는 일부 왜곡된 여론이 원자력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모든 행위-일부러 한 것이든 아니든-에는 크건 작건 위험이 수반되는데, 그 위험 때문에 행위를 포기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따라서 어떤 행위를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있어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점은 원자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조화롭게 만드는 데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가 부족한 나라는 필경 위축되기 마련이죠. 에너지 여건에 변화가 없다면 결국 소멸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오늘날 세계화된 산업국가에서 에너지는 영토, 국민, 주권과 함께 국가의 4대 기본요소로 손꼽아도 좋을 만큼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화석연료 에너지원이 고갈 위기에 직면할 미래사회에서는 대체 에너지원 확충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것입니다. 원자력을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지탱할 ‘생명의 우물’로 봐주시고 애정을 듬뿍 쏟아주셨으면 해요.” 
 
 
 
 

이재기 박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와 미국 일리노이대 핵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관리전문위원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방사선방호위원(ICRP)에 임명되어 글로벌 무대에 한국인의 자긍심을 떨치고 있다. 
 
 

 
인터뷰_ 가순찬
사진_김병권
 
 
소나기 10/12/12 [20:58] 수정 삭제  
  선배님 대단하시네요.
바라바 11/04/01 [18:25] 수정 삭제  
  원전사고 따른 방사선방어 긴급토론회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국내 방사선 영향’ 주제

박종운 기자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국내 방사선 영향’을 주제로 오는 6일 오후2시부터 5시까지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긴급토론회를 갖는다.

주요발표내용은 △방사선과 안전기준(이재기 한양대교수, ICRP MC위원) △방사선의 인체영향에 대한 의학적 고찰(김종순 前 원자력의학원장)이다.

토론회 패널은 한양대학교 김종경 교수와 이재기 교수를 비롯해 부산해운대백병원 김종순 교수, 원자력의학원 김미숙 방사선종양학과장, 한국원자력연구원 한문희 책임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장병욱 책임연구원과 나성호 전방사선안전본부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토론의 주요 내용 및 담당 패널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방사선과 안전기준(이재기 교수) -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경위- 방사선과 방사능, 방사성핵종, 방사선량 종류와 단위 - 방사선피폭, 외부/내부 피폭 모드, 방사선량 평가 개념(개인선량계, 섭취량평가, 계산평가) - 방사선피폭관리 기준(개인선량 한도, 섭취한도, 배출기준, 면제기준, 식품방사능 기준과 의미, 비상피폭 및 기존피폭상황 대한 참조준위 등)

△방사선의 인체 영향과 위험(김종순 박사) - 방사선의 생물학적 작용기전, 암(백혈병) 유발 위험, 유전결함 위험, 태내영향 - 방사선 위험의 이해(타 위험과 비교) - 호메시스

△후쿠시마 사고 국내 대응(나성호 박사) - 국가환경방사선감시(감시목적과 감시체계 현황, 감시프로그램, 전국토환경방사능감사, 대기시료, 빗물시료, 해양시료 분석, 감시결과 등) - 입국자 오염감시(공항 및 항만), 일본산 오염식품 감시 통제, 국민 방호

△환경방사능평가(한문희박사) - 방사성핵종의 환경을 통한 인체 섭취경로, 대기확산 시뮬레이션, 해양확산, 감시결과해석(선량평가) - 체르노빌 사고의 피해(후쿠시마 원전과 우리나라의 거리와 비슷한 체르노빌원전으로부터 1000km 내외 국가;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에서 피폭환경평가 및 피해(직접/간접)

△생활환경 방사능(장병욱박사) - 평시 우리 국민의 방사선피폭수준 - 국내 원자력시설종사자 직무피폭, 자연방사선피폭(라돈, 지역간 편차) 등

△의료방사선(김미숙박사) - 방사선의 의료분야 이용 - 의료방사선피폭(진단방사선피폭현황 등)







기사입력: 2011/04/01 [18:10] 최종편집: ⓒ 피플코리아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가순찬, 이재기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