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122) 교통정리하는 택시기사 김정남

[클릭이사람] (122) 교통정리하는 택시기사 김정남
 
영업용 택시를 몰고 나가기 전에 매일 교통정리를 하는 남자. 그가 소속된 택시회사가 있는 쌍문동 지역에서 매일 오후 3시부터 6시30분까지 정확하게 3시간반을 교통정리 해오고 있다. 하루 이틀 아니 일년 이년도 아니고 벌써 5년째 계속 해오고 있다.

교통정리하는 택시기사 김정남(56). 모두가 축제분위기로 들뜬 크리스마스날에도 그는 그자리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기에 그가 하는 일은 더욱 빛나 보인다. 그가 하는 일을 들여다 보자.

운전기사들이 택시를 끌고 나갈때 제복착용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철저한 감시망에 걸려 통과를 할수가 없다. 서울시 운송규칙에 보면 택시기사는 명찰단 제복을 입으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킨다. 차량 청결상태도 꼼꼼히 감시한다.

차량 안팎을 감시하고 엔진에 대해서도 정비점검을 한다. 오일·부동액 등을 꼼꼼히 살핀다. 원래는 기사들이 의무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안전운행을 지도한다. 날씨가 오늘처럼 흐리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그는 더욱 바빠진다. 오늘같은 날은 특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할 뿐만 아니라 사전안전교육을 시킨다.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우리회사에 딸린 기사들이 2백여명이나 됩니다. 차를 몰고 나갈때 기분이 좋아야 안전운행을 할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일입니다. 항상 사고위험을 안고 사는 직업이기에 사고라도 나면 한순간에 가족들의 생계수단이 무너져 버립니다. 그런 비극을 사전에 막기위해서는 누구라도 나서서 해야 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일을 제가 하는 것 뿐입니다"

회사 안팎에서 오고가는 차량들을 교통정리 하고 있다. 차량사고를 막기도 하고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사고나면 회사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치명적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가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사고율을 크게 줄였다.

동네분들은 5년째 한자리에서 하루 한날같이 교통정리를 해오고 있는 그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건넨다. 택시로 어디 갈일이라도 있으면 아예 그의 회사에 들어와서 탄다. 그래서 그에게는 고정승객이 많다. 밤 2시부터 2시반까지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아예 그의 단골 승객이다.

7년단골도 있다. 일산손님. 직장 간부로 직업상 술을 많이 하는 분이다. 성실과 친절봉사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와 손님간에 일종의 장기 신용거래처럼 단골로 지내고 있다.

업무특성상 수중에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그 손님은 안전을 위해서 믿을만한 그의 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산에 있는 손님의 집근처에 가서 전화를 하면 시간에 맞춰 내려와서 그의 차에 몸을 맡긴다. 그런식으로 6, 7년된 고정손님이 많이 있다.

91년 3월 입사한 이래 이회사에서만 근무해오고 있다. 10년근속. 그동안 도봉구선정 모범운전자 표창을 받았다. 교통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자신이 소속된 경일운수는 서울시에서도 인정해줄 정도로 교통질서와 제복착용 등을 가장 잘 준수하는 우수업체라고 그는 자부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못한다. 한번은 이런일도 있다. 교통경찰이 오토바이 치기배를 적발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려고 오토바이 뒷부분의 안장을 잡았다. 그런데 그순간 두명의 치기배 일당은 경찰을 땅바닥에 끌고 그대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장면을 목격하고 그가 300미터를 추격해서 두명의 범인을 붙잡았다.

오토바이에 매달려 끌려간 경찰을 즉시 경찰병원에 후송시킬수가 있었고 달아나던 범인을 살인 미수혐의로 경찰에 넘겼다. 해병대 출신으로 정의감에 불타는 성격.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물불을 안가리고 뛰어들어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뛰어들었다. 그일로 경찰청장 표창을 주겠다는 것을 사양했다. 사람을 구하겠다는 일념에서 당연히 해야 할일을 한것이기 때문에 상을 받기가 민망했다고 술회한다.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위기일발 상황인데 누구라도 그 입장이면 사람을 구하러 뛰어들지 않겠냐며 멋적은듯 웃는다. 죽음의 위기에서 목숨을 건진 그 경찰과는 지금까지 가깝게 지내고 있다.

합승도 승차거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응급환자가 있으면 먼저탄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병원으로 모셔갈때도 있다.

전직은 서울대학교병원 방사선기사였다. 퇴직후 개인사업을 하다가 잘안돼서 택시를 몰았다. 그때가 91년. 그는 이곳 회사에서만 계속 택시기사로 일해오고 있다. 9년8개월동안 결근한번도 하지 않은 성실맨. 돈도 많이 모았다.

처음에는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했다. 여기서 번돈으로 가족들 생계를 해결하고 두자녀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지금은 춘천에 있는 아파트에서 노모와 두 자녀가 생활하고 있고 아내와 그는 서울의 개인주택에서 살고 있다.

10년전 춘천에서 단돈 2만원만 달랑 들고 서울에 올라와서 아이들 가르치고 전세 얻고 현금 5천만원정도 저축까지 했으니 이만하면 기사로써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9년8개월간 결근은 커녕 지각한번 안했다.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택시영업 시간만은 철저하게 준수했다. 정시에 들어오고 정시에 나갔다. 아무리 몸이 아파도 그것을 핑계로 회사업무에 게으름을 피운적이 없다. 성실근무의 보증수표. 사장을 비롯한 모든 사원들 사이에서도 그의 성실성은 정평이 나있다.

10년동안 택시기사로 근무하면서 노력하면 이만큼은 살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남자. 운전하다보면 기분나쁠때도 있지만 기분나쁘다고 해서 일을 안한적이 없다. 이제 개인택시순위도 받아놓았다.

이회사에 있는한 계속 그는 교통정리를 할셈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하는 일이다. 하루라도 교통정리를 하지 않으면 차가 뒤엉키고 교통흐림이 끊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고 매일 3시간 반동안 교통정리를 한다고 해서 돈한푼은 커녕 커피한잔도 얻어먹은 적이 없다.

그는 나가는 차마다 "안전운전하십시오"라는 덕담도 빼놓지 않는다. 날씨가 흐린날은 "안전거리 확보하고 서행운전 하십시오"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

덕담한마디로 사고를 막을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차에게도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꼭 인사를 한다. 불황한파로 마음까지 얼어붙어 유난히 추운 올겨울. 이럴때일수록 따뜻하고 훈훈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더불어 사는 지혜가 그립다. 김정남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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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1/05 10: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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