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388) 온정이 흐르는 주말농장 이웃사촌

김명수기자 | 입력 : 2021/09/06 [20:02]

[세상엿보기] (388) 온정이 흐르는 주말농장 이웃사촌

 

주말농장은 도시인들에게 힐링의 공간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웃을 일이 사라진 요즘 시국에는 더욱 그렇다.

 

 

95일 오후 서울 도봉구 무수골 입구 주말농장에서 에너지를 듬뿍 받아왔다. 도전한국인본부 상임대표 조영관 박사가 1년 단위로 텃밭 1구좌를 분양 받아 5년째 공동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서너 평밖에 안 되는 작은 면적이지만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텃밭을 쇠스랑으로 고른 다음 거름을 듬뿍 줬다. 그리고 무, 배추 등 채소 모종을 심는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시간이 나는 대로 수시로 와서 물을 주고 해충의 습격도 막아야 한다.

도전본부가 텃밭을 운영하면서 얻는 가장 큰 행복은 나눔 정신이다. 회원이면 누구나 텃밭 가꾸기에 동참할 수 있고 수확의 기쁨도 함께 누릴 수 있다. 5년째 그렇게 운영해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조영관 대표와 함께 193번 팻말이 붙은 텃밭에 모종을 심은 후 일주일 만에 찾아왔더니 다행히 무, 배추가 싱싱하게 뿌리를 잡았다. 유기질 웃거름과 해충 방제용 액비를 충분히 줘서 땅심을 돋운 덕분에 땅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한 눈에 봐도 베리굿이었다.

일요일 저녁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쉬는 대신 텃밭에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한 텃밭에선 부부가 함께 와서 남편은 물을 주고, 아주머니는 땅바닥에 앉아서 고춧잎을 땄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뿌리째 뽑혀있는 고춧대에는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런데 고추는 거들떠보지 않고 고춧잎만 열심히 따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너무 의아해서 물었다. “고추는 안 따시나요?”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고춧잎으로 나물요리를 하려고요. 고추는 아저씨 가지고 가셔요

아주머니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고추 한 보따리를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거절도 지나치면 실례가 되기에 몇 번 사양하다가 결국은 고추를 선물로 받았다.

주말 농장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친 사람에게 말 한마디 건넸다가 생각지도 않은 고추 한 무더기를 선물로 받은 셈이다.  

아주머니는 작은 텃밭이지만 서로 나누면 좋지요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아주머니의 남편도 텃밭일에 아직은 서툴지만 보람을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시민들이 바쁜 일상에서도 짬을 내어 도심의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목적은 단순한 수확의 기쁨을 넘어 나눔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주말농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그렇게 이웃사촌이 된다. 혈육으로 맺어진 사촌이 있고, 한 마을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웃사촌이 있다면, 주말농장에도 훈훈한 이웃사촌이 있고 따스한 온정이 흐른다.

천만 도시 서울에 이런 주말농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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