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청취 통로, ‘청문’ 비율 고작 2%

각종 행정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참여 절차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철 의원(한나라당, 평택갑)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행정절차제도 운영현황’자료에 따르면 주민들의 적극적인 행정참여를 뜻하는 의견제출건수는 2003년 21만여건에 비해 2007년 244만여건으로 10배 넘게 증가했지만 의견 반영비율은 36%에서 2007년 5%로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행정청이 어떤 처분을 하기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절차를 뜻하는 ‘청문’제도는 행정심판이나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임에도 현실적인 운영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2007년 기준으로 전체 의견청취 건수 2,449,109건 가운데 청문은 고작 39,746건으로 2%를 차지하는데 그쳐 유명무실한 제도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행정절차법상 청문은 ‘개별법령에서 실시하도록 규정하는 경우’와 ‘행정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각각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행정청이 청문을 실시하는 경우는 2007년에는 전체 39,746건 가운데 6,524건으로 16%, 2004년의 경우 31,478건 가운데 1,182건으로 5%를 차지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판에 있어 법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청문주재자의 경우 행정절차법 상 공무원과 외부민간인이 모두 선정될 수 있지만 2007년의 경우 약 95% 가량이 공무원으로 선정되었다. 특히 2003년의 경우 공무원 가운데 당해 처분을 직접 담당한 공무원이 청문주재자로 선정된 경우도 25%를 차지하여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유철 의원은 “행정과정이 민주화 되고, 투명화 될 수록 주민들의 의견참여 욕구는 증대되고, 필요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의견반영률이 5%에 그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주민들의 참여 욕구를 담아내는데 정부는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의원은 “당사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도 청문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절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라면서, “높아진 주민참여 욕구에 맞추어 주민 의견 반영비율을 높이고, 청문이나 공청회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법과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절차제도는 행정행위의 과정에 일반국민을 참여토록 함으로써 행정처분으로 인한 국민의 권익침해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여 행정의 민주성과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행정절차법이 199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