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침놓기 12탄. 아줌마도 탈선하고 싶다!

피플코리아 | 입력 : 2002/06/25 [17:20]
피곤해도 어떡해. 저 뒤의 할배를 위해 자리에서 꾸부정 일어설 때였어.

“저 할배~~ 이쪽으로…” 부르는 순간…

“저기 자리 났다!” 누군가가 큰 소릴 지르잖아. 순간 등골이 오싹 오싹.

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비호처럼 몸을 날린다. 내 엉덩이가 자리에서 다 뜨기도 전에 털썩
낑겨 앉는거야. 야속하게도 나의 중심은 이미 뒤로 이동하고 나의 순결하고 고결한 엉덩이
는 아줌마의 무릎팎에 얹히고 만다.

‘우이 씨~’ 순간 빨딱 일어섰지만 식은땀이 등을 훑고 내려가고…
 
 

힘든 싸움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고 간신히 입을 뗀다.

“아줌마! 거 너무 하는 거 아뇨?”

등신같이 입술만 씰룩거리고 말에는 가벼운 떨림까지 섞여 있다. 쪽 팔린다.

아줌마 웃는다. 그리고 계속 앉아 있다. ‘참으로 염치 없으십니다’

엉거주춤 미안하고 고맙다는 표정으로 엉덩이를 들이밀던 그 할배는 이미 다른 칸으로 자리
를 뜬 상태.

우리 시대 아줌마는 과연 무엇인가. 지하철과 버스에서의 거침없는 활약상, 사람 득시글한
공공장소에서의 그 기개 넘치고 호탕한 웃음소리, 그리고 뽀글뽀글 파마에 기미 낀 얼굴…

화풀이에 ‘너무나 본능적인’ 코드를 그 아줌마에 갖다 붙여본다.

하지만 아무리 아줌마가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조롱받고 멸시받는 서러운 존재라 해도 삐따
기는 아줌마 편에서 發起하고 싶다는 말씀!

그대여! 아줌마를 아는가?

노처녀는 아줌마 소리를 죽기보다 싫어해. 아줌마로 잘못 불렀다가 하이힐로 조인트 깨지고
개망신 당한다니까. 조심들하셔. 가까운 지인도 버스에서 홍당무가 된 적이 있다니까.

하희라도 아줌마 소리 듣기 싫어 약을 먹잖아. 최수종 왈 “아줌마 되기 싫으면 피로부터
풀라고…”

맞어 맞어. 아줌마는 무지하게 피곤하잖아. 애 놓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 붙고 남편의 눈길
은 갈수록 소 닭 보듯 하고…

그 뿐인가? 맨날 닦고, 훔치고, 털고, 빨고, 켜고, 지우고, 부치고, 말고, 걸고, 쓸고, 맞추고,
끼고, 갈고, 싸고, 끓이고, 올리고, 내리고, 쓰고, 읽고, 비우고, 채우고… 얼마나 힘든데…

근데 요즘엔 안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돈 벌어 오라잖아. 돈 버는 여자가 아름답다? 아니
지 그냥 아름다운 여자가 아름다운 거야. 왜 거기에 여자가 끼냐구? 여자는 그냥 세상의 반
이잖아. 여자 운운하는 거 그거 다 차별이라고. 남자 운운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세
상의 그 수많은 꼰대들의 꼬장을 다 들어주기에는 치사빤스잖아. 그러니까 그냥 더러운 똥
피해가며 살자고…

아줌마도 탈선하고 싶다.

몰랐어? 그럼 이건 어때? 아줌마도 가끔은 성욕에 불탈 때가 있다. 아줌마도 술 취해서 꼬
장 한 번 부리고 싶다.

추하다고? 알어. 그래서 안 그러잖아. 기껏해야 흔들리는 관광버스에 몸을 맡겨 온몸에 땀
범벅되도록 스트레스 풀고 싶다 이거야. 비싼 돈 들여가며 단란하게 단란주점에서 노느니,
룸싸롱에서 만지작거리며 노느니 그게 훨씬 더 순수한 거 아녀?

가끔가다 커튼 사이로 땀 흘리며 그 좁아터진 버스 통로에서 열심히 흔드는 아줌마들 보면
심지어는 성스럽다니까. 월매나 흔들고 싶었을까? 그동안 본능을 달래느라 월매나 힘들었을
까…

우~~~ 눈물 날라고 그래.

‘한 번 환장해 보는 거야!’

괘씸한 놈덜아. 아그들만 갈 곳이 없냐? 아줌마도 갈 곳 없다 이거야. 연극? 영화? 혹은 비
디오방? 노래방? 호프? 단란주점? 룸싸롱? 까페? 만화방? 오락실? 어디 한 곳 마음놓고 갈
곳 있어? 없지!

기껏해야 시장이나 백화점만 가잖아. 그러니까 앞으론 백화점에 가서 “웬 아줌마들만 이렇
게 많냐…”라고 빈정대지 좀 마. 쫌생이처럼. 룸사롱이나 단란주점 가면 아저씨들만 있지
아줌마들 있나? 그렇지? 반성해.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몸을 던지시는 아줌마 있으면 째려보지마. 앞으로. 그들의 일종의 저항
아닐까? 남성중심의 엽기발랄한 사회에 던지는 무언의 제스처일지도 모른다니까. 그치?
 
김상기

 
2000/06/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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