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684부대 시리즈 2부] (14) 성 4번, 이름 5번 바뀐 북파공작원출신 마이클리 ‘내 과거를 돌려주세요’ (3)

[실미도684부대 시리즈 2부] (14) 성 4번, 이름 5번 바뀐 북파공작원출신 마이클리 ‘내 과거를 돌려주세요’ (3)

북파공작원으로 야기된 7건의 재판을 한 사람이 국가상대로 동시에 벌여온 그의 투쟁사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현대사의 비극이다.

▲ © 피플코리아

45년 동안 국가에 유린당한 인권과 명예를 제자리로 돌려달라고 절규하는 북파공작원 마이클리를 지켜보는 기자도 울분이 터진다.

인터뷰신문 피플코리아 클릭이사람 (428번, 461번) 코너에 두 차례에 걸쳐 ‘성 4번, 이름 5번 바뀐 북파공작원출신 마이클리 ‘내 과거를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그를 다시 만났다.

기자가 2년째 집요하게 그를 취재하는 이유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특이 사건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기자를 만나자 그는 넋두리부터 털어놓았다.

“내가 왜 이리 기구한 운명인가 생각하면 기가 막혀요. 마누라하고 단 한 번도 같이 살아본 적이 없어요. 한 살 때 딱 한번 본 딸은 10년 전 한국 떠났대요. 결혼도 못하고 엄마와 미국서 산답니다. 아빠라는 인간이 툭하면 성, 이름, 주소를 바꾸니 결혼할 수가 없죠. 도대체 너희 아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잖아요. 그러니 딸이 이 애비를 얼마나 원망했겠습니까? 밤에 잠들기 전에 가만히 생각하면 한심하고 참 기가 막혀요.”

유일한 피붙이인 딸과 부인의 주민등록을 확인하니 출국 전에 영등포구 동작구 노량진동에 살았다. 친부인 마이클 리가 거주하던 옆 동내였다. 참으로 기가 찰 일이다.

그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행정재판, 호적재판, 검찰청, 헌법소원, 재심청구, 파산선고신청 등 사건번호가 다른 7개 재판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호적재판, 파산선고, 헌법소원(72년, 76년 조작된 유령사건) 등 3건은 끝이 났고 나머지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1996년 3월 법정투쟁을 시작하여 2011년 8월 현재 16년째 국가와의 힘겨운 싸움을 해오고 있다.

해외망명생활법정투쟁 8년, 국가유공자 신청투쟁 7년, 2003~2011년 현재까지 법정투쟁 8년 합쳐서 23년째 법정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11년 6개월 동안 소송이 진행 중인 미 LA 주민 사례가 현재 세계 기네스기록에 올라있다. 마이클리와는 게임도 안 된다.

마이클리는 1968년 4월1일 군에 입대하여 1969년 11월8일부터 1970년11월27일까지 월남전에 파병되어 참전한 후, 1971년3월30일 전역하였다.

국가는 그에게 너무도 가혹했다. 1968년 특수임무 수행 중에 총 맞고 병신 된 그를 월남 전쟁터에 다시 보냈으니 죽으라는 뜻으로 밖에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가 쫙 뻗쳐요. 새벽 5시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면서 불이 켜지게 해놨거든요. 그러면 또 이 악물고 하루를 시작하죠. 그래 오늘 하루 또 싸워보자. 그렇게 살아왔어요. 생각하면 기가 막히지만 하소연할 사람도 없어요. 딸아이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죽어야죠. 지금은 안 만나요. 만나면 뭐해요. 몸은 병신이고 짐만 될 뿐인데…”

▲ ©피플코리아

언젠가 점성술사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출생지를 몰라 사주팔자도 풀지 못하니 관상학으로 보았을 때 태평양 한가운데 내던져도 안 죽을 사람이다. 귀신도 당신 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도망칠 정도로 기(氣)가 세다고….

2011년 07월 22일은 그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민사(행정)와 재심사건을 맡을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법무법인 양재 김창국, 최병모, 김필성 변호사 등 5명으로 구성된 거물급 변호인단이다.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사건임을 감안하여 변호인단이 7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 창국 변호사는 초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위원장, 제40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1999~2001)을 역임했다.

최 병모 변호사는 1999년 전(前) 검찰총장부인 옷 로비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를 맡았던 장본인이다. 당시 최 변호사는 '옷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로 활동하며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고 권력층의 사건 축소 은폐 사실을 밝혀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김창국, 최병모 변호사는 특히 1959년 간첩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비운의 정치인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한 2011년 1월20일 대법 재심에서 유족측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로써 조봉암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52년 만에 간첩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했다.

전쟁고아였던 그가 기억 하는 자신의 첫 이름이 피터. 그는 애기 때 미군 장교 양아버지 밑에서 피터로 불렸다. 어린 시절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가는 그를 16살 때부터 유령인간으로 만들었다.

