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307호] 주름치마에 대한 기억...

얼마전 남편과 함께 찜질방을 다녀오다 분홍색 체크의 주름치마를 단정하게
입고 지나가는 여자를 보게되었다...

여자는 주름치마를 입었을때가 가장 여자답고 아름다워 보인다고 하던
남편의 눈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여성스럽고 예뻐보였는데
남편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마디 건넨다..
 
역시 여자들은 주름치마 입을때가 제일 예쁜 것 같아..여성스럽고...
나도 당신이 주름치마 입지 않았으면 결혼 안 했을거야...
그때 (결혼전) 주름치마를 입고 있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지..여성스러웠고...
 
다른 남자들도 그럴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여자가 주름치마를 입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래서 나나 딸애한테도 주름치마를 입기를 원하지만 이상하게도 난
스커트만 고집하던 결혼전과는 반대로 결혼후 부턴 스커트를 거의 입지 않아
고작해야 일년에 두,서너번 외엔 스커트를 입는날이 없다..
 
옷장을 열어보면 대부분이 바지 정장이고 두,세개 있는 스커트중에 남편이
좋아하는 주름치마도 하나 끼여 있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출근준비를 하면서 스커트가 입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늘상 섬머슴 처럼 바지만 입고 다니다가 스커트 정장을 예쁘게 차려입은 여직원의 모습을 보고 돌아와 "오늘은 나도 스커트 입고 출근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일년에 한,두번 밖에 입지 않는 스커트를
꺼내 입고 출근을 하려고 하면 남편은
"왜?...주름치마 입지 않고?...주름치마 입으면 예쁘던대..."
한다.
 
그렇게 남편 때문에 한번씩 입어보는 내 주름치마와 엄마를 닮아서인지 항상
바지만 입고 다니는 딸애의 주름치마는 어쩌다 행사가 있는 날 외엔
늘 어두운 옷장속에서 잠자고 있다..
 
워낙에 추위를 잘타기 때문에 겨울엔 그랬다 치고 이제 꽃피는 봄이
오면 나도 주름치마 한번 꺼내 입어야지...
 
"여자가 여성스럽게 옷 입는것을 포기 하는건 여자이길 포기하는거나
마찬 가지라는 남편의 말에 기분좋게 복수 해 주어야지...."
 
그날....눈이 내리고 아주 많이 추웠던날...
그 추위에 무릎위까지 살짝 올라간 체크무늬 주름치마를 입고 당당히 걸어가던
그녀를 만나던날...
남편의 마음속에 그정도로 주름치마에 대한 기억이 아름다운줄
몰랐던날....
나는 다짐을 했다..
 
더 나이 들기전에 이제 부터라도 주름치마를 많이 입어 주어야  겠다고..
나도 이제부턴 바지 보다도 치마를 더 많이 입을거라고...
그것도 남편이 좋아하는 주름치마를...
 


자운영


 
2004/02/12 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