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97) 국회의원 보좌관 박충식

[클릭이사람] (97) 국회의원 보좌관 박충식
 
의원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 당연히 사무실이 으리으리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국회 의원실을 찾아갔다. 그러나 의원과 6명의 보좌진이 함께 쓰는 사무실은 의외로 좁고 협소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특혜를 동시에 누리는 국회의원. 그들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바로 보좌관이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도 않으면서 의원의 철저한 손발이 되어준다. 의원이 국회에서 스타가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보좌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연출자요 이미지 메이커라 할수 있다. 박충식(40)도 그런 사람이다. 초선 최병국의원(한나라당 울산 남구·58)의 보좌관으로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고 있다.

"공무원으로써 국가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요. 사안 하나하나에도 고민을 합니다. 비록 단순한 사안이라 할지라도 결코 소홀히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잣대로 보는 그는 참으로 이해 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그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면 편한길을 놔두고 일부러 길아닌 길만 골라서 고생을 자처해온 사람 같았다. 돈을 왕창 벌어 경제력으로 이나라를 쥐고 흔들겠다는 야심으로 서울대 상대에 들어갔다가 졸업후에는 뜻하지 않게 진로를 180도로 확 바꿔 불교대학 박사과정까지 마친 특이한 사람.

한때는 스님들이 같이 일하자고 그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조계종 총무원에 아예 진을 치고 들어가 2년을 꼬박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속세에 묻혀 살아가는 그를 속세를 떠난 스님들이 함께 일하자고 불렀다니 이는 또 무슨 괴변이란 말인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그야말로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기인이라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그는 스님들과 함께 2년이나 생활하면서도 정작 스님의 길은 택하지 않고 다시 속세로 빠져 나와 한때 불교방송에서 일한적도 있다.

"어려서 부터 불교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내자신이 살아온 길을 스스로 돌아보아도 파란만장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모두가 스스로 택하고 결정한 길이기에 후회같은 것은 안합니다"

그가 최병국 의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5월. 15대때 이상희 의원을 2년정도 보좌한 경험이 있다. 이의원과 일하면서 국회보좌관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 다시 이바닥에 뛰어들었다.

"여기는 국정의 모든 자료들이 들어오고 국가의 중요정책을 가장 깊이 그리고 정확하게 파악할수 있는 자리지요. 업무는 많고 몸은 고되더라도 노력한 만큼 민족과 국가에 공헌할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뛰고 있습니다. 모시고 있는 최병국 의원은 '국회 법사위' 소속이지요. 소관부처가 대법, 대검, 감사원, 법제처, 헌재, 군사법원이기 때문에 법이나 사회 정의에 나름대로 일조를 할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가장 중심을 잡아야할 세가지로 법관, 언론인, 교수를 꼽는다. 이분들이 나라의 중심을 잡는데 가장 선봉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그가 맡고 있는 부분이 법이다. 우리 주변에는 잘못된 법으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개선하고 바로 잡는데 그런 역할을 그가 하고 있다.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시각은 아주 안좋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들어와 보니 국민들의 입장을 이해 하면서도 그는 정당의 고충을 알 수가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정권을 쥐는 곳이 정당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개개인과 당원이라는 모순된 긴장속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뛰어난 개인 능력을 가진 의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가의 장기적인 정책 방향도 중요하기 때문에 같은 비중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속에서 국민들로부터 쏟아지는 일방적인 비판도 어쩔수 없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가 바로 의원인것 같다.

보좌관인 그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기대와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 속에서 항상 고뇌하고 심사숙고하면서 일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미국 같은 경우는 한 의원당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40명이 넘는 보좌진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원당 거느릴수 있는 최대 한도가 6명. 그러다 보니 전문성 부분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보좌관들은 교수나 연구원등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여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는 실정이다. 큰 이슈가 있을 때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들과 접촉하여 쟁점을 재빨리 파악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순발력도 보여야 한다.

그는 보좌관들도 장기적으로는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가 소속된 의원실은 의원회관 543호. 16대부터 보좌관이 두명으로 늘었다. 그나마 두명으로 늘어난 탓에 전문성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고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543호에는 총 6명의 보좌진이 있다. 그를 포함한 2명의 보좌관(4급·서기관)과 5급 비서관 1명이 있다. 나머지는 6급 7급 9급 비서가 각각 1명씩 있다. 의원실 정원이 6명이기 때문에 더이상은 고용할수가 없다. 어떤 의원은 개인적으로 사비를 드려 더 거느리는 경우도 있다.

