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295) 가장 닮고 싶은 CEO ‘안철수연구소’ 안철수사장

[클릭이사람] (295) 가장 닮고 싶은 CEO ‘안철수연구소’ 안철수사장

컴퓨터 보안업계의 리더로 꼽히는 ‘안철수 연구소’ 안철수(42)사장. 의과대학을 나왔지만 인생행로를 확 바꿔 컴퓨터 바이러스를 고치는 백신개발로 유명한 사람이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수차례 ‘존경받는 벤처기업인’으로 선정될 만큼 그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부족한 저를 주위에서 높게 평가해 주시는 것 같아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한편으로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안 사장은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가 있고 나쁠 때를 슬기롭게 넘기면 좋을 때가 온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지금같이 어려울 때 더욱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하고 언젠가는 잘될 수 있다는 격려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이야말로 현실에 처한 문제점들을 제대로 진단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잘나가던 기업들이 펑펑 나자빠지던 IMF 위기에 안철수연구소는 그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오히려 성장 발판을 더욱 굳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잘나가는 의사로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99%가 망한다는 벤처기업으로 뛰어든 계기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제가 좋아하는 컴퓨터도 열심히 하면 의학 분야에 경쟁력을 갖출 것 같아서 병행하다 보니까 컴퓨터를 잘하게 됐고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의사는 많지만 이에 대처할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것 같아서 일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의대대학원과 병원 수련의 시절 등 7년 동안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잠을 포기하고 백신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다가 95년 본격적으로 연구소를 열었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이끌며,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존재의미와 핵심가치가 오래도록 변질되지 않고 지켜지는 영혼이 있는 기업, 영속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3명으로 출발한 안철수연구소는 지금 3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벤처기업으로 우뚝 섰다. 100배 성장. 하지만 그의 경영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회사 초창기 미 맥아피사가 1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인수제의를 해왔을 때 한마디로 거절한 사건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돈이 본질이 아닌데 그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결국 남는 것은 돈밖에 없어서 거절했다는 말에서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항상 장기적으로 보고 문제의 핵심만 갖고 본질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본질만 보고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훨씬 더 쉽게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거든요. 그게 참 어렵긴 하지만...”

안 사장은 청년실업이 심각한 요즘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되라고 주문한다. 앞으로는 한 분야의 업무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와 같이 일을 해서 하나를 이루어가는 조정에서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력을 가지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실력은 전문지식 곱하기 의사소통능력이라고 본다. 한 분야를 깊게 아는 것이 필요하지만 다른 분야도 폭넓게 알아야 하고 이러한 사람들끼리 협동을 해서 일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안 사장도  창업 초기에는 수익모델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V3를 무료로 보급하며 인지도는 높았지만 수익을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 네트워크 등의 보급으로 정보의 개방과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짐에 따라 보안이 필수 요소가 되었고 그에 따라 시장이 성숙하기 시작했다.

설립 이후 가장 힘들었던 한 해는 97년이었던 것 같다. 당시 고민은 외국기업과의 기술 격차였다. 외국 기업들은 이미 개인용 백신뿐 아니라 인터넷, 네트워크용 백신을 갖추어 놓고 있었는데,  안철수 연구소는 개인용 컴퓨터 백신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미 기술 격차는 1년 ~ 2년 정도 벌어져 있는 상태였고 98년이 되면 인터넷 사용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바이러스 숫자가 많아지면 그것에 대처하는 데 1~2년 정도 시간이 또 다시 소모될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외국 기업들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고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지 참 막막했다.

또한 97년 무렵부터 외국 기업들이 지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입했다. 게다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에 덜컥 병이 나서 입원을 하게 되었다. 10년 정도 공부와 프로그래밍을 같이 하면서 쌓인 피로가 급성간염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11월 어느 날 병상에 누워 있는데, TV에서는 IMF 관리체제에 들어선다는 서명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다. CEO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 나라 상황도 이렇게 되고 보니 과연 안철수연구소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병으로 상당한 고생을 하고, 회사 역시 주위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으니 기업을 하면서 97년 말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았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외환위기는 안철수연구소에 커다란 기회였다. 그는 스스로 회사 경영에 무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회사를 경영하는데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빚을 내지 않는 대신 사장인 자신이 3년 동안 월급을 받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 덕에 현금흐름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빚 없이도 회사 운영이 가능해졌는데 그것이 IMF 관리체제에서 힘을 발휘했다. 빚을 얻어 사업을 확장하던 회사들이 망하고, 한국 상황의 악화로 지사를 철수하는 외국 기업들이 생기는 상황에서 안철수연구소는 내외적으로 경영 상태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여기에 추가로 고급 인력들의 이동으로 우리 같은 작은 기업도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건물임대료가 내려 고정비용이 줄고, 그의 건강도 98년 즈음부터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98년부터 연구개발에 모든 힘을 쏟아 98년 말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터넷/네트워크 서버용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격차를 좁히는 것은 물론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격차 극복, 내부조직구성 정비, 영업채널 확보 등 큰 위기를 넘기고 난 회사는 토털 보안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뜻 깊은 한 해였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 불 수준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만든 두 가지 키워드가 제조업과 위험 감수였다면 2만 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식정보 산업과 위험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식정보 산업과 위험 관리의 수준 모두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죠.”

특히 IT 강국이라는 명예에 어울리지 않게 정보보안에 대한 대비는 매우 미흡해 해킹, 바이러스 사고가 날 때마다 그 피해가 1~2위를 다투는 오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정보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보안의 위험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식할 때라고 봅니다.”

안 사장은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원제 Good to Great)를 읽다가 자신의 믿음과 비슷한 개념을 접할 수 있었다. 바로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 때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병사들 중에서 미군 최고위 장교였던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수용소에 갇혀 있던 8년 동안에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가능한 한 많은 포로들이 살아남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든 전쟁 영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낙관주의자들이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한다.

낙관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에 희망을 불어넣다가 막상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시 다가오는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상심해서 죽는다고 한다.

반면에 현실주의자들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짐으로써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즉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결코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이러한 자세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직장인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CEO, 우리시대의 가장 신뢰받는 리더’ 등 1위 자리를 최근 독차지하고 있는 안철수 사장. 1%의 성공가능성에 도전하여 벤처기업의 별로 우뚝 솟은 그의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은 희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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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naver.com>

2004년 06월25일 14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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