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43) 이야기 둘 (15)

피플코리아 | 입력 : 2003/04/13 [20:23]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15

 

무슨 사연인지 몰라도 이십 초반부터 이 장사를 시작한 사람답게 마담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 잠깐 부스럭거린 것뿐인데 어느새 과일, 햄, 치즈 등으로 꾸민 안주 접시와 양주, 얼음 등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진석씨 먼저 한 잔 받아."

서로 술잔을 채우자, 그녀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콧잔등을 들이민다.

"같이 늙어 가는 동지끼리 러브 샷 한 번 해볼까?"

이러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서로 팔을 교차해서 마시는 것이 쑥스럽기는 했지만, 마다하는 것도 이상해서 어울려 주었다.

"카아, 좋다."

팔도 풀지 않은 채 숨을 토해내는 바람에 마담의 숨결이 얼굴에 고스란히 와 닿았다. 단내 나는 뜨거운 입김이 말이다.

"진석씨 뭐 고민 있구나?"

여전히 팔을 풀지 않은 채 질문을 던져오는 마담의 표정이 꼭 점쟁이 같다.

"고민은 무슨..."

"에이즈라도 걸렸어?"

나는 팔을 풀며 책망 투로 쏘아주었다.

"걸렸으면 좋겠다는 말투로군?"

"정말로 걱정되서 하는 소리야. 진석씨 여자 편력은 유명하잖아."

"왜, 에이즈 걸렸으면 진 마담이 병간호 해주게?"

"못해 줄 것도 없지? 결혼하자고 해도 얼른 해주겠네. 돈 많은 남자 금방 죽는다는데 얼른 해야지."

"하여튼 말을 해도..."

"하지만 섹스는 안 되겠다. 그치? 아무리 돈이 좋아도 같이 죽기는 좀 억울하니까."

"에이즈 걸릴 일 없으니까 걱정말고 술이나 드셔."

"호호... 내가 속을 너무 드러냈나? 그런데... 요즘도 동남아로 여자 사냥 다녀?"

사뭇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 시켜주게?"

"진석씨 소개시켜 줬다가 맞아 죽을 일 있어? 아무리 예쁜 여자도 두 달을 못 넘기는 사람인데..."

"뭐, 그렇기는 하지."

"요즘은 어떤 여자야?"

 

백산

 

수정일 2003년 04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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