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295) 목사가 된 친구와의 성탄절 남산 한바퀴

김명수기자 | 입력 : 2019/12/27 [10:31]

[세상엿보기] (295) 목사가 된 친구와의 성탄절 남산 한바퀴

 

필자는 호기심이 천성적으로 많다. 물건을 봐도 사람을 봐도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관찰하고 보고 또 본다. 겉이 아니라 내면을 보려고 한다. 그리고 순간순간을 글로 옮긴다.

19763월 농화학과 신입생으로 들어간 대학교에서 친구 K를 처음 봤다.

 

 

친구 K는 말이 없었다. 과 차석 장학생으로 들어갔지만 학과 강의에 도통 관심이 없었다. 생각이 깊었고 과묵했으며 항상 고뇌와 사색에 잠겨 있었다.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나는 친구에게 다가갈 용기는커녕 한마디 말도 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눈과 귀는 항상 친구를 주목했다. 그런데 어느 날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어쩌면 친구는 44년 전 그날 일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연은 이랬다. 1976년 어느 날 대학 강의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K는 자기보다 덩치가 훨씬 큰 친구를 앞에 불러 세워 놓고 오른손을 번쩍 들어 뺨을 힘껏 후려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는 너무도 태연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뺨을 불이 번쩍 나게 얻어맞은 친구가 얼어붙은 표정으로 아무 대꾸를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친구의 치명적인 자존심을 건드리는 무례함을 범하지 않았나 짐작할 뿐 감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K는 그리고 나서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나는 그 사건을 목격하고 친구에게 더욱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친구 K는 중간에 휴학하고 군에 갔다 와서 복학했다.

 

우리는 복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친구와는 오히려 졸업을 하고 나서 가까워졌다. 졸업하던 해 서로 당구도 치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다.

 

그리고는 취직을 했다. 중간에 많은 우여 곡절이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잘나갔다. 두 사람의 대학스펙은 완전 수렁이었다. 학점도 밑바닥이었다. 그런데도 기적같은 일이 두 사람에게 벌어졌다.

나는 언론고시로 불리는 언론사에 신문기자로, 친구는 유명대기업에서도 SKY 출신이 지배하던 알짜배기 노른자기업 핵심부서로 들어갔다.

 

친구는 처음에 일류스펙으로 무장한 입사 동기들 틈에서 고전했다. 그러나 입사 1년이 지나면서 비상하기 시작했다. 스카이 출신 입사동기들을 뛰어넘어 능력을 인정받고 훨씬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결국 샐러리맨을 탈출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나는 성공한 사업가로 친구를 인터뷰했다. 창업기도 시리즈로 올렸다. 친구는 사업을 하면서 업종을 여러번 바꿨다.

그러나 항상 동종업계 선두를 유지했다. 비결이 있다.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업종 선정과 시장조사를 철저함은 기본이다. 거기에 신중하고 냉철하다.

 

뷔페를 해도, 컴퓨터 조립을 해도, PC방을 해도, 편의점을 해도 일단 오픈을 하면 상위 3%안에 들 정도로 잘 나갔다.

 

그러면서 그는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다. 일단 사업이 잘 돌아갈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놓은 다음에는 자신의 삶을 즐긴다.

 

해마다 해외여행을 떠나며 사는 재미와 여유를 누린다. 그가 자영업에 매달리는 시간은 하루 고작 4~5시간뿐이다.

 

움직이면 돈이 들어오는 자영업자가 이렇게 여유 만만한 삶을 즐긴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하다. 더구나 그는 현재 목사다.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양파껍질 같은 친구다.

 

20191225일 성탄절은 나에게 아주 특별하고 뜻깊은 하루였다. 목사가 된 친구 K와 서울 남산한바퀴 돌고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으니 말이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클릭이사람 명단 346번~☜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