국회는 8월초부터 연말까지 가장 바쁘다. 국회에 있다보면 여름에서 바로 겨울로 넘어가 버리는 느낌이다. 일을 하다 보면 세월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올가을도 단풍이 어떻게 피고 지는지 모르고 지나가 버렸다. 새벽에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에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막상 본회의가 열리면 그는 회의장에 참석을 못한다. 국회의원만이 본회의장에 들어갈수 있다. 국회법에 그렇게 되어있다. 보좌관은 현장에 못들어가는 대신 의원실에 남아 모니터를 지켜보면서 발빠르게 자료를 준비한다. 민감한 이슈로 회의중에 불꽃튀는 쟁점이라도 벌어지면 즉각 즉각 자료를 준비해서 제출한다. 그러다 보면 진땀이 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일년에 정기회기가 100일. 임시국회는 수시로 열린다. 수시로 열리기 때문에 보좌관은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럭비공이라고 자조섞인 말도 한다. 언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모르니까… 그리고 언제 임시국회가 열릴지 모르니까.

준비한 자료가 미흡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되면 보좌관은 당황하고 긴장한다. 그럴때 임기응변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 하느냐에 따라 보좌관의 능력이 판가름 난다.

그는 보좌관으로는 신참도 고참도 아닌 중참급. 그러나 그도 따지고 보면 2선이다. 보좌관으로 치면 그렇다는 것이다. 15대때 이상희의원을 모신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초심자라는 자세로 긴장하고 노력하고 연구하며 하루 하루를 지낸다. 보좌관은 노력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그는 공무원이라는 것을 항상 머리속에 각인하고 있다.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당황한 적도 많았다. 질의 자료를 열심히 작성 했으나 준비한 내용과는 달리 질의 내용이 바뀔 때 보좌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민원 해결사 역할도 많이 한다. 국민들은 의원을 만능 해결사로 보기도 한다. 민원인들은 스스로 민원을 해결하다 안되면 마지막에 의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 보좌관인 그가 나서서 해결해 주기도 한다. 그는 국회가 민원과 무관할 수는 없다고 본다. 국회가 민원을 해결하는 곳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국가 발전에 필요한 민원이 아닌 개인적인 민원은 삼가해 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램이다.

그는 주말에도 항상 대기상태로 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자료를 준비할 때가 많다. 한마디로 보좌관은 만능플레이어라고 그는 말한다. 자기 전공이 아닌 문제라도 전공인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보좌관이 모른다고 손을 들어 버리면 그야말로 웃음 거리 밖에 안된다. 뭐든지 물으면 언제라도 대답해야 하는 운명이 보좌관이다. 모르면 아는 사람을 찾아내서라도 답을 만들어 와야 한다. 그렇기에 항상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또한 그런 점에서 매력과 보람을 느낀다. 힘들고 어려운 만큼 보람은 두배 세배로 커진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좌관이 선망의 직업으로 통한다. 보좌관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의 초점이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그만큼 보좌관이라는 직업이 인기가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보좌관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생각보다 차갑다. 보좌관이 공무원이라기 보다는 권력쪽에 더 가깝다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보좌관을 하면서 얻는 것이 많다. 3∼4년만 일하면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을 훤히 꿰뚫어 볼수 있다. 행정에서 부터 법률 입안, 정책 결정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좌관으로써 책임감과 보람을 동시에 느낀다.

부산이 고향. 민족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후 철학과 불교쪽으로 다시 공부를 하고 싶었다. 결국은 동국대 불교학과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대한 불교 조계종 종단 소속의 '불학 연구소'에서 연구 책임을 맡기도 했다. 그후 이상희 의원과 인연을 맺게 된다.

한민족 문화네트워크 협회를 꾸려 나가면서 언론사와 인연을 잠깐 맺기도 했다. 그는 젊어서 국가 경제를 흔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상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기업경제가 아니라 국가 경영 쪽으로 직업을 바꾸게 되었다면서 큰 소리로 웃는다.

그런 모든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지금 보좌관으로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보좌관은 모든 면에서 많이 알고 두루 두루 해박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더 흐르면 관심분야인 철학과 민족문화에 대해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박사과정을 마치고도 더 공부를 계속 할 계획이라니 그의 학구열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하다.

그는 보좌관으로 있는 지금 신문을 보더라도 공부하는 자세로 본다. 정책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기사가 나오면 이문제가 국회에서 어떤 이슈로 등장할 것인지 나름대로 판단 예측 분석하면서 자료를 그때 그때 준비한다.

그는 끝으로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직업으로 순항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직업을 거치면서 역행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자신의 인생을 완성해 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 보좌관은 아마 후자인 것 같다. 보좌관이라는 직업이 안정된 평생 직종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면서 평생직업이 아닌 것이 바로 보좌관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기에 더욱더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자체를 그는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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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11/10 17: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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