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263) 청와대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북파공작원 김석곤 (1)

[클릭이사람] (263) 청와대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북파공작원 김석곤 (1)
 
북한에 침투하여 특수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북파공작원이 이번에는 국가가 보장한 약속을 지키라며 청와대로 달려갔다.

4월28일 월요일 아침 8시. '북파공작원 서울810호'로 활동했던 김석곤(60)씨가 노무현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앞에서 1인 침묵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68년 북한에 침투하여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면 당시 평생을 먹고 살수 있는 거금 4천만원을 주겠다고 한 국가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젊은 청춘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아낌없이 바쳤다는 김석곤씨.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치 떨리는 배신감뿐이었다.

중앙정보부 소속으로 북한에 파견되어 평양 지하감옥을 거쳐 극적으로 귀환한 북파공작임무수행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현재 오갈 데 없는 거리의 노숙자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고 말한다.

국가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하고도 귀환 후 국가가 약속한 4천만원을 받기는커녕 비 애국자 처우를 받고 이렇게 한심한 노숙자로 전락하였으니 이 기막힌 억울함을 풀지 않고는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다면서 한 맺힌 사연을 줄줄이 털어놓는다.   

십수년을 노숙자로 지내는 어려움 속에서 국가를 상대로 잃어버린 명예와 인권을 되찾기 위해 줄기차게 투쟁을 벌여왔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철옹성 공권력'에 최후의 수단으로  청와대를 택한 것이다.

1인시위를 벌이는 그의 목에는 노무현대통령 면담신청 요지 3개항이 적힌 피켓이 걸려있다. 첫째 '북한핵' 타결 K 프로젝트 건, 둘째 북파공작원 명예회복 건 그리고 셋째는 자신을 지칭하는 북파공작원 서울810호 활동사실 확인 건이다.

K 프로젝트와 북파공작원 서울810호. K 프로젝트는 무엇이고 서울 810호는 또 무엇인가. 듣도 보도 못한 이 생소한 단어에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청와대 앞 1인 시위 현장에 가서 그를 만나 보았다. 기자와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북파공작원. 국가가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을 때 국가의 부름을 받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과 청춘을 조국의 제단에 바친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이들의 존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이들은 어쩌면 우리 민족분단의 버려져 은닉된  희생 제물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자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이들을 대변해 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이들을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보호하고 책임질 것인가?

그는 현재 국군포로북파공작원송환대책 범국민추진위원회(http://myhome.naver.com/skkim9512/)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충무공사천해전거북선승첩기념제전위원회'와 '충무공남도해전거북선승첩기념제전위원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리민족의 살길이 바로 그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K프로젝트'라고 말한다.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면서 1인시위를 벌이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K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인생이 아무리 억울하게 꼬인다 해도 이보다 더 처참하게 꼬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국가의 명령에 따라 평양을 갔다 온 것이 오히려 죄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모든 활동을 통제 당해왔다.

경남 경찰학교 6기생으로 합격통보서를 받았으나 면접에서 탈락되고, 매번 국가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으나 그때마다 신원조회에 걸려 임용에서 탈락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유는 국가의 명을 받고 북에 가서 임무를 수행한 것이 오히려 죄가 되어 소위 국가 1급 요시찰자,  다시 말해 빨갱이 처우를 받게 된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누군가가 엮어놓은 사건조작 함정에 휘말려 두 번씩이나 청송사회보호감호소에 수감 당하는 등 햇수로 30여년을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비인도적인 사건조작 행위를 당시 현직 검사가 주도해 왔다면서 그 억울함을 인터넷에 고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대를 잘못 태어나 한평생 억울하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증오심조차 남아있지 않다면서 화해와 용서로써 얼마 남지 않은 여생만이라도 마음고생 안하고 살았으면 하는 간절하고도 소박한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청와대에 올린 공개서한을 통해 노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하는 이유와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 그리고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인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러나 목숨 바쳐 애국한 북파공작원문제를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과거 군사독재 수구세력들이 애국영웅들을 빨갱이로 만들어 오늘까지 노숙자로 살고 있다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국가공권력을 이용하여 애국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친 행위를 노대통령님은 확인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 갔다 오면 평생을 먹고 살수 있는 돈을 주겠다는 말만 믿고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한 후 귀환되자 빨갱이 취급을 받았다면서 주기로 약속한 위로보상금은 누가 챙겼느냐고 그는 묻고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2001년 11월21일자 국회 김성호의원 등의 발의로 북파공작원도 국가유공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 후 법률의 시행령을 거쳐 2003년 현재 국군정보사령부에서는 현재 임무수행자등에 대한 위로금 6,500백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정보원은 북파공작원 서울810호 김석자(김석곤의 개명전 이름)의 활동 사실의 확인조차 기피하고 있습니다. 신청인의 위로금을 가로챈 자들이 요직에 있다는 결론입니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그를 북에 파견한 당사자인 국가는 왜 그를 외면하고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것일까. 그의 말대로 신청인의 위로금을 가로챈 자들이 정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말 못할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억울한 감옥살이의 와중에서도 중앙정보부장과 안기부장을 고소했고 안양교도소 수감 당시에는 박종태조정관을 상대로 솟장을 제출했고 지난 2001.11.21자 국회본회의에서 북파공작원이 국가유공자 반열에 오르는데도 일조했습니다. 그 후 국가인권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빼앗긴 자유 인권을 구제 받기 위해 3년 여 동안 두 번이나 트집잡기 각하 결정을 받았고 급기야 국가인권위 각하 결정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을 제청 현재 헌법재판소 제3지정재판부에서 소송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모순이지요, 국가기관이 국가기관의 부조리를 조사할 수 없다면 그 기관의 성격은 무엇일까요?"

