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렇게번다] (101) 2900원 국밥집 사장님으로 변신한 방송인 전철우

[돈이렇게번다] (101) 2900원 국밥집 사장님으로 변신한 방송인 전철우

“한때 냉면으로 크게 성공도 해봤고 실패의 쓴맛도 겪어봤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밑천삼아 다시 국밥사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국민들이 저를 사업가 전철우로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본사를 둔 (주)스페로스 전철우 대표는 요즘 2900원짜리 고향국밥 체인사업으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라틴어로 ‘숨이 붙어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의미의 ‘SPEROS’를 회사명으로 할 만큼 그는 이번 사업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열정과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북한의 명문 김책공업대(기계공학과)를 거쳐 동독 드레스덴대학(제어계측공학과) 유학 중 귀순하여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엘리트 엔지니어 출신이다.

1989년 11월 귀순 당시 스물 세 살의 앳된 청년은 대한민국 땅을 밟은 이후 1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금 41세의 국밥집(전철우 고향국밥) 사장으로 변신하여 또 한 번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새터민 전철우. 새터민은 영원히 함께 가야할 한 뿌리 한 민족이면서도 뭔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이미지가 깔린 탈북자라는 용어대신 쓰는 말이다.   

북한에서 살 때부터 사업을 해보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는 한국에서 그 꿈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서 살아온 삶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방송활동을 하면서 냉면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도 했지만 사업 실패로 참담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대로 주저앉을 그가 아니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시련을 딛고 다시 사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을 하다 보니 무너지는 것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경험부족에 시스템이 잘 안 잡혀서 감당을 못 한 것이 냉면 사업 실패의 원인이었지요.”

▲     © 피플코리아

지금은 무슨 일을 벌이면 앞이 보인다고 한다. 한마디로 실패를 통해서 얻은 교훈이다. 젊은 날 실패는 약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안목이 트이고 사업 능력이 그만큼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지금도 그의 주변에는 자본을 대줄테니 동업을 하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단호하게 거절을 한다. 출발은 작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사업을 일으켜 보고 싶은 의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마음고생을 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철우 고향국밥’은 다양한 국밥 메뉴를 2900원에 팔아 주머니가 얇아진 샐러리맨들의 호응을 받으며 현재 40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전체 15개 메뉴 중 2900원짜리가 6개나 차지한다. 다방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전체 평균 가격도 4000원을 밑도는 파격적인 저가메뉴다.

일반 식당들은 음식을 손님상에 내놓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이른 새벽부터 시장에 가서 재료를 구입해와 다듬고 삶고 끓이는 일을 매일 반복 하다 보면 손님을 맞기도 전에 지쳐 몸이 파김치가 된다.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

고향국밥은 이런 고민거리를 단숨에 해결했다. 본사에서 비닐팩 용기에 미리 모든 음식을 준비하여 맛이 변하지 않도록 급속냉동 상태로 가맹점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가맹점은 손님으로부터 주문 받는 즉시 비닐팩 용기 포장만 뜯어 끓는 물에 데워 내놓기 때문에 패스트푸드보다도 더 회전율이 빠르다. 주방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요즘같이 극심한 불황에 제격이다.

“저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본사에서 철저한 물류정책과 빠른 회전율로 매출 마진이 50%를 넘습니다.”

한식은 복잡한 조리과정 때문에 빠른 시간에 서비스가 힘들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빠른 서비스가 가능하게 메뉴와 조리법을 개발해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식품공장에서 가공된 메뉴는 1인분 단위로 개별포장, 냉동탑차를 이용해 가맹점에 격일제로 공급한다.

전철우 고향국밥은 최근 신규 브랜드로 ‘제주청정 정육마을’을 출시하여 한 매장에서 두 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해 점심메뉴의 한계를 극복했다.

“조리방법이 간편하여 전혀 장사를 안 해 본 사람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까지도 주방에 들어가 척척 주문음식을 만들어내는 맥도날드를 보면서 왜 우리는 저렇게 안 될까 하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가격거품은 쏙 뺐지만 맛은 살리고 매출마진은 높였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그의 설명을 들어보았다.

“3900원짜리 육개장은 공급가가 1000원 안팎이고, 2900원 국밥은 600원정도입니다. 거기다 밥과 김치가 들어가도 매출마진폭은 50%를 넘지요.”

▲     ©피플코리아

제주청정정육마을과 2900원 고향국밥을 파는 서울 학동점의 경우를 예로 들면 월 6000만원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외식사업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끝도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사업 환경이 바뀌니까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메뉴개발하고 아이디어 내고 연구해야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맹점주들이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창업자들이 모두 잘 돼서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음식장사는 사람 상대라서 항상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현금이 바로바로 들어와서 좋긴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까요. 최소한 자신의 사업에 모든 걸 건다고 생각하고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는 사업에 몰두하느라 방송출연도 자제하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직원회의 하고 메뉴 개발도 하고 잠깐 시간 나면 나가서 매장도 돌아보다 보면 24시간이 짧다.

“메뉴 개발을 위해 다른 음식도 많이 먹어봅니다.  TV 음식 프로도 많이 보고 우리메뉴를 어떻게 많이 접목시킬 수 있나 항상 그런 생각하죠. 심지어 외국에 나가도 머릿속에는 온통 그런 생각뿐입니다.”

북한, 독일, 한국 등 3개국에서 공대를 졸업한 특이한 이력의 사나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공대에서 배운 지식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살려 음식의 메뉴를 개발하고 규격화 하는 것도 그런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번 실패에 굴하지 않고 오뚝이 정신으로 재무장한 그는 올해 가맹점을 100개쯤 늘릴 계획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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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7년 01월13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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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종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