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684부대 시리즈] (17) 하극상은 곧 죽음

김명수기자 | 입력 : 2002/06/24 [17:53]

[실미도684부대 시리즈] (17) 하극상은 곧 죽음

한겨울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인근섬 무의도로 나무를 하러 갔다. 연료공급이 끊어졌기 때문에 내무반에 땔나무를 부대원들이 직접 해야 했다.

땔감을 구하러 갈 사역병을 차출하고 인솔자로 기간병이 따라붙게 된다. 사고가 나던 그날 역시 땔 나무도 하고 체력단련을 위한 철봉과 평행봉을 만드는데 쓰일 나무도 할겸 공작원 4명이 기간요원 인솔하에 무의도로 나갔다.

작업을 다 마치고 내려오다가 나이가 많은 공작원과 나이 어린 기간병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나이많은 공작원과 나이어린 기간병. 그것이 문제였다.

북파 작전 명령이 전격 취소된 이후 사기가 떨어진데다가 잦은 구타와 지겨운 반복 훈련 등으로 불만이 누적된 상태에서 훈련병은 반말을 하는 기간병에게 순간 분노가 치밀어 왜 반말하느냐고 강하게 대들었다.

부대내에서는 명령에 죽고 사는 상명하복관계지만 여기는 상황이 달랐다. 부대를 떠난 무의도였기 때문이다.

집에서 따지면 막내 동생 밖에 안 되는 기간요원이 상사라고 아무데서나 반말한다면서 달려드는 훈련병을 두고 기간요원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훈련병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들을 지켜보았다.

기간병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항상 권총에 실탄을 소지하고 있었다.

땔감을 구하러 갔다가 엉뚱하게 싸움이 붙은 훈련병과 기간병. 제풀에 못이긴 훈련병이 급기야는 기간요원에게 강펀치를 한방 날리고 말았다.

기간요원은 그대로 나가 떨어졌고, 이성을 잃은 훈련병은 번개같은 동작으로 기간병이 소지한 권총과 실탄을 순식간에 빼앗았다.

훈련병은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쓰러진 기간요원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쏴 죽이겠다고 했다.
 
정신을 차린 기간요원이 사색이 되어 벌벌 떨자 훈련병은 방아쇠를 당기려다 말고 기간요원에게 말했다.

“부대에 들어가서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살려주겠다.”

그렇게 해서 기간병은 빼앗겼던 권총과 실탄을 돌려 받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땔감을  가지고 부대로 돌아왔다. 기간병은 소대장에게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고 보고 했다.

그러나 기간병의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부어오른 것을 발견한 소대장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소대장이 무슨 일이냐고 추궁하자 기간병은 아무일도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다. 무슨 일을 숨기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면서 소대장이 계속 추궁을 하자 기간병은 산에서 벌어졌던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부대내에 즉시 비상이 걸렸다. 소대장은 전 부대원을 연병장에 집합시켜 놓고 몽둥이를 하나 훈련병들에게 던져 주면서 말을 꺼냈다.

"북에 가서 특수임무를 완수하라고 훈련을 시켰더니 배반하고 기간요원을 죽이려고 한 배신자가 너희 중에 있다.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라"

소대장의 말에 공작원들은 하극상을 일으킨 훈련병을 꽁꽁 묶어놓고 몽둥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또 한 명의 훈련병이 희생된다. 반말시비가 빚은 끔찍한 최후였다.

시신은 기름을 부어 태워버렸다. 이에 앞서 독도법 훈련 중 탈출했다가 잡혀 처형됐던 두 훈련병의 시신도 파내어 같이 불에 태워 유골가루를 널빤지에 실어 바다에 떠내려 보냈다.

실미도에서 벌어진 너무나 끔찍한 비극이었다. 

이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미디어칸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2.26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클릭이사람 명단 1~345번  

 

인물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e메일 people365@korea.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