이 같은 시련 속에서도 그는 조국과 민족의 통일과 재도약을 위하여 필사의 각오로 노력을 다해 왔다고 자부한다.


“김대중정부의 인터넷 신문고에서 제가 제안한 '21C비전@통일한국 프로젝트'(K프로젝트)를 접수, 김대통령께서 통일부장관에게 명하여, 통일부장관은 타당성 있음을 복명, 수용된 바 있습니다.”

그는 또한 현 참여정부 인터넷 신문고에 북파공작원 명예회복 건과 前 공안검사의 공권력을 이용한 사건조작 및 '북 핵 타결' 프로젝트인 제6차 남북한 당국자에게 올리는 공개서한문을 2002년 12월에 이어 지난 3월 또 한번 접수시켰으나 처리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경남 사천 출생으로 사천농고를 졸업하고 육군에 입대 미8군사령부에서 카투사로 복무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유능한 젊은이였다. 

군에서 전역 후 국군정보사령부 대북 공작팀 물색조에 픽업되어 특수임무 교육을 받고 68년10월 서울810호로 평양으로 파견되면서 그의 인생은 꽈배기처럼 꼬이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 앞에 평생을 따라다니는 810호는 68년10월에 북파 되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호칭이다.

"평양 지하감옥에서 철저한 조사를 끝내고 같은 해 11월 평양의 김일성은 ‘우리끼리 만나자’는 메시지를 서울로 귀환하는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그 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한데 이어서 박성철이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독대(獨對)했고 72년 남북공동 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제가 오늘의 남북 화해협력 시대를 여는 밑거름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자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정보기관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충실히 임무 수행한 그를 국가 1급 요시찰자로 분류해 감시하고 통제해 왔을까.

한편 그는 前 모 공안검사의 사건조작으로 햇수로 30여년을 교도소 감호소 등에 수감되는 등 인권을 유린당해 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는 수감되면서 억울하고 분함을 참을 수 없어 짐승처럼 몸부림치는 등 처음 몇 해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차츰차츰 감옥이라는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아니다, 아닌 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꿔 수습하는 과정을 거쳐 공부와 연구에 빠져들었다.

그런 노력으로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거북선 최초 승첩지(勝捷地)인 '사천해전사'(泗川海戰史)를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당포(唐浦)해전으로 역사왜곡 시켜온 것을 학계최초 논문으로 탈고하여 역사사관을 바로잡았다.

1994년 6월25일 청송사회보호감호소에서 가석방된 그는 이듬해 충무공사천해전거북선승첩기념제전위원회를 경남도지사로부터 사회단체 승인 받아 1995년 광복 50주년이자 거북선 최초 승첩 403년만에 제1회 기념제전을 봉행하였다.

당시 전국의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거북선 백일장을 개최하고 거북선 책자를 발간하여 각급 학교와 지리산에 위치한 경남 자연학습원, 법무부교정기관인 경북청송사회보호감호소 등에 교재용으로 제작하여 비매품으로 배포하였다.

그 과정에서 뜻있는 시민들의 광고 협찬금 3백여만원을 접수한 것을 사천경찰서가 기부금품모집금지법위반으로 구속시켰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무죄가 입증됨으로써 국가는 그에게 96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했다.

평생 억울한 옥살이를 하면서도 그의 삶은 구국일념으로 이어진다. 그는 35년전 북파되던 심정으로 남은여생을 조국과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하고 노력하고 있다.

남북한 합작 국책사업으로 제안한 '북한핵 타결' K프로젝트(금강산 개발) 사업과 북한에 억류되어 고통 받고 있는 국군포로 및 북파공작원 동지들을 자유 대한민국으로 송환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가 제안한 K프로젝트는 거북선 페리호를 띄워 중국의 만리장성과 일본을 여행하는 연간 1억여명의 세계관광객을 한국의 남해바다 거북선 전사유적지로 안내하자는 프로그램이다.

K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길이자 북한이 살수 있는 길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역대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가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그는 말한다.    

또한 그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구국영웅들이 빨갱이 처우를 받고 그것도 모자라 한 삶을 노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구조적 모순, 가진 자 쥔 자 만이 군림하는 세상을 청산하고 과감한 개혁을 해 나가야만 우리 민족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통령 면담이 이뤄질 때까지 여기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그의 각오는 북파될 때의 심정만큼이나 결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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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3년 05월01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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