16살 때 소년원으로 끌려갔다가 5살이나 나이를 올려 21살로 위장하여 성인(대인)교도소로 보낸 사실을 대구 시청 및 서울 종로구 구청장이 확인하였다. 북파공작원으로 끌어가기 위해서는 흔적을 남기면 안 되니까 유령이름, 유령주소 및 유령사건으로 세탁이 필요했다.

교도소에서 이름, 사건, 주소세탁을 완전히 해서 유령인간으로 만들어놓고 그를 출소시켰다. 그러니 아무리 마이클리 전과조회를 해봐야 그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완벽하게 유령인간으로 세탁하여 교도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북파공작원으로 끌어가서는 또 성이 임씨로 바뀌고 나이도 18살로 세탁하였다.

북파공작원으로 끌려가 미(美) 정보국으로 편입되면서 이름이 마이클리로 바뀐다. 국가가 멋대로 그의 한국 이름을 수시로 바꿔 놓다보니까 질려버렸다는 그는 마이클리( MICHAEL.LEE)를 평생 이름으로 2011년 4월11일 호적정정 받았다.

주민등록증도 마이클리로 새로 발급 받았다. 5개의 한국이름을 모두 포기하고 마이클리를 선택하기까지는 피눈물이 서려있다. 한국이름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한국 이름을 쓰고 싶지만 그 이름을 또 쓰면 관공서나 재판 관련 사건이 얽혀 혼란스럽다. 먼저이름이 죽은 사람인데다가 한국 이름을 어려서부터 안 썼으니까….”

그는 최근 1년 사이에 몇 번이나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다. 하루 빨리 장기 입원하여 수술을 받아야 할 중환자지만 아직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술비용도 없지만 수술을 받으면 장애를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011년 8월8일 그는 또 강남 성모병원에 입원한다. 뇌장애가 어느 정도 악화되었는지 법정에 제출할 정밀 신체감정에 들어간다.

왼팔은 총 맞아서 장애가 됐고 오른 팔은 추락해서 으스러져 기형 장애가 됐다. 왼쪽 총 맞은 손도 재수술해야 하고, 추락해서 다친 오른팔, 손목, 팔꿈치, 어깨도 수술이 급하다. 허리는 33년 전 이미 수술하고 또 수술예정이다. 목 관절, 척추, 골반, 손가락도 수술예정이다.

뇌수술은 했고 또 한 번 수술예정이다. 추락하면서 뇌손상으로 온 얼굴마비, 눈도 수술예정이다. 신체감정이 모두 끝나면 수술할 예정으로 완전 종합병원이다.

그는 잃어버린 명예를 찾기 위해 재산도 모두 탕진했고 빚더미 속에 살고 있다. 2011년 4월27일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생활자금으로 받아쓴 정부 보조금이 5200만원이다. 개인적으로 빌린 사채 1억을 못 갚아 이자만 2억으로 불어났다. 최근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사채시장 돈까지 끌어왔다. 수입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연금에만 의존해서 살고 있는 그가 너무 비참하다. 보훈 급여 124만8000원에서 대출금액 이자가 빠져나가면 30만원 남는다. 이 돈으로 한 달을 버티다 보니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국가유공자로써 X파일사건 총7건 재판을 16년 하다보니 결국 파산선고신청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는 재심청구사건 항고기각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다시 올렸다.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사건을 유령 인물, 유령 사건으로 만들어 본인도 모르게 재판을 하였으니 사건기록 자체를 폐기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건 정치적으로 국가가 북파공작원을 끌어가기 위해서 고도로 위장된 유령사건입니다. 고로 사건 자체를 없는 사건으로 해야 한다 이겁니다.”

그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들도 많다. 거동이 불편한 마이클 리가 힘들고 외로운 법정 싸움을 해오는 동안 그를 수행하면서 마이클리가 살아온 과정을 딸과 부인이 나타나면 증언해주겠다는 사람도 있다.

영등포구청 앞에 있는 행정서사 사무실 여직원은 1995년부터 지금까지 16년째 마이클리 소송서류 수정, 보완, 최종 마무리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그는 국가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진행해오면서 변호사를 300명도 넘게 만났다. 최근 2년 동안 만난 변호사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 돈 한 푼 없이 7개 재판을 16년째 끌고 왔다는 자체가 기적이다.

태권도 4단, 공수도 4단, 유도 4단, 검도 2단의 천하무적 만능 무술인이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자기 몸도 스스로 주체하기 힘들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그렇게 만들었다.

너무 한이 맺히고 억울하여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면서 고개를 떨구는 마이클리. 그와 눈을 맞출 용기가 없다.

청춘 이미 다 지나가버렸는데 이제 와서 보상받으면 뭐하나 싶지만 그는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며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한다.

기자는 그가 완전한 명예회복을 하는 그날까지 계속 밀착 취재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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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11년 08월02일 11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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