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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 (585) 카메라수리 50년 외길 걸어온 정지학
 
김명수기자 기사입력  2015/08/04 [16:42]
[클릭이사람] (585) 카메라수리 50년 외길 걸어온 정지학

카메라수리에 평생 뼈를 묻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서울 충무로 충일카메라 AS 센타 정지학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고교 1학년 때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남대문시장의 시계수리점에 들어가 주인 심부름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수리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일한지 1년 만에 시장 바닥에서 사귄 친구 소개로 카메라수리 일자리를 얻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카메라 수리공으로 오직 한길을 걷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넘고 또 넘어 자그마치 50년 세월이다. 한눈팔지 않고 오직 한 분야에 전념해온 시간에 비례하여 카메라 수리내공도 쌓였다.

카메라 수리에 관한한 그는 전설이다. 특히 시중에서 보기 힘든 고가 수동 필름 카메라 수리는 그를 따를 자가 없다.

급변하는 시대에 부응하여 요즘에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셔터만 누르면 사진이 잘 찍히는 디지털 카메라 수리도 하고 있다.

디지털 자동카메라는 고장 나면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한 폐품이 되는 줄만 알았던 기자의 편견이 그를 만나면서 깨졌다.

기자는 인터뷰에 앞서 그를 두 차례 만났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자기 일에만 몰두하고 유난히 말 수가 적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성격임을 알 수 있었다.


수동 카메라가 사양길로 접어들고 그 자리를 디지털카메라가 차지하면서 카메라 수리 의뢰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바쁜 몸이다.

서울 한복판 충무로에서 주로 일을 하지만 출장 수리도 자주 나간다. 전국에서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국내 거주 외국인을 포함하여 미8군 사이에서도 카메라 수리하면 충일 정지학으로 통할 정도로 알려졌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인편을 통해 수리를 의뢰해오거나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그를 찾아온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가 카메라를 수없이 다뤄봤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카메라를 모두 수리해봤어요”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에도 그의 눈과 두 손은 카메라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리하는 손놀림이 정교하면서도 민첩하다.

그의 얼굴에서 뼈를 깎는 인고의 노력으로 오늘의 경지에 오른 장인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카메라 수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손재주는 기본이고 인내와 끈기에 더하여 열정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편하고 쉬운 일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카메라 수리 숙련공이 되기까지는 부단한 노력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힘만 들고 빛이 안 나는 일에 선뜻 나서려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 정지학 사장 역시 후계자 양성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머지않아 수동 카메라 수리공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여있다. 밀려드는 주문을 받으면서도 정지학 사장의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대를 이어 전통 가업(家業)과 장인의 승계가 이뤄지는 풍토가 조성되면 얼마나 좋을까.

타고난 손재주와 눈썰미로 반백년 카메라를 만지고 다듬어 왔지만 아직도 카메라 수리와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펄펄 끓는다.

전자식카메라는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노출이나 거리조절이 자동으로 이뤄져 사진이 잘 나오고 카메라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기계식카메라는 조리개크기나 셔터속도를 일일이 조작해야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만큼 사진 찍기가 어렵고 불편하다. 하지만 아직도 작품사진을 찍는 사진전문가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여전히 수동카메라를 고수한다.

카메라 수리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수동 카메라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카메라 수리 기술은 고장부위를 신속히 찾아내 완벽하게 고쳐낼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면에서 그의 능력은 독보적이다.

의뢰받은 카메라의 고장부위를 찾아내 말끔히 수리해서 주인에게 돌려 줄 때 자부심을 느낀다. 의뢰받은 카메라를 해체해서 수리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주인에게 일일이 전송하는 서비스도 그의 몫이다.

구식 기종일수록 부품 구하기가 어렵지만 그에게 불가능은 없다. 부품이 없으면 직접 수공으로 부품을 만들어 감쪽같이 수리해준다.

카메라 수리에 관한한 이 시대 최고의 명의라 할 수 있는 달인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애환도 많았다.

1971년 12월 25일 서울 중구 충무로 소재 22층짜리의 대연각(大然閣) 호텔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163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당했다.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연각 호텔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그가 바로 그 건물에서 카메라 수리를 했다.

사진촬영대회에 카메라 수리 기사로 초청 받아 갔다가 그가 찍은 사진이 1993년 ‘잘 찍은 사진’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카메라 수리 기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구축에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그는 후계자로 키우려고 같이 지내면서 기술 전수에 공을 쏟은 사람이 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고 털어놓았다.

세월이 흐르고 언젠가는 그도 더 이상 시계 수리를 하지 못하고 손을 놓는 시대가 온다.

그 때까지 그가 해오던 카메라 수리를 이어갈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경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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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15년 08월04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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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8/04 [16:42]  최종편집: ⓒ 인물뉴스
 
나그네 15/08/11 [15:07]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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