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준비안된 디자이너가 넘쳐나는 시대

디자이너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웹디자인 분야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포토샾으로 이미지를 잘라서 웹에디터 등으로 코딩하여 홈페이지를 만들 줄 알면
스스로 웹디자이너 아무개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듯하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그래픽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는 근래 들어
'디자이너 아무개'라는 명함을 더 자주 받는 편이다.
내가 고지식하여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일까
자신이 만들어 타인에게 내미는 명함에 조차 디자인의 기본을 담지 못하는
준비 안된 '디자이너'들을 대할 때는 오지랖 넓은 노인처럼 걱정이 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4년제 대학의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사람이 디자인회사에 입사하여도
최소한 몇 개월간은 처음부터 전문업무를 배워야 했다.
대학에서의 전문교육이 현장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이겠지만
클라이언트의 디테일한 질문이나 요구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최소한의 소양을 쌓아야 했다.
물론 그 기간 동안에는 디자이너 아무개라는 명함 대신
무슨 팀 누구라는 명함만 사용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 디자이너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아야만
디자이너 아무개라고 새겨진 명함을 지급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화사나 동료들이 '명함지급식'이라는 것을 열어
정식으로 '디자이너'가 된 것을 인정하고 함께 축하했다.
지급받은 명함을 직속상사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그 '디자이너'의 표정엔
한 사람의 전문인으로 공식인정 받은데 대한 기쁨과 자부심이 가득했었다.

그런 풍경이 이젠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나 보다.
대학 해당학과의 교육수준은 오히려 더 저하 되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비하여
디자이너는 넘쳐나는 이런 현상을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 들여도 되는 것일까.
디자인은 그래픽 툴 몇 가지를 다룰줄 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데
그래픽 프로그램을 다루는 기능 몇가지를 익혔다고 디자이너로 불러도 되는 것일까 .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표현의 언어조차 애초부터 준비하지 못한,
보기 좋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듯이 짜깁기와 베낌조차 망설이지 않은 결과물들 까지도
디자인으로 불러 줘야 하는 것일까.
 
박태준 grinbi@grinbi.kr
 
2008년 5월 22일 0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