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276)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음악제에서 동양인최초로 작곡상 수상한 김남국

[클릭이사람] (276)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음악제에서 동양인최초로 작곡상 수상한 김남국

음악 하나로 한국을 빛낸 젊은이가 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음악제에서 동양인최초로 작곡상을 수상한 김남국(32)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 피플코리아

독일에서 프랑크푸르트 음대 작곡과에 재학중인 그가 세계무대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한국음악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으니 이는 개인의 영광 차원을 넘어 국가로써도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선린상고 출신. 음악과는 큰 상관이 없는 상고를 졸업한 그가 어떻게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어쩌면 은행에 들어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가 가는 길은 영 딴판이었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상고에 들어가고 보니 적성에 맞지 않고 무명 ‘락밴드’로 활동했으나 거기서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고3때 통기타 가수를 하려고 마음먹고 음악선생님에게 음악 이론을 물어보던 중 그것을 계기로 해서 입시레슨을 10개월간 받고 우여곡절 끝에 경희대 음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졸업 후 이곳 프랑크푸르트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 온 이후 현대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중의 한분이자 고 윤이상 선생의 친구분이기도 했던 한스 첸더(Hans Zender) 교수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인 제자가 되었다.

실질적인 실력보다는 학력과 인맥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 분위기로 볼 때 이방인과 같은 존재였던 그가 독일에서 한스 첸더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를 마지막 제자로 은퇴한 한스 첸더는 현재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현대음악 지휘자이며 또한 한스페터키부츠(베를린 음대 작곡과 교수), 이사벨문드리(프랑크푸르트 음대 작곡과 교수) 등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걸출한 작곡가들을 다수 배출한 명교수로도 정평이 나있다.

첸더는 그에게 숨겨져 있던, 남들이 갖지 못하고 있는 능력을 발견하고 그를 홀로 설수 있는 작곡가로 키워주었다. 

그런 가르침 덕분이었는지 2002년 그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음악제인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 음악제에서 불교의 참선 과정을 그린 ‘화두’라는 작품으로 최고 작곡상을 받게 되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한국 민속악을 제대로 공부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아쟁 명인 윤윤석 선생님으로부터 아쟁을 사사하고 타악은 유경화씨로부터 꾸준히 공부를 했던 것이다.

2000 독일 앙상블 모데른이 주최하는 제5회 신인 작곡가에 선정되어, 메조 소프라노, 타악기, 그리고 아쟁을 위한 3중주 ‘죽음에서 탄생까지’(vom Tod bis zur Geburt) 협연.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음악제는 우리가 잘 아는 존케이지, 루이지 노노, 볼프강 림, 슈톡하우젠, 헬무트 락헨만 등 세계 모든 거장들이 거처가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 있는 음악제로 알려져 있다.

▲     © 피플코리아

한국을 빛낸 작곡가 윤이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도 이 음악제를 통해 현대 음악계에 알려지고 그의 작품을 소개한 데뷔무대가 되었다.  

그런 음악제에서 상을 탔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가 빛나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도 2002 제41회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음악제에서 아쟁, 2대의 타악기, 클라리넷, 첼로를 위한 5중주 "화두"로 작곡부문 최고상인 ‘크라니히 슈타이너상’(Kranichsteiner Musikpreis)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했다는 점이다. (수상자 명단으로 바로 가기)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른 독특한 음악적인 감각이 있다. 특히 타악기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격은 아주 직선적이라고 밝힌다. 어렸을 때 소문난 개구쟁이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다니며 놀기를 좋아했다.

한국에서 작곡공부를 한 사람들이나 서양음악에 관계 되어있는 사람들과 그다지 좋은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한 것도 직선적인 성격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음악에 빠져든 이유는 정작 엉뚱한데 있다. 중 2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마을 사람들이 상여를 메고 요령을 흔들어 대면서 곡을 하는데 그것이 그에게 가장 인상 깊게 들렸다. 그전에는 음악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것이 음악을 하게 된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중학교 때 태권도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부모님의 극구 반대로 그 꿈이 무산되고 말았으나 지금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작곡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작곡가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갔다가 거기서 민속악의 아쟁 소리에 한없이 매료되어서 그때부터 국악을 하는 분들을 찾아가 국악감상과 연주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독일에 처음 갈 때는 아쟁을 가지고 갔다. 연주경력을 쌓을 겸 길거리에서 연주도 해봤다. 독일에 도착하고 9개월 후 한스 첸더 앞에서 작곡과 입학시험을 볼 때도 아쟁을 가지고 가서 다른 서양악기 대신에 아쟁으로 악기 시험을 대신하였다.

거기서 그는 무한한 작곡의 가능성을 찾게 된다. 독일에서 여러 현대 음악제를 가보게 되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의 현대 음악계가 현대의 권위 있는 음악제와는 좀 거리가 있고, 현대음악의 주류에서 많이 벗어나간 느낌을 받았다.

또한 작곡을 위한 소재가 지금의 첨단 컴퓨터 음악과는 또 다른, 악기 자체의 소리만으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느끼게 되었다.

서양 현대 음악계에서는 작곡가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다양한데 음에 중점을 두거나 리듬에 중점을 두거나 아니면 음색 변형에 중점을 둔다. 

그런 영향을 받아서 그가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음악적인 실험은 서로 다른 나라 악기(예를 들면 동양, 서양)의 음색을 직접적으로 어우러지게 만들어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음향을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존 악기의 음색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가 하는 이런 작업들을 통해서 훗날에 또 다른 새로운 음색을 가진 악기가 탄생되리라고 그는 믿는다.

그는 그림을 좋아한다. 특히 동양화를 좋아한다. 그가 추구하는 음색이 동양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동양의 수묵화 등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 하다.  

그는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 음악제에서 작곡상을 받은 작곡가로써 내년에 열리는 제 42회 음악제에서 그의 작품을 발표하고 강의도 하기로 되어있다.

내년에 이 음악제에서 현대 타악기의 거장으로 알려진 독일 칼수루헤 교수로 재직중인 나까무라와 피아노의 한가야 교수님을 주인공으로 한 6중주 음악극 ‘마중’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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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3년 07월 29일 08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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