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569) 커피 한 잔에 담긴 온정

[세상엿보기] (569) 커피 한 잔에 담긴 온정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외출 중에 마주친 생면 부지의 낯선 부부로부터 들은 말이다. 빈말이 아니었다. 

2024년 10월25일 오후. 지인과 함께 자투리 시간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마음이 따뜻한 부부를 만났다. 금실이 좋아 보이는 부부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커피를 뽑고 있었다.

다음은 우리 차례. 서울시청 지하 1층 자판기에서 지인과 마실 커피 두 잔을 뽑으려면 동전 500원짜리 2개가 필요했다.

500원 짜리 동전을 넣고 커피 한잔을 뽑았다. 그리고 또 한 잔을 뽑기 위해 두 사람이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봐도 동전 500원이 없었다. 난감해하는 우리를 곁에 있던 중년 부부가 봤다.

우리보다 먼저 커피 두 잔을 뽑은 부부에게도 뜻하지 않은 돌발 사고가 발생했다.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사모가 남편에게 건네주다가 커피가 흘러 옷에 쏟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복 상하에 커피를 쏟고 어쩔줄 몰라하는 부부에게 내가 물티슈 한 통을 건네주었다.

그랬더니 사모가 나에게 500원 동전을 건넨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서 고사를 했다. 그러자 사모가 말한다.

“선생님이 먼저 베푸셨잖아요.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 법이지요. 그러니 사양하지 마시고 두 분이 커피를 드세요”

참으로 고마웠다. 천사의 마음을 닮은 부부 덕분에 지인과 나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갈수록 세상이 각박하고 인정이 메말라간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마음씨 착한 부부의 선행 덕분으로 기자가 마신 500원짜리 자판기 커피만 해도 그렇다.

나는 사람을 책으로 본다. 사람책이다. 종이 책에도 양서가 있듯이 사람책에도 양서가 있다.

나는 인물전문기자로 수십년째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1000명이 넘는 각계각층 인물을 인터뷰했고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으니 그만큼 사람책을 읽은 셈이다.

온정이 듬뿍 담긴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만난 부부도 물론 사람책이다. 단순한 책이 아니라 양서로 추천하고 싶은 사람책이다.

<김명수/ 인물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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