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294) 미국 거주 할머니가 한국어를 배우는 사연

김명수기자 | 입력 : 2019/11/27 [22:52]

[세상엿보기] (294) 미국 거주 할머니가 한국어를 배우는 사연

 

시니어 컨설턴트 B씨는 국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온라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국적도 신분도 다양하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Denver)에 살고 있는 A할머니도 B씨로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 사연이 특별하다.

한국에서 가난한 집안의 4자매 중 셋째로 태어난 A씨는 56년 전 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

A여사는 어렸을 때 양부모님이 너무 잘해줘서 추호의 의심도 없이 완벽한 미국인으로 알았다. 그러다가 중학생 때 친구들로부터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놀림을 받으면서 동양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

다행히 좋은 양부모를 만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양아버지는 유능한 변호사였고, 양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크리스천인 A씨도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다복한 가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왔다. 두 아들도 잘 컸고 손주도 4명을 뒀다. 미국에 함께 입양 와서 LA에 살고 있는 동생과도 서로 의지하고 왕래하면서 지내고 있다.

A씨가 미국으로 입양되면서 생이별한 두 언니의 근황도 뒤늦게 알았다. 한국에 있는 두 언니가 보고 싶어서 한 달에 한두 번 전화를 하지만 한국어를 못해서 소통에 애를 먹는다.

그래서 A 여사는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시니어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B씨와의 인연이 그렇게 맺어졌다.

한국어를 전혀 몰라서 한국에 살고 있는 두 언니와 소통을 하려고 인터넷으로 한국인 한국어 선생님으로부터 2년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원격 온라인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일대일 맞춤형 화상 강의다.

A여사는 아직도 한국어가 많이 서툴다. 한국에 있는 두 언니를 만나기 위해 두 번이나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80이 넘은 큰언니는 경북 김천에 살고, 둘째 언니는 경기도 용인에 산다.

두 언니를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감을 듬뿍 안고 고국 땅을 밟았지만 50여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간 한국의 현실은 너무 달랐다. 두 언니는 영어를 못하고, A씨는 한국어를 모르니 직접 만났어도 말이 안통하고 서먹서먹해서 답답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자기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렸을 때 해외입양아로 보내져 미국에서 자라고 성장한 입양인중에는 불행한 사람도 많다.

그러한 현실에서 A여사는 양부모를 잘 만나 인생을 행복하게 살았고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반백년을 넘게 살았어도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지울 수가 없다. A씨가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한국말을 잘해야 영어를 못하는 한국의 두 언니와 자유롭게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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