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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171) 고기를 눈으로 잡는 인간 레이더 허창호
 
김명수기자 기사입력  2001/08/20 [21:51]

[클릭이사람](171) 고기를 눈으로 잡는 인간 레이더 허창호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요.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간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바다에서. 부산 가덕도에 가면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가는 인간 레이더 허창호(60)가 있다.

그는 고기를 눈으로 낚는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숭어떼를 발견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참으로 별난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기상예보관이 날씨를 미리 예보하듯 그는 바다에서 고기떼가 몰려오는 것을 발견하여 즉시 어민들에게 알림으로써 그물로 건져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삼성르노자동차공장이 있는 부산 강서구 용원 여객터미널에서 그가 사는 가덕도 대항까지는 정기여객선으로 한시간 가량 걸린다.

허창호씨는 가덕도 토박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덕도에서만 살고 있다. 그는 고기떼가 몰려오는 것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그의 숭어떼 관찰은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백발백중의 인간 레이더.

그에게 무슨 비결이 있을까. 어떻게 바닷속에서 몰려다니는 고기떼를 쪽집게처럼 찾아낼 수가 있을까. 그의 눈은 천리안이라도 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시력이 보통사람들보다 좋으냐고 물으니 그렇지는 않단다. 아니 아예 시력측정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시력이 얼마나 되는 지 알지 못한다.

"시력이 좋다고 해서 멀리서 몰려오는 고기떼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시력이 아무리 좋은들 어떻게 바닷속에 있는 고기떼를 발견 할 수가 있겠습니까. 다 그럴 만한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그렇다. 그는 남들 눈에 쉽사리 보이지 않는 고기떼를 발견하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그건 바로 색깔이다. 물론 시력도 좋아야 하겠지만 그는 색깔로 고깃떼를 구별한다.

"고깃떼가 몰려오면 물의 색깔이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고기가 몰려 있으면 물색이 붉은 색으로 나타나거든요"

그가 고기떼를 찾아내는 비결은 바로 거기에 있다. 시퍼런 색깔의 고기떼가 모이면 물색이 붉은 색을 띤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다. 그는 물 속의 고기떼를 찾아내는 데 천부적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라도 배우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육안으로 숭어뿐만 아니라 바닷속에 있는 고기떼는 뭐든지 다 찾아낸다. 하지만 그는 숭어만 잡는다.

가덕도 앞바다에 숭어떼가 가장 많이 몰려오는 시기는 4∼5월. 따라서 그가 가장 바쁜 때도 물론 이때다. 그는 해마다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숭어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

가덕도에서는 숭어가 많이 잡히는 철에 숭어축제를 연다. 올해가 두 번째로 지난 4월 28∼29일 이틀간 열렸는데 외지인들이 몰려올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는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위에서 숭어떼를 관찰한다. 낚시터로 말하자면 포인트라고나 할까. 특이한 점은 여기 저기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장소에서만 관찰을 한다.

가덕도 숭어잡이는 어촌계에서 공동으로 운영한다. 당연히 그도 어촌계 소속. 어로장을 맡고 있다. 어로장은 고기잡이 어선의 숙련된 책임자를 말한다. 군대로 치면 대장.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직책으로 봐서 알 수 있다.

새벽 4시에 일을 나가면 오후 4시까지 관찰한다. 12시간가량을 꼬박 하는 셈이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그는 식사도 특별하게 한다. 식사때가 되면 어장에서 그가 있는 곳까지 줄로 먹거리를 매달아 올린다.

숭어떼가 보이면 곧바로 대기하고 있는 배로 신호를 보낸다. 목청을 높여 "봐라"라고 말 한마디만 한다. 그러면 숭어떼가 몰려온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배에 있는 선원들은 그물로 댕겨 올릴 준비를 한다.

고기가 안전하게 그물 속으로 들어올릴 때까지 그가 계속 지시를 한다. 숭어잡이 전체를 총괄하는 것이다.

그가 숭어관찰을 직업으로 한 경력은 자그마치 20년. 그 전에는 숭어잡이 배를 직접 탔다. 그런데 숭어잡이 배를 탈 때보다 수입은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 그러나 숭어관찰은 한철이다 보니 비수기에는 농사를 주로 지었다. 부지런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였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 탓에 가덕도에 살면서도 5남매나 되는 자식들 모두 공부시킬 수가 있었다. 3명의 자녀가 한꺼번에 대학 다닐 때는 정말이지 허리가 휠 정도였다.

아내는 거제도가 고향. 그가 사는 가덕도에서 쾌속선으로 30분 거리밖에 안된다. 네딸과 아들 하나를 둔 가덕도 딸부잣집으로 통한다. 평생 숭어관찰과 고기잡이로 비록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5남매를 모두 공부시켰으니 이만하면 만족한 삶이라고 자부한다.

고기가 많이 잡힐 때는 기분이 좋다. 가덕도 숭어는 전국에서도 최고로 알아준다. 좋은 물에서 잡히는 숭어라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가덕도 앞 바다는 물살이 세다. 거친 물살에서 숭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물질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군살이 없어서 맛이 좋다.

몰려오는 숭어떼를 그가 발견해서 그물로 한번에 3만마리까지 잡은 적이 있다. 고기를 관찰하는 기술을 지금은 고인이 된 선배한테 배웠다. 5년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몰려오는 숭어떼를 구분하는 것쯤은 3년만 배우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숭어떼를 찾아내서 안전하게 어장에 들어가게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려면 5년은 배워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은 그가 보유하고 있는 숭어관찰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조수를 키우고 있다. 그가 스승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것처럼.

그는 평생을 가덕도에 살면서 숭어 먹고 배탈 나본 적이 없다. 아파서 병원에 가본적도 없다. 아니 아파 본 적이 없다. 그만큼 건강하다. 순수하고 순박하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에 순응하며 때묻지 않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의 눈에 물 속에서 떼지어 다니는 고기떼가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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