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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274) 나이를 먹을수록 능력자로 변신하는 시니어 엘사 여사
 
김명수 기자 기사입력  2017/11/14 [22:45]

[세상엿보기] (274) 나이를 먹을수록 능력자로 변신하는 시니어 엘사 여사
  
1958년생인 엘사씨는 20대 중반에 결혼해서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웠고 샐러리맨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내조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현모양처로 살아왔다.
10년 전만 해도 그는 돈 한 푼 못 버는 전업주부였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사정으로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학력 콤플렉스와 열등의식이 손톱 밑에 가시처럼 박혀 아프고 쓰렸다.
하지만 겸손하고 착한 심성을 지닌 그는 남들이 못 가진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목소리가 고운 데다가 몸이 고무줄처럼 유연하고 손재주가 유달리 좋았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한번 보면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고 얼굴을 기억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10대 후반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고 타고난 손기술을 살려 신혼시절까지 미용실을 운영했다. 예나 지금이나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미용실을 접고 전업주부로 눌러 앉았다. 그의 돈벌이는 딱 여기까지였다.
때로는 열등감이 자신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녀가 그런 경우다. 항상 남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낮추며 살아온 그는 아이들이 성장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틈틈이 자기 개발을 해왔다. 뒤늦게 주부 만학도로 고등학교 과정도 마쳤다.
신앙심이 깊은 가톨릭 신자로 성당에도 열심히 나갔다.
세월이 흘러도 그의 가슴에 한으로 맺힌 아킬레스건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남들보다 많이 부족하고 돈을 벌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집밖에 나가서 돈을 번다는 건 감히 엄두도 못 냈다. 반면에 남편 월급에 맞춰 알뜰살뜰 근검절약하면서 살림을 잘하는 전업주부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올림픽 금메달감이었다.
결혼해서 줄곧 집안 살림만 해온 그녀의 눈에는 자영업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을 버는 여성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IMF가 터지고 3년 후 그녀의 가정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남편이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 것이다.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던 월급이 갑자기 끊어지는 바람에 생계대책 마련이 발등의 불이었다.
엘사씨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감히 꿈도 못 꿨다. 집안 사정은 극도로 어려워졌고 속된 말로 몇 푼 안 되는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면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엘사씨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갔다. 남편이 힘들어할 때 대신 생활비라도 벌면 좋겠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는 자격지심이 그를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평소 가깝게 알고 지내온 이웃 주민이었다. 초등학교 통학버스 승하차 도우미 알바 자리가 하나 생겼으니 지원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었다.
단 한 번도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두려웠다. 집안 사정이 워낙 다급했기에 일단 하겠다는 대답을 해놓고 나서 겁이 덜컥 났다.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일할 생각에 잠도 오지 않았다. 출근 전에 3일을 학교 버스에 올라타서 기존 도우미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코스를 돌았다. 드디어 첫 출근 날이 왔다. 겁을 잔뜩 먹고 초긴장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그녀에게 남편이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실어줬다.
그녀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많이 힘들어했다. 아침 등교와 오후 하교 때 초등학생을 실어 나르는 통학버스 승하차 도우미 알바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엘사씨는 첫 월급을 탔다. 60만원. 생애 첫 월급을 받아든 그녀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업무에 익숙해졌고 승하차 도우미 선생님으로 자신감도 생겼다. 돈을 버는 일에는 엄두를 못 냈던 엘사씨가 사회인으로 변신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녀를 괴롭혀온 열등의식도 점점 사라졌다. 월급 60만원이라는 액수와 상관없이 하루 몇 시간 알바쯤이야 우리 주변에서 아주 평범하고 흔한 일이지만 엘사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변화였다.
그녀는 알바로 일한지 몇 년후 학교를 옮겨서 일을 계속했다. 학교를 옮겨서는 아침 등교 도우미 알바만 했다. 그리고는 다른 알바도 했다. 주말에는 예식장에서 써빙 알바도 했다. 동네에서 가까운 인쇄공장에서도 일손이 부족하면 그녀에게 도움의 요청을 했다. 그럴 때마다 엘사씨는 달려가서 파트타임 잡(job)을 뛰었다.
대기만성이 이런 게 아닌가 싶은 엘사의 재발견이었다. 엘사는 장점이 많았다. 꼼꼼하고 치밀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뛰어난 손재주까지 더해진 엘사는 알바 일을 하는 곳마다 얼마 안가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엘사는 바빠졌다. 신앙생활 하랴, 학교 동창-친구 모임 하랴, 성가대 활동하랴, 몇 군데씩 알바 하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엘사는 학교 도우미 알바를 꼬박 8년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도우미 선생님으로 최선을 다해 활동하는 엘사를 지켜보면서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남편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변신할 수도 있구나! 나이 50이 넘으면 직장에서도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그는 보란 듯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해나가고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능력자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혹자는 그깟 흔해빠진 알바자리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결혼해서 줄곧 전업주부로만 눌러 살던 여성이 50대에 들어서 열등감과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사회로 눈을 돌려 열심히 적응하고 노력해나가는 자체만으로도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그녀에게 최근 또 하나의 경사가 생겼다. 그동안 몇 년째 틈날 때마다 알바를 해온 작은 인쇄 업종에 정식으로 이력서를 내고 회사에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들어줬다.
비록 알바지만 일주일에 4일 출근하고 매달 월급날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고정 일자리가 그녀에게 생겼다.
그가 일하는 모습을 수년째 눈여겨 지켜본 사장이 성실하고 눈썰미가 있으며 손재주가 좋은 그에게 붙박이 고정 알바자리를 제공했다. 그는 이제 능력자이자 커리어 우먼이다.
그의 남편은 현재 백수다. 남편에게는 국민연금 130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이제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남편은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고 부인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알바를 해서 돈을 번다.
그녀는 남편에게 용돈을 준다. 결혼 이후 평생을 남편으로부터 돈을 받아쓰기만 하고 살았던 아내. 그런 아내가 돈을 벌어서 남편에게 용돈을 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다.
엘사씨는 자신이 벌어서 남편에게 용돈을 주는 자체를 아주 기분 좋고 뿌듯하게 생각한다. 비록 생활이 넉넉하거나 여유롭지는 못할지언정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60대 시니어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다. 노후 대책은 늦었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천하면 된다. 열등감과 콤플렉스도 때로는 자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나이 60에 평생 못해본 샐러리맨으로 취직한 엘사씨가 그런 것처럼그녀는 오늘도 신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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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naver.com>

2017년 11월 14일 22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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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4 [22:45]  최종편집: ⓒ 